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사기 P2P대출업자 영업 못 막는 한심한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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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P2P대출 시장 관리·감독 부재

P2P대출 범죄 급증…금융당국 “제도적 근거 없어 관리·감독 어려워”

곽성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1-22 00:23:26

▲ 최근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는 P2P대출 시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P2P대출 업체들의 사기·횡령 등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 사례가 날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사진은 금융감독원 ⓒ스카이데일리

최근 P2P대출 업체에 대한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기·횡령 등 일부 P2P대출 업체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 사례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데도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자율 높은 재테크 소문에 뭉칫돈 몰리는 P2P대출업체 사기·횡령 기승

‘P2P(Peer to Peer)대출’이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개인 간에 필요 자금을 지원하고 대출하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약속한 기간 동안 이자를 받는 일종의 크라우드 펀딩 개념이다. 대출상품 이용자는 은행 보다 손쉽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은행 이자 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P2P대출 시장은 단 기간 내 급속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시장이 점차 커지는 만큼 부작용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2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P2P 대출 취급실태 점검결과’에 따르면 국내 P2P 연계대부업자 178개사 중 20개사에서 사기·횡령 혐의가 포착됐다. 10곳 중 1곳이 금융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특히 올해 들어 업계 선두를 다투던 대형 P2P업체들의 범죄 정황이 포착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10월 P2P대출 플랫폼인 루프펀딩과 아나리츠 대표를 각각 구속했다. 루프펀딩의 경우 한 건설업체 대표와 짜고 특정 공사현장 자금으로 사용한다고 속여 약 8000명으로부터 투자금 합계 약 400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대표가 구속기소 됐다.

아나리츠는 플랫폼을 운영하며 투자자들로부터 약 1238억원을 유치한 자금을 투자금 돌려막기 등으로 사용해 약 4000명에게 총 300억여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이곳 대표를 포함한 3명이 구속되고 2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은 P2P대출 업체들의 일탈행위가 만연한 가운데서도 집계·발표들만 할 뿐 직접적인 관리·감독과 제재 등을 가하지 못하고 있다.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사진은 가짜 금괴를 제작해 담보로 내세운 업체가 공개한 금고의 모습(왼쪽)과 위조보증서 [사진=뉴시스]

P2P대출 업체들의 일탈은 계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17일 폴라리스 펀딩은 가짜 금괴를 제작해 담보로 내세우는 등 투자자를 속여 투자금 5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 1심 재판에서 대표를 포함한 6명이 징역 4년 등을 선고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 ‘제도적 근거 없어 관리·감독 어렵다’ 금감원 해명에 “늑장대처 핑계일 뿐”

주목되는 사실은 P2P업체들의 일탈 행위로 인한 투자자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는데도 금융당국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금감원은 P2P대출업체 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로부터도 직접 전화문의 등이 오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스스로 직접 법적대응을 하는 것을 안내해 주는 것 외에 금융당국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P2P대출 플랫폼 운영회사는 직접적으로 대출업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금감원 관리·감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법적으로 금융회사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금감원은 그들의 금융범죄 행위를 찾아내는 정도밖에 할 수 없는 처지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금융당국이 P2P대출 시장을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지난 10월 8000여명의 투자자들에게 약400억원의 피해를 입혀 대표를 포함한 2명이 구속되고 1명이 불구속 기소된 P2P대출업체 루프펀딩 홈피페이지 메인화면 [사진=루프펀딩 홈페이지 화면캡쳐]

현재 금융당국은 사기·횡령 혐의 등이 법적인 재판을 통해 판결나기 전 영업정지를 시키거나 사전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재판을 통해서 명시적으로 불법 혐의가 드러난 루퍼펀딩의 경우 현재 홈페이지는 계속 운영되고 있다. 루프펀딩 관계자는 “앞선 재판을 통해 전 대표가 구속돼 현재 대표가 바뀌었고 3차 공판 진행중에 있지만 영업행위는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P2P대출 시장이 태동하기 전부터 금융당국이 이러한 부작용을 인지하고 사전에 관리·감독할 근거를 만들어 놨어야 한다며 ‘금융당국의 늑장대처’를 지적했다. 임명수 한국P2P금융투자협회장은 “금융당국이 P2P대출 시장이 활성화되기 전에 부작용을 예상하고 관련 제도를 만들어놨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P2P대출 시장 진입 장벽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P2P대부업도 금융업인 만큼 사회적인 책임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P2P대출업계 투자자는 “부동산PF와 제2금융권 대부업을 하던 사람들이 P2P대출 시장에 뛰어들어 제대로 된 가치평가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해오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서 진입장벽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곽성규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곽성규 기자 skkwa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