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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관광 대상 국가로 일본이 압도적으로 뜨고 있으며,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사드 영향 이후 중국인들의 한국 발길도 뚝 떨어졌지만 중국으로 나가는 내국인의 관광 수요도 예전과 같지 않다.
해외 관광 선호 도시로는 오사카·도쿄·후쿠오카 등이 1∼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오사카는 5년 전부터 줄곧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매년 2천만 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한다고 하니 성인 2명 중 1명이 1년에 한번 꼴이다.
반면 일본 관광객의 한국 방문도 소강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양국 관계가 갈수록 소원해지고 있는 것과는 무관하게 한국 관광객의 일본에 대한 짝사랑은 식지 않는다.
우리 대법원의 일제 당시 신일철(新日鐵) 강제 징용자에 대한 위자료 배상 판결에 맞대응하여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문제 삼아 WTO에 제소하는 등 악재가 연거푸 터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돌발변수들도 일본 관광 특수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왜 한국인들이 유독 일본 관광을 선호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정리해 보면 한국 관광산업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첫째, 정서적으로 잘 맞고 실속 여행으로 안성맞춤이며 안전하면서 불편함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가성비 최고에다 절대 실망하지 않는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둘째는 한국에는 마땅히 갈 데가 없다는 점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관광 인프라가 그만큼 열악하다는 것이며, 가는 곳마다 바가지 상혼에 더하여 한층 높아진 관광객의 눈높이를 전혀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는 일본의 경우 전국이 관광 대상 지역이다. 홋카이도와 큐슈, 그리고 오키나와까지 한국인들의 찾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2011년 대지진으로 원전 방사선이 유출된 후쿠시마 지역을 제외한 일본 전역이 관광 명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지방은 경쟁적으로 국내외 관관광객 유치를 위해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과 창의적인 서비스로 신선함으로 특유의 독특함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양국 관광 산업의 명암은 관광수지 부문에서 확연하게 비교된다. 2017년 우리의 관광수지 적자 규모는 무려 137억 5000만 달러(14조 7000억 원)로 2001년 이후 17년 연속 적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들어오는 관광보다 나가는 관광이 훨씬 많다는 의미이다.
방한 관광객은 전년 대비 22.7% 감소한 1337만 명인데 비해 해외로 나간 사람은 18.0% 증가한 2650만 명으로 거의 두 배 수준이다. 한국 관광객이 해외에서 사용한 돈은 306억 달러(34조 원)로 해외여행 지출 세계 9위 국가에 올랐다. 한편 일본의 관광수지 흑자는 341억 달러나 되며, 일본을 찾은 관광객 수도 2869만 명으로 두 배를 훨씬 넘는다.
2012년부터 3년간 한국을 찾은 관광객 수가 일본보다 일시적으로 많은 적도 있었으나, 그 후 역전되어 이제는 간격이 더 벌어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별 관광경쟁력 순위를 보더라도 일본은 4위로 순위가 급상승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고작 19위다. 아베노믹스로 부활하고 있는 것이 제조업에 국한되지 않고 황금 알을 낳는다는 관광산업으로까지 뻗치고 있는 것이다.
지방 관광 활성화, 고령화에 직면한 지방 경제의 소멸을 억제하는 최선의 자구책
자연스럽게 왜 이토록 차이가 나는 것일까라는 질문으로 옮겨가게 된다. 근본적 차이는 관광산업에 대한 인식이다. 일본은 중앙정부와 지방이 똘똘 뭉쳐 되어 관광산업 인프라 활성화를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최근 3개월 간 아베총리가 관광 대책회의를 네 차례나 주재했을 정도로 국가 아젠다의 상단에 관광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이에 따른 지방 인구 감소라는 엄청난 도전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광이라는 대안을 가지고 지방의 소멸을 최대한 방어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의 관광산업 대책은 너무 안일하고 무책임하다. ‘국가관광전략회의’도 대통령에서 총리 산하 기구로 격하되고, 청와대 관광 비서관 자리도 폐지됐다. 이런 와중에 중국 관광객은 일본, 홍콩, 마카오에 북적거리고 한국이라는 행선지는 갈수록 외면당하는 신세가 되고 있다. ‘저가 관광’에다 ‘서울·제주 집중화’라는 고질적 현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획기적인 전환은커녕 개선마저도 이미 물 건너 간 것 같다. 모두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왜 관광산업이 지방에 중요한가? 국가나 도시에 활력이 넘쳐나기 위해서는 나가는 것들 보보다 들어오는 것들이 많아야 한다. 즉 기업·사람·돈이 들어와야 경제가 굴러간다. 고정 인구가 줄어들면 유동인구라도 늘려야 하며, 이것이 바로 관광산업 육성의 목적이다. 우리 내수 시장이 좁다는 것은 소비에 참여하는 고정 인구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광객이라는 유동 인구를 끌어들여야 한다.
지방도 마찬가지이다. 밖으로만 도는 우리 관광객, 서울·제주만 기웃거리는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 지를 점검해야 한다. 손을 대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난감하기도 하다. 먼저 지방이 깨어나야 한다. 독특한 고유의 관광 테마를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인근 지역과의 연계를 통한 패키지 상품 개발도 필요하다. 동시에 먹고, 자고, 즐길 수 있는 인프라의 수준을 최대한 격상시키는 노력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
밖으로 나가는 우리 관광객의 수준이 세계 최고인데도 불구하고 지방의 관광 인프라는 아직도 후진국 수준과 별반 차이가 없다. 말로만 백날 떠들 것이 아니라 지방의 혁신은 이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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