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관리 악순환에는 눈감은 이동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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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관리 악순환에는 눈감은 이동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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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1-09 15:04:18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8일 산업은행 본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구조조정 진행 중인 회사에 대해 당근과 채찍을 던졌다. 교착 상태에 놓인 한국GM에게는 법인 분리 문제와 관련해 산은과 GM, 노조가 한 테이블에 앉아 3자 대회를 하자고 제안했고, 현대상선을 향해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할 거라고 경고했다.

그간 산업은행의 부실관리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산업은행이 주도해 구조조정을 진행한 회사 상당수가 경영정상화는 커녕 오히려 부실이 악화되면서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 회장은 특히 현대상선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최근 감사결과를 받아보니 현대상선 임직원들의 도덕적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봐주지 않겠다는 식의 발언도 했다.

이날 이 회장은 “현대상선에 자본투자만 한다고 경쟁력이 강화될 수는 없다”며 “앞으로 해운 노선별 실적을 주 단위로 점검해 두 세달 동안 실적이 나아지지 않으면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을 염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최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로부터 1조 원의 추가 자금을 지원받을 정도로 경영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이미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았는데도 지난 2015년 2·4분기 이후 13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은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만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회장의 이러한 발언이 산은을 향한 비판의 화살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건 아닌지 사뭇 의구심이 든다. 현대상선의 도덕적해이를 지적하고 있지만 정작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기까지 산은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탓이다.

대표적으로 산은 퇴직자들의 낙하산 문제가 거론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과 김진태 의원이 각각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산업은행 퇴직자 재취업 및 거래처 대출잔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 3월부터 올해 6월말까지 3년간 산은 출신 재취업자는 금융관련사에 5명, PF투자회사에 19명, 일반거래처에 4명 등 총 28명이었다.

특히 이 회장이 지난해 9월 취임하면서 ‘산은의 개혁’을 강조한 것과 달리 이 회장 취임 이후에도 PF투자사에 4명, 일반거래처에 3명, 금융자회사 등 관련기업에 2명 등 9명이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퇴직과 동시에 취업에 성공했다.

산은이 자회사에 갖는 영향력은 남다르다.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채권단 중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도맡고 있어서다. 당장 회사가 부실해져 산은에 출자받은 곳들의 경우 산은 임직원이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국민의 세금과 다름없는 자금이 합리적 기준에 의해 제대로 투입됐는지 여부다. 피출자회사가 산은 출신 임직원을 퇴임과 동시에 영입할 경우 제대로 된 자금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산은은 최근 5년간 산은 출신이 재취업한 PF기업 12개사에 1조2364억 원을 대출해줬다. 일반 은행이 PF수익률을 공개하고 있는 반면 산은은 구체적인 PF 수익률마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산은이 퇴직임직원들의 전관예우 차원에서 자금 집행을 하는건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구조조정 기업이 산은 자회사로 들어오면 나가기 싫어하는 경향이 왜 생기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부터 선행돼야 한다. 구조조정 기업이 산은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산은의 부실관리라는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나.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