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으로 외면한 국민고통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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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으로 외면한 국민고통 직시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2-10 11:27:41

요즘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국가부도의 날은 지난 1997년 대한민국의 IMF사태(외환위기)를 다룬 영화다. 온 나라를 혼란 속에 빠지게 만들었던 IMF사태는 약 20년이 지난 지금 드라마틱하게 재구성돼 국민들의 기억을 상기시키고 있다. 영화가 흥행하며 당시의 상황을 정리한 콘텐츠와 뉴스까지 덩달아 인기를 끄는 상황이다.

영화는 2030세대들에게 아버지 세대가 겪었을 아픔과 충격을 알려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국가적 부도로 한 순간에 직장을 잃은 가장의 막막함은 감히 상상할 수 없겠지만 최근 취업난으로 변변한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 세대들의 그것과 통하는 부분이 없다고 볼 수 없다. 그들이 당면한 문제엔 정부의 무능이 한 몫 한다는 점도 20년 간극의 전후 사건에 공통점으로 남아 있다.

최근 몇 개월간 뉴스와 신문을 살펴보면 경기 부진을 다루는 내용의 기사가 주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생산량이 감소되고 기업과 소비자의 심리는 최악에 치닫고 있다. 향후 경기 전망까지 매월 나빠지는 상황에 물가는 치솟고 있다. 경제 불안을 암시하는 신호가 곳곳에 켜지고 있는 셈이다. 20년 전의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정부는 한국경제가 안전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부정적 지표는 숨겼다. 그러나 곯은 상처는 이내 터졌다. 국가적 문제를 책임져야할 정부는 숨기기에 급급했고 숨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외부에 손을 뻗혀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정부의 무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지시간 기준으로 지난 1일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후 뉴질랜드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기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기자들과 마주한 문 대통령은 엉뚱한 말을 내놨다. “국내문제는 질문 받지 않겠다”는 말이 그것이다. 기자들이 경제문제 등 중요 현안으로 판단되는 국내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문 대통령은 “대답하지 않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대답하지 못한 이유에 어떤 뒷사정이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나 한 나라의 수장이 기자회견에 임하는 태도로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오늘날 마주한 문제를 외면하거나 끝내 피한 정부의 모습은 어쩐지 20년 전 정부의 모습과 닳았다. 더 큰 문제로 커질 점을 두려워 한 것인지 아니면 역사적 오점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리기 싫어서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피한다고 해서 있는 문제가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재하는 문제는 모두 국민들의 부담으로 다가온다. 외환위기 당시 일자리를 잃은 건 애먼 서민들이었다. 그들은 문제없다는 정부의 말을 믿는 ‘죄’로 제대로 된 대처도 못한 채 위기에 따른 충격을 직격타로 맞아야 했다.

현 정부는 북한과의 평화 기류를 비롯한 외교적 성과만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면에 존재하는 경제적 문제는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업자 수와 설비투자 감소율 등의 수치가 외환위기 당시의 그것과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말이다. 국민들은 앓는 소리를 내고 있는데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듯 보인다. 웃기는 일이다.

20년 전 국민들은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세계에서 보기 드문 ‘금모으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이루어 진 것도 여기서 비롯됐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예상보다 3년 빨리 IMF관리 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윗물’의 헛발질을 ‘아랫물’이 수습한 셈이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윗물의 헛발질 때문에 아랫물들이 온갖 고초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는 마땅한 대책과 분석대신 근거 없는 밝은 전망만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연일 높아지고 있는 지금 나라를 위해 또 다시 금을 내놓을 국민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나라가 더 큰 위기에 처하기 전에 적극적으로 당면한 문제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평화도 중요하지만 먼저 국민들이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강주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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