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日기업, 징용피해자에 배상하라” 최종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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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소 제기후 13년 만…일본 외무성, “유감, 모든 대응방안 고려”

이한빛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0-30 17:04:08

▲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기업이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린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씨가 승소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이춘식 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각 1억원의 위자료와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내용을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지난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장을 포함해 7명의 다수 의견을 냈다. 반면 권순일, 조재연 대법관은 한일청구권협정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돼 그 권리가 제한되므로 파기 환송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이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불법 식민 지배 및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한 청구권이다”며 “강제동원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1965년 청구권협정 당시 일본 정부는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부인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 그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판부는 일본의 확정판결 효력이 국내에 미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으며, 국내법상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일본 기업의 주장도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제기한 4명은 1941년부터 1943년까지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일본제철에 강제 징용돼 고된 노역에 시달렸다. 이들은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일하다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후 고(故) 여운택씨와 신천수씨는 지난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금과 미지급된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원고 패소했다.

이들은 지난 2005년 국내 법원에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일본 확정판결의 효력이 국내에 미칠 뿐만 아니라, 신일본제철이 일본제철과 동일한 회사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번 선고는 지난 2013년 8월 대법원에 사건이 다시 접수된 지 5년 2개월 만에 이뤄졌다. 지난 2005년 2월 처음 소송이 제기된 지 13년 8개월 만에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그 사이 소송 당사자 3명이 세상을 떠났고, 이춘식 씨만 유일하게 생존해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일본 외무성은 이수훈 주한 일본 대사를 초치할 예정이다. 더불어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에 한일청구권 관련 대책실을 설치해 판결에 대응할 뜻을 밝혔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대법원 판결은 한일 협력의 법적기반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다”며 “한국의 적절한 조치가 없을 경우 국제재판을 포함한 모든 선택사항을 고려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대법원의 판결은 국제법 위반으로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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