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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자들과 권세들을 무력화하여 드러내어 구경거리로 삼으시고 십자가로 그들을 이기셨느니라” <골로새서 2 ; 15>
또 프랑스 혁명과 광화문 촛불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고도 했다. 그렇다 촛불과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은 닮은 것이 많다. 시민이 앞장서서 기존체제를 타도했다. 파리 바스티유감옥 습격으로 촉발된 프랑스 혁명은 절대군주제. 봉건제도. 신분 사회의 앙시앵 레짐(Ancien Re’gime)즉 낡은 체제를 붕괴시켰다.
2016년~ 2017년 무능과 부정부패에 분노한 촛불은 박근혜 정부를 축출하는 데 성공을 했다. 프랑스 대혁명은 공포정치였다. 그러나 촛불 혁명의 슬로건은 ‘적폐 청산’이었다. 기득세력들과 정적(政敵)에게 자의적 적폐딱지를 붙이고 ‘청산’이란 도덕적 잣대로 심판했다. 그것도 부족해 ‘블랙리스트’라는 명분으로 국민을 선동하고 기만하며, 정적들을 제거하기에 바빴다. 특히 ‘촛불의 명령’이란 신성불가침의 상징도 끌어들여 법치와 정상을 우회한다. 무서울 게 없다. 국민도 무섭지 않았다.
청와대는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의 국회비준을 받지 않으려고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라는 해괴한 괴변을 늘어놓았다. 문 정권이 하는 꼴을 보면 항상 ‘손에 끼면 팔찌, 귀에 걸면 귀걸이.’로 둘러대기 고수다. 삼권이 있고, 여당도 있지만 청와대의 정치가 너무 세다보니 그 존재가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 국민들 눈에는 오직 청와대만 보인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문재인의 한반도 정책’이란 이름으로 거창한 대북 청사진을 내놨다. 이때 나온 5대원칙 중 하나가 바로 ‘소통과 합의중시’였다. 통일부는 당시 “국회 등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와 소통을 제도화해 통일문제.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입버릇처럼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한 번 보라 그랬던 문재인 정부가 요즘 어떤 짓을 하고 있는가. 지난 23일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북한에 집착한 나머지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를 국무위원에 심의를 거쳐 비준했다. ‘국회 동의가 없는 비준은 위헌’ 이라는 야당의 반대는 아랑곳없었다. 이게 소통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루겠다고 약속한 문 정권의 모습인가. 1년도 안 된 지금 대국민 약속을 무참히 깨고 있는 모습이다.
허기 사 자기 스스로 한 대선 공약도 까먹은 건지, 잊어버린 건지, 청문회에서 부적격자로 거부당한 자들도, 막강한 촛불의 힘을 과시하듯 모두 임용하지 않았는가. 국민을 무서워하지도 않을뿐더러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무시하는 처사다. 우리가 독일 통일을 쉽게 말하지만 독일의 경우도 보수적인 기민당과 사민당이 여론에 밀려 서로 통 큰 양보를 하면서 통일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 역시 보수. 진보를 아우르는 합의 없이는 평화통일은 불가능하다. 이렇듯 소통과 양보는 평화통일을 비롯한 모든 정책의 기본이다. 문제는 집권자가 다른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고, 반대론자를 무시하는 데 있다. 자기도취에 빠져 ‘네가 뭘 알면 얼마나 안다고?’라는 오만에 빠질 때 불거지는 것이다.
지금처럼 문 정권이 귀를 막은 채 독주하며 국민의 소리를 외면할 때 그 결과는 뻔한 것이다. 제재 해제, 북한 인권 등 예민한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국론은 갈기갈기 찢길 것이다. 더 치명적인 것은 대북정책의 앞날이 불확실해지면서 평화 프로세스 자체를 방해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현 정부는 3년 반 남은 임기 중 결판을 내려고 하겠지만 김정은 입장에서는 다음 에 누가 정권을 잡을지, 또 지금의 정책이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미지수인 상황에서 현 정권과 모든 걸 매듭 지으려 할까. 결국 문 정권이 독주 할수록 3년 반 뒤 정책 변화의 진폭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이런 생각까지 한다면 북한은 좀 뜸을 들이며 주춤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부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남북교류에 무리하게 속도를 내는 게 아니다. 야당과도 허심탄회하게 협의하고, 국민의 소리도 듣고, 다른 의견도 수렴하면서 대북정책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야만 성공된 대북 정책을 이룰 수 있다. 무릇 정(正). 반(反), 합(合)의 이치에 따라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는 게 만물의 순리라 생각된다. 현 정권에서 우려되는 것은 비단 이뿐이 아니다.
진정한 자유는 권력을 거부하고 비판할 자유를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지금 문 정권은 ‘무균(無菌)사회’를 꿈꾸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허위 조작’이라고 간판을 바꾼 가짜뉴스 척결의 본질은 불온한 반대와 다름을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언론 자유를 입에 달았던 사람들이 ‘유언비어’, ‘카더라통신’을 단속하겠다는 과거 권위주의를 흉내 내고 있어 안타깝다.
반대가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이자 북한과 같은 사회다. 왜 가짜뉴스가 남발하고 자발적으로 속고 싶은 사람들이 이리 많아지는 것인지, 그 고민과 반성은 정부가 할 일이다. 예로부터 나라가 흉흉하면 ‘유언비어’가 범람하게 되어있다.
촛불은 특정 이념 집단이나 세력에 대한 절대적 지지가 아니다. 착각하지 말라. 그런데도 ‘우리끼리의 세상’을 만들고 반대하는 이들을 철저히 배척하는 게 요즘의 풍경이다. 사회주의적 경제, 권력을 움직이는 ‘청와대 정부’ 과감한 대북 평화 공세를 하는 외교, 안보 등 분명 무늬는 가히 혁명적이다. 하지만 그 속을 채울 정신과 가치가 빈약하고 설득력이 없으면 진정한 혁명으로 승화되기는 매우 어렵다.
문 정권은 마치 종전이나 된 것처럼 전방 부대도 철수하고, 훈련도 연기하고, 방호벽도 허물었지만 여전히 대북제재를 둘러싼 한·미간 입장차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남북이 합의한 철도협력 및 현대화 사업을 놓고서다. 외교부 당국자는 여러 차례 협의가 있었다고 하지만 국무부의 반응은 예상대로 냉담한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혁명을 지향하는 촛불이 제대로 가는지 영 불안하기만 하다. 우리의 촛불 혁명은 어디쯤 가고 있는 건지. 현 정권 비판하면 무조건 골통보수로 취급받는 현실. 권위가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것 역시 혁명의 속성이라 할 수 있다. 오만과 증오로는 혁명 정신을 창조 할 수 없다.
촛불에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불어넣어야 혁명의 생명을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혁명은 광기로 끝날 수 있다. 끝날 때 까지 결코 끝난 것은 아니다. 이미 대통령과 국회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주를 두려워하는 자를 위하여 쌓아두신 은혜 곧 인생 앞에서 주께 피하는 자를 위하여 베푸신 은혜가 어지 그리 큰지요.” < 시편 31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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