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계(計)’ 마저 팽개친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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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0-31 11:35:49

36계(計)는 36가지 전략·전술의 기본 이치를 담고 있는 중국의 병법서다. 삶에 필요한 교훈을 담고 있어 ‘손자병법’과 더불어 일상생활에 많이 인용된다.

36계는 △승전계(勝戰計, 전쟁에서 이길 때 적을 압도하는 계책) △적전계(敵戰計, 아군과 적군의 전력이 비슷할 때 적군을 무너뜨리는 계책) △공전계(攻戰計, 나을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한다. 적은 희생으로 승리하는 계책) △혼전계(混戰計, 치열한 접전일 때 적을 혼란하게 하는 계책) △병전계(幷戰計, 우군(友軍)을 이용하는 계책) △패전계(敗戰計, 불리한 상황을 뒤집기 위한 계책) 등 상황에 따라 6개의 묶음으로 구분돼 있으며, 각 묶음마다 또 다시 6개의 계책이 들어 있다.

36가지 전략·전술은 특히 전쟁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1597년 칠천량에서 일본군이 구사한 공전계 중 조호리산(調虎離山, 적이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하도록 유혹한다-제15계) 계책이 한 사례다.

두려운 존재인 이순신 장군 제거에 성공한 일본군은 부산공격에 나선 원균에게 거짓 패하며 조선수군을 계속해서 거친 물살로 유인했다. 조선수군은 거센 풍랑과 일본군의 교란작전으로 지칠 대로 지친 채 칠천량으로 후퇴했고, 일본군의 기습공격을 받아 순식간에 궤멸당하고 만다.

36계가 완성되기 전인 기원전 1250년 벌어진 트로이 전쟁은 승전계 중 만천과해(瞞天過海, 적이 예상하지 못한 방법을 동원해 승리한다-제1계) 전략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그리스군이 가져다 놓은 거대한 목마를 본 트로이군은 ‘승리의 전리품’이라고 여기고 성 안에 들여 놓는다. 트로이군이 승리의 잔치를 벌이는 사이 목마에 숨어있던 그리스군이 나와 트로이를 함락시킨다.

동서양의 전쟁사 뿐 아니라 현재 강대국들의 대외전략에서도 36계의 전략·전술을 흔히 볼 수 있다. 비핵화 조치에 맞춰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을 향해 미국이 ‘서두르지 않겠다’며 배짱을 부리는 것은 병전계 중 반객위주(反客爲主, 적을 장악해 주도권을 쥔다-제30계) 계책이다.

북한은 비핵화 선언이후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등 단계적인 비핵화 조치를 해왔다. 핵 무장 국가로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 협상 초기부터 지금까지 협상의 주도권을 넓혀왔다. 반객위주 계책이 나름 성공한 셈이다.

중국의 대미 전략은 혼전계 부저추신(釜底抽薪, 강한 적의 약한 곳을 공격한다-제19계) 계책이다. 미국의 관세폭탄으로 시작된 미중무역전쟁에서 중국은 관망→맞대응→강온(强溫)병행 순으로 전략을 바꿔가며 미국과의 정면승부를 피하고 있다. 미국 내 반(反)트럼프 정서와 ‘임기가 4년에 불과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계를 이용해 장기전에 들어가겠다는 태세다.

국내 정치에서도 36계는 쉬이 목격된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전략과 전술을 상황에 맞게 바꿔가며 구사한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36계 전략·전술과 배치되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이다.

10%대의 지지율에 전전하며 ‘당 해체’ 목소리까지 나오는 자유한국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불리한 상황을 뒤집기 위한 계책’인 패전계에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행보를 보면 패전계와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패전계의 6가지 계책과 자유한국당의 행보를 보면 보다 명확해 진다. △미인계(美人計, 미인-적의 약점-을 이용해 상황을 역전시킨다-제31계) : 정부 우왕좌왕 경제정책에 공세를 집중하고, 한편으론 대안정책을 내놓는 ‘수권정당’을 모습을 찾기 어렵다. 극단적 막말과 발목잡기를 일삼아 오히려 대여 공세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 국민들의 외면을 자초하고 있는 꼴이다.

△공성계(空城計, 성을 비워 둠으로서 적에게 ‘무슨 계책이 있는 것처럼’ 보여 공격을 막는다-제32계) : 지방선거 참패를 겪고도 반년 가까지 인적쇄신 등 당의 면모일신을 꾀하기는 커녕 계파싸움, 당권싸움에 여념이 없다. ‘자유한국당은 공성(空成)’ 이란 사실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적은 의심의 여지없이 쳐들어 올 것이고 패배는 자명하다.

△반간계(反間計, 적의 첩자를 역이용해 상대방을 혼란시킨다-제33계) : ‘출산주도성장’ 을 주장한 김성태 원내대표, 정부의 비인가 재정정보를 유출한 심재철 의원 등 오히려 자충수를 연발하는 내부첩자 정리부터 시급하다.

△고육계(苦肉計, 자신을 희생해 이익을 얻는다-제34계) : 국정농단과 선거참패에 대해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반성’ 과 ‘쇄신’ 은 이미 관심 밖이다. △연환계(連環計, 여러 가지 계책을 연결시킨다-제35계) : ‘한 놈만 패겠다’는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갈음한다.

△주위상(走爲上, 승산이 없으면 도망치는 것도 뛰어난 전략이다-제36계) :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특권과 기득을 버린 채 절대 도망치지 않는다. 다음 총선 공천을 따내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보수정당 역사상 최악의 평가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위기를 벗어나려는 몸부림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생명 유지에만 골몰하고 있다. ‘정당’의 목적은 이념과 주의(主義)가 같은 사람들이 모여 권력을 획득하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이상’이 무엇인지 아는 이는 별로 없다.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의 각성을 요구하고 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