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추락, 닛산에 이어 미쓰비시 회장 축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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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의 경영권 싸움’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1-27 23:05:04

▲ 일본 검찰이 카를로스 곤(64) 닛산·르노 회장을 19일 금융상품거래법 위반혐의로 체포했다. 사진은 2017년 10월 6일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곤 회장. [사진=뉴시스]

자신이 받는 보수를 축소 신고함 해 금융상품거래법 위반 혐의로 일본 검찰에 체포·구속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회장이 22일 닛산자동차 회장에서 해임된데 이어 26일 미쓰비시 회장직에서도 해임됐다. 마쓰코 오사무 미쓰비시 자동차 CEO는 이 결정에 대해 “마음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도쿄에 수감된 곤 전 회장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실제 보수보다 총 50억엔(약 500억원)을 축소 신고하고 브라질과 레바논의 개인 주택 구입에 닛산의 공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가 확정되면 최고 10년 형의 선고가 내려질 수 있다. 일본 당국은 곤 회장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보수를 30억엔(약 300억원) 적게 신고한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은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동맹) 회장으로서 자동차 업계의 막강한 리더 역을 맡았던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의 추락을 보도하면서 이 사건을 곤 전 회장과 사이카와 히로타 닛산 CEO와의 관계에 주목했다. 27일자 NBC 뉴스는 닛산이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검찰에 떠넘긴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분명한 것은 곤 전 회장과 사이카와 CEO 사이에 심각한 악감정이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카를로스 곤이 지나친 권력을 가졌다’는 사이카와 CEO의 말을 26일자 기사 제목으로 잡았고, NBC 뉴스는 곤 전 회장이 체포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사이카와 CEO가 기자회견을 열어 그를 신랄하게 비판함으로써 두 사람의 관계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 카를로스 곤(64) 닛산·르노 회장이 19일 체포된 후 요코하마에 있는 닛산자동차 글로벌 본사에서 사이카와 히로토 최고경영자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사이카와 CEO는 이번 사건의 경위에 대해 “내부 고발이 있어서 내사를 통해 곤 회장의 부정을 파악하게 됐다”고 밝히고 “그 결과에 심한 분노와 실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NBC 뉴스는 또 사이카와 닛산 CEO가 “곤 전 회장의 축출은 닛산의 자율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한 사실에 주목했다. 르노는 닛산 지분을 43.4% 보유하고 있는 반면 닛산은 르노 지분을 15%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닛산 측의 불평등한 경영권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닛산은 르노와 동등한 파트너로서 르노의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NBC 뉴스에 따르면 닛산은 르노가 닛산의 이사회를 지명하는 권한을 제한할 것을 추진하고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차기 회장을 임명하는데 있어서 동등한 발언권을 모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프랑스 르노자동차 부사장 출신인 카를로스 곤은 1999년 르노자동차가 닛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닛산자동차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다. 이듬해 사장으로 승진한 뒤 닛산의 직원 대량해고 등을 과감하게 추진함으로써 엄청난 비용 절감으로 닛산의 재기에 공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그는 ‘코스트 킬러(cost-killer)’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