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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을 추구하는가? 잠깐, 당신이 바라는 행복은 ‘지금 여기서 느끼는 행복’인가? 아니면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기억에 남는 행복’인가?
대체로 행복한 순간들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는다. 하지만 이 둘이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라는 주장을 담은 ‘행복론’이 나왔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발행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19일자)에 실린 “사람들은 어떤 행복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캐시 모길너 홈즈 교수는 이 문제를 다뤘다.
홈즈 교수는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과 행동의사결정 분야를 전공으로 하며 특히 시간과 관련한 행복론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연구는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이 구분한 두 개의 다른 개념 “당신의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과 “당신의 삶에 관해 행복을 느끼는 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홈즈 교수는 이것을 각각 ‘행복의 경험(experienced happiness)’과 ‘행복의 기억(remembered happiness)’이라고 불렀다.
‘행복의 경험’과 ‘행복의 기억’은 대부분 일치하지만 때로는 일치하지 않는다. 만일 친구들과 맛있는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그 순간 우리는 행복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것이 한 시간이나 하루, 혹은 몇 년 후에 돌이켜 봤을 때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된다면 ‘행복의 경험’과 ‘행복의 기억’이 일치하는 경우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험도 있다. 예를 들어 시험공부 하러 카페에 갔는데 친구를 만나 즐겁게 수다를 떨었을 때 그 순간은 즐겁고 행복하지만 다음날 시험을 망쳐서 그 시간이 원망스럽게 느껴진다면 ‘행복의 경험’과 ‘행복의 기억’은 일치하지 않는다.
반대로 쏟아지는 잠과 싸우면서 밤새 시험공부를 할 때는 괴롭고 힘들지만 다음날 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나중에 성적 장학금까지 받게 되면, 힘겹게 공부하던 시간들이 뿌듯하게 느껴지면서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다. 역시 ‘행복의 경험’과 ‘행복의 기억’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예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행복의 경험과 기억 중에서 어떤 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까? 이것을 밝히는 것이 홈즈 교수의 연구 목적이었다. 또 이러한 물음을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행복이 어떤 것인지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다고 홈즈 교수는 덧붙였다.
홈즈 연구팀은 18세부터 81세 사이의 연령층 수 천 명을 대상으로 ‘행복의 경험’과 ‘행복의 기억’ 중 어느 쪽은 선택하는지를 물었다. 이 때 행복의 기억은 한 시간이나 다음 날 기억했을 때(가까운 기억)와, 1년 후나 한 평생을 살고 난 후에 기억했을 때(먼 기억) 등 시간적인 차이를 두어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기준 시간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문화권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한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먼저 미국인 1145명을 대상으로 ‘행복의 경험’과 ‘행복의 기억’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를 물었다. ‘1년 후나 한평생 후에 기억될 행복(먼 기억 속의 행복)’과 비교했을 때 ‘현재 행복의 경험’을 선택한 응답자의 비율이 65~79%로 더 많았다. 하지만 ‘한 시간 후나 다음 날에 기억될 행복(가까운 기억 속의 행복)’과 비교했을 때는 ‘현재 행복의 경험’을 선택한 응답자가 48~49%로 거의 비슷했다.
연구팀은 설문을 통해 두 가지 다른 선택을 한 응답자들에게서 서로 다른 동기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현재 행복의 경험’을 선택한 사람들의 바탕에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철학이 있었다. ‘카르페 디엠’은 한 마디로 인생은 짧고 미래는 불확실하니 현재 순간을 누리자는 삶의 태도다.
반면에 시간이 지난 후에 느낄 ‘행복의 기억’을 선택한 사람들의 동기에는 다양한 욕구가 있었다. 즉 오래 지속되는 행복감,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려는 마음, 뭔가를 성취했다는 자부심 등에 대한 욕구로 나타났다.
홈즈 교수는 사람들이 평생이라는 긴 시간의 관점에서는 삶을 대하는 태도가 ‘더 철학적으로 되고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추구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 시간이나 다음날 같은 짧은 시간의 관점에서는 ‘노동과 근면을 강조하는 청교도적 윤리가 작용한다’고 해석했다. 즉 당장의 행복을 기꺼이 포기하고 나중에 느낄 행복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미국인 뿐 아니라 유럽인과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유럽인의 경우는 청교도적 노동관, 즉 단기적인 행복의 보류에 미국인(48%) 보다 좀 더 높은 선택(62%)을 보였을 뿐 다른 선택은 거의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아시아의 경우 놀랍게도 미국이나 유럽과 확연히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일본인과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한 시간 후의 기억’이든 ‘한 평생 후의 기억’이든 상관없이 ‘행복의 기억’보다는 현재 누리는 ‘행복의 경험’을 선택한 비율(81~84%)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연구팀은 동양인과 서양인의 선택이 두드러지게 다른 것은 문화적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동양권에서는 현재 순간의 깨어있음을 강조하는 종교가 오랜 역사를 통해 생활 철학으로 나타났다고 본 것이다.
홈즈 교수는 어떤 형태의 행복이 더 바람직한지는 처방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다만, 그는 행복을 자주 미루는 습성이 생기면 현재의 행복을 놓치는 일이 생길 수 있고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 행복한 삶과 점점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선옥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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