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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출국>

좌‧우 진영논리 떠나 묵묵히 가족애를 보여주는 휴머니즘 영화

곽성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2-02 09:43:34

지난 11월14일 개봉한 ‘출국’은 냉전시대였던 80년대 한 사회주의 경제학자의 비극적인 삶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당시 북한 사회주의 환상에 빠져 가족들을 데리고 입북 했다가 자신의 판단 실수 였음을 깨닫는다. 이후 유럽 공항에서 북한당국의 감시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가족들과 헤어지게 되고, 다시 가족들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하지만 결국은 떨어져 살게 되는 안타까운 이야기다.

주인공 오영민(이범수)은 독재 정권에 반발해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서독으로 망명한다. 베를린에서 지내던 영민은 자신의 학문이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설득에 넘어가 가족들과 북한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북한에서 강제 공작 훈련만 받게 되고 공작원들의 감시하에 유럽으로 다시 파견되는 공항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아내(박주미)와 작은 딸이 북한 공작원들에게 잡혀가고 만다.

큰딸 혜원(이현정)과 함께 베를린에 송환된 영민은 미국CIA와 한국의 안기부의 감시, 그리고 북한당국의 추적까지 받으면서 가족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실제 월북했다가 탈출한 오길남 박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 '잃어버린 딸 오!혜원 규원‘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한‧북‧미 3개국의 정보기관이 등장하고 액션씬도 많지만 시종일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묵묵히 흐르는 ’가족애‘와 ’부성애‘다.

영화는 주인공 영민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을 명확하게 선‧악이 구분되는 인물들로 규정하지 않고 그 경계상에서 그들 각자의 입장과 고민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당국의 요구로 또 다른 남한 학자에게 입북공작을 하는 등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족을 되찾고 싶은 주인공 영민. 자신이 남한의 안기부 요원으로 영민을 감시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영민을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보면서 친형처럼 생각해 그를 도와주려는 무혁, 무혁의 간절한 호소와 영민과의 우연한 날씨대화에서 인간적인 고뇌를 느끼고 영민과 가족들의 만남을 도와주려는 미국 CIA국장 등 흑백논리의 이념갈등 구조가 아닌 휴머니즘으로 스토리를 풀어가는 영화다.

한편 영화 ‘출국’은 개봉이후 현재 제한된 상영관과 상영횟수 가운데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우선 영화의 모티브가 된 오길남 박사와의 실화와는 영화가 많이 차이가 있다. 실제의 오박사는 북한에 가족들을 두고 나온 상태에서 유럽 공항에서 혼자 탈출했고, 영화의 마지막 신에서 북한에서 큰딸이 여유롭게 외국인 관광객 안내원으로 나오지만 실제로 오박사의 가족들은 요덕 수용소에 수감됐다.

기자가 뽑은 이 영화의 명장면은 주인공 오영민이 가족들을 구하는 조건으로 북한에 입북시킬 화학자 이문호 박사와의 대화 장면이다. 가족을 살리기 위해 이문호의 북한행을 설득 하면서 오영민은 자기가 과거 설득당해 잘못 결정한 모습이 오버랩 돼 떠오른다. 그리고 이문호가 북한행을 결심했다고 말하자 속으로 ‘나도 너같이 생각하고 북한에 갔다가 인생을 망치게 됐어! 그러니까 가면 안되는 거야 등신아!“라고 외친다.

인생은 영화가 아닌 만큼, 우리 현실의 삶에는 더 신중한 결정과 바른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곽성규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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