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에 버린 콘텍트렌즈 추적해 보니 인간 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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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마이크로플라스틱‣해저생물‣인간’의 사이클 밝혀져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1-15 23:57:50

▲남태평양의 무인도 헨더슨섬 해변에 널려 있는 쓰레기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쓰레기가 있는 섬으로 꼽혔다. [사진=뉴시스]

만일 당신이 콘택트렌즈를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리면 어떤 일이 생길까? 과학자들은 하루 종일 착용하고 난 후 빼낸 일회용 콘택트렌즈를 변기나 싱크대로 던져넣지 말라고 당부한다. 얼마 후엔 그것이 당신의 입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버려진 렌즈는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과정에서 잘게 부서져 마이크로플라스틱이 된다. 마이크로플라스틱은 5밀리미터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을 말한다. 이 작은 플라스틱들이 바다로 흘러가서 생태계를 위협한다.

과학전문웹사이트 Phys.Org는 14일자 기사에서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마이크로플라스틱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양한 종의 동물플랑크톤에서 마이크로플라스틱의 검출이 이미 보고되고 있고 그것을 먹이로 하는 작은 생물체에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변기에 버려진 콘택트렌즈의 운명에 처음 관심을 가진 과학자는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환경보건공학연구소장인 롤프 할든(Rolf Halden) 교수다. 지난 8월 과학전문뉴스 웹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의 기사에 따르면 할든 교수 연구팀은 139명의 콘택트렌즈 착용자와 미착용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결과 콘택트렌즈 착용자의 15~20%가 렌즈를 변기나 싱크대에 버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팀의 선임연구원이며 생물학 박사과정 중에 있는 찰리 롤스키는 “미국에서만 콘택트렌즈 착용 인구가 대략 4500만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이것은 굉장히 큰 숫자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하수도로 내려간 렌즈의 행로를 추적했다. 렌즈는 일단 하수처리장으로 가는데 여기서 상황이 좀 위태로워진다.

하수처리장에서는 필터를 통해 비교적 큰 찌꺼기가 걸러진다. 하지만 콘택트렌즈는 매우 유연한 재질로 만들어져 있어서 접힌 상태로 필터를 통과할 수 있다고 라이브사이언스는 전했다.

폐수에는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가 있다. 이 박테리아들이 생물학적 오물을 분해한다. 연구팀은 박테리아가 콘택트렌즈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각기 다른 종류 콘택트렌즈 5개를 박테리아가 들어있는 용액에 넣고 시간을 달리 해서 관찰했다.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연구팀은 이 실험을 통해 렌즈의 형태에 변형은 없으나 박테리아로 인해 렌즈의 조직이 약해져서 잘게 부서지기 쉬운 상태가 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다음 단계에서 마이크로플라스틱이 만들어진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연구팀은 또 11종의 콘택트렌즈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렌즈의 밀도가 물보다 높아서 물속에서 가라앉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따라서 렌즈에서 만들어진 마이크로플라스틱은 특히 해저에 가라앉아 바닥 생물의 위험한 먹이가 된다.

과학자들은 작은 생물체의 문제가 먹이사슬을 통해 먹이의 최종 소비자인 인간에게 전달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Phys.Org는 페넬로페 린덱 박사의 말을 인용해 이러한 우려를 전달했다. 린덱 박사는 플리머스 해양연구소에서 수 년 동안에 걸친 연구를 통해 마이크로플라스틱에 관한 슬픈 현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린덱 박사팀은 조사 결과 거의 모든 종의 해양생물에서 마이크로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거북이, 돌고래, 치어에서부터 먹이사슬의 맨 밑바닥에 있는 미세한 동물플랑크톤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두 포함된다”고 린덱 박사는 설명했다.

린덱 박사는 이어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깨끗하고 건강하고 생산적인 바다를 물려주기 위해서 바다로 방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도록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