브라질 대통령에 극우파 보우소나루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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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좌파 퇴조‧우파 득세에 전 세계 기대와 우려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0-31 00:24:46

▲38대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사회자유당(PSL)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55%를 득표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사진=The Guardian]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 결과, 극우파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압승을 거둬 당선됐다. 그는 내년 1월 1일 4년 임기로 38대 브라질 대통령으로 취임해서 선거기간 동안 좌우로 양분되었던 브라질을 이끌어가게 된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실시된 브라질 대선 투표에서 사회자유당(PSL)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는 55%를 득표해 45%를 얻은 좌파 노동당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를 약 10%포인트 격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약 5700만 표를, 아다지 후보는 약 4700만 표를 얻었다.

올해 63세인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육군 대위 출신으로 1988년 기독민주당 시의원을 시작으로 정계에 입문, 1990년 이후 연방 하원의원으로 의정활동을 계속해 오다가 올해 초 사회자유당(PSL)에 입당해 대선 후보로 나섰다.

브라질은 2003년 이후 줄곧 좌파 정권이 집권해왔으나, 이번 선거에서 뒤집어진 것이다. 뇌물혐의로 수감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의 잇따른 부정부패, 높은 범죄율, 경기 침체 등 현실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이 변화를 요구하는 표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2016년 대통령직에 오른 미셰우 테메르 현 브라질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에 이어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으며, 지지율이 한 자리 수에 불과한 상황이다.

브라질의 미디어 ‘더 리우 타임즈’ 29일자(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TV로 중계된 당선 축하 모임에서 “이 정부는 헌법, 민주주의, 자유의 수호자가 될 것이다”고 다짐하는 당선 연설을 했다. 그는 “이것은 어느 정당의 약속도 아니며, 한 개인의 헛된 말도 아니라, 신에 대한 맹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동성애 반대, 인종차별, 여성비하 등의 발언으로 과격한 극우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아온 것을 의식한 듯 “나는 자유의 수호자로서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고 법을 존중하는 시민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보호하는 정부를 이끌어나갈 것이다. 우리 정부는 합헌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갈 것이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또한 “우리 정부는 틀을 깨 나갈 것이다. 우리는 국민을 신뢰할 것이며, 관료적 체계를 축소하고 간소화시켜 국민과 기업이 더 자유롭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특히 결선투표 과정에서 양 극단으로 분열된 브라질의 상황을 언급하면서 “브라질을 평화롭게 통합할 것"이라며 "헌법과 법에 따라 위대한 나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의 지지자들이 거리에서 당선을 축하하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CNN 화면 캡처]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축하전화를 받았다고 밝히고, “우리는 두 위대한 국가가 서로 돈독해지고 자유와 번영의 길로 나아가자는 열망을 주고받았다”고 덧붙였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극우적 성향과 포퓰리즘을 드러내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종종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되어 ‘트로피컬 트럼프(Tropical Trump:열대의 트럼프)’라는 별명으로 불려왔다.

미국 CNBC는 여성, 인종, 인권과 관련한 보우소나루 당선인의 발언과 독재를 옹호하는 태도에 비평가들이 깊은 우려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에 노출된 그의 과격한 언사 중에는 동료 여성의원을 향해 “나는 당신이 그럴 가치가 없기 때문에 성폭행을 하지 않을 것이다”(2014)고 한 말을 비롯해, “나는 고문을 찬성한다. 국민들도 역시 고문을 찬성한다”(1999), “나는 아들이 동성애자라면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2011), “지구상의 찌꺼기들이 브라질로 오고 있다. 마치 우리에게는 처리해야할 문제가 부족한 것처럼”(2015) 등 여성비하와 반인권적인 발언들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29일자(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내 생각엔 도널드 트럼프는 오직 한 사람 뿐이다”고 말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보우소나루 당선인과 비교되는 것을 경계했다.

브라질의 대선 결과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에 걸쳐 중남미 여러 국가에 불기 시작했던 ‘핑크 타이드(Pink Tide·온건한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물결)’에 결정적인 퇴조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된다.

아르헨티나는 2015년 12월 대선에서 기업 CEO 출신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당선됐고, 칠레의 세바스티안 피녜라가 대통령은 억만장자 사업가 출신으로 우파로 분류되며, 콜롬비아와 파라과이 역시 우파가 집권하고 있다.

더 타임즈는 30일자(현지시간) 기사에서 보우소나루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 1일 이후에는 남미 대륙 경제의 90퍼센트 이상이 우파 정부의 지배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의 일간지 익스프레스는 29일자(현지시간) 기사에서 "세계적으로 많은 지도자들이 남미에서는 가장 크고,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민주주의 국가인 브라질이 극우의 물결에 휩쓸려 민주주의의 기반을 위태롭게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선옥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