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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광주형 일자리, 타결되면 파급효과 크다

타결 난항·첩첩산중…지역 경제의 회생과 연결되나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8-12-08 10:02:17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우리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효과가 크고 글로벌 경쟁자들에 비해 노하우와 기술 축적 측면에서 비교적 내세울만한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나 스마트 폰과 같이 세계 1등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 수십 년은 물론이고 미래에도 충분히 승산을 걸어볼만한 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기도 하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론이 그냥 한쪽 귀로 듣고 지나치기에는 심각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완성차 기준으로만 보면 세계 1등은 아니지만 부품 산업까지 포함해서 보면 결코 만만치 않은 저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중소 제조업 중에 자동차 부품만큼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산업도 흔치가 않다.
 
실제로 많은 부품 업체들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서플라이 체인에 편입되어 부품을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자동차 산업의 몰락은 한국 제조업의 자존심과 사활이 결려 있는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국 자동차 산업 위기의 진앙지는 어딘가? 외부 요인도 있지만 내부적인 요인이 더 많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자동차 생산량 기준 450만 대를 생산하여 세계 5위의 자리를 간신히 유지해 왔지만 이제 7위로 내려앉을 수 있는 처지로 전락하고 있다. 400만대 생산이 위태로워지고 있는 것이다. 생산량으로만 보면 10년 전으로 후퇴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해외 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에 더하여 GM 등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 완성차 업체들도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판이다. 자동차 제조 환경이 그만큼 열악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 첫 번째 이유가 노동생산성의 하락이다.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생산성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현대차의 1인당 노동생산성이 2년 전에 비해 무려 15.6% 줄었다고 한다. 2016년 기준 국내 5개 완성차 업계의 임금이 일본의 도요타 보다 1.2% 높고, 독일의 폭스바겐보다는 무려 15%나 높다. 매출 대비 임금 비중도 우리는 12.2%인 반면 도요타와 폭스바겐은 각각 7.8%와 9.5%에 그친다. 
  
둘째는 고질적인 노사분규이다. 경쟁 업체인 일본의 도요타차는 지난 56년간 분규가 한 차례도 없었지만 현대차는 32년째 이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 완성차업체의 취약한 지배구조도 한 몫을 한다. 이는 강성 노조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악순환으로 연결되는 빌미를 제공한다. 이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결국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항간에는 현대차가 망해야 한국 제조업이 산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다.
 
셋째는 정부의 무능이다. 자동차산업이 심각한 구조조정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이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우고 있는 듯하다. 국내에서 차를 생산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떠나야 정신을 차릴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는 미래차 개발을 위한 완성차와 IT 업체 간의 글로벌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이 부문에서 경쟁자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다. 글로벌 10대 완성차 업체 중에 유일하게 현대차만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는 성적표가 우리 자동차 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현주소다.             
 
결국 우리 사회의 해묵은 문제점인 ‘신뢰’가 회복돼야 지역 경제도 회생 가능
 
이러한 와중에 광주시가 현대차가 협력하여 ‘광주형 일자리’, 즉 10만대의 완성차 생산 공장을 광주에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임금은 주 44시간 근로시간 기준 3,500만원에 광주시가 임대 주택과 복지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현재 나오고 있는 핵심 골자다.
 
하지만 쉽게 타결될 것 같은 협상이 결국 노사 간의 쟁점 사항이 병목이 걸렸다. 35만대를 생산할 때까지, 적어도 향후 5년 간 임단협을 유예하는 조항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는 현대차와 노조 간의 뿌리 깊은 불신에서 비롯되고 있다. 기존 현대차는 이를 반대하는 결사항전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산 넘어 산이다. 타결 직전에서 고비를 맞고 있지만 타결이 되더라도 원안대로 진행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광주시가 중간자로서 현대차와 노조의 이해관계를 조정해낼 수 있는 정치적 역량도 시험대에 올라가고 있다. 무너지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꺼내든 회심의 카드지만 우리 제조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하다.   
 
‘광주형 일자리’는 신선하면서도 설득력도 있는 프로젝트로 보이기도 한다. 주력산업의 경쟁력 후퇴와 고령화의 급진전은 우리 지방은 갈수록 더 열악해지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극단의 처방이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졸지에 쪽박을 차는 지방이 더 늘어날 수 있는 현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은 다른 시·도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도 쉽지는 않지만 내심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염원도 적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문제들의 매듭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은 신뢰가 바닥까지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이해 당사자들의 불신의 골이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가 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다. 우리가 선진국의 문턱까지 도달하고 있다고 자평을 하고 있지만 신뢰의 성숙도 측면에서 보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여하튼 ‘광주형 일자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유사한 프로젝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으면 한다. 지역 경제의 회생을 위한 경쟁적 몸부림을 더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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