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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를 공격하기 위해 많은 전선을 이끌고 성산(成山)을 떠난 소정방은 물길을 따라 동쪽으로 내려와 6월 21일 덕물도에서 신라 태자의 영접을 받았다. 소정방이 7월 10일에 백제 남쪽에 이르러 신라군과 만나 함께 백제 도성을 깨겠다고 말하자, 신라 태자는 “우리 대왕께서는 지금 대장군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오셨다는 소식을 들으면 바로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새벽진지를 드시고라도 이내 오실 것입니다”라는 말로 환영했다.
이에 소정방이 크게 기뻐하며 신라 태자에게 돌아가서 병마를 징발하라고 말했다. 태자가 돌아와 당나라 군대의 기세가 매우 강성하다고 보고하니, 신라왕 김춘추는 기뻐하며 태자와 대장군 김유신과 장수 품일과 김흠춘 등에게 정예병 5만명을 거느리고 당나라 군대와 합세하라고 명을 내렸다.
6월 21일 신라 태자를 만난 소정방이 약 20일 후인 7월 10일에 백제 남쪽에 도착하겠다고 했는데, 인천 앞바다(덕물도)에서 충청도 금강입구(웅진구)까지 가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린단 말인가. 뿐만 아니라, 금강입구는 백제의 남쪽이 아니라 백제의 서쪽이라 기록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신라왕 김춘추는 소정방이 백제 남쪽에 도착하기 전 약 45일 전인 5월 26일에 도성에서 출발했는데 과연 그렇게나 미리 군사를 움직일 필요가 있었을까. 경북 경주에서 출발해 경기도 이천에 진을 치고 태자를 인천 앞바다로 보내는데 25일 걸렸고, 다시 20일 후 소정방과 합세하기 위해 전라도로 이동해야 했다. 과연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릴까.
반도사관을 추종하는 식민사학계의 지리비정으로는 위 역사기록이 전혀 맞아 들어가지 않는다. 위와 같은 움직임들은 넓은 대륙에서 일어난 상황이지 좁은 한반도에서 벌어진 일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덕물도 역시 한반도의 인천 앞바다가 아니라 바로 대륙백제의 서남쪽 어딘가로 보아야 할 것이다. 물길을 따라 동쪽으로 내려왔다는데 어떻게 황해바다를 건넜다고 해석할 수가 있단 말인가.
위 의직의 말은 <삼국사기> 원문에 ‘涉溟海不習水者’라고 기록되어 있어 당나라 군대가 건너온 海는 해주/해성과 같은 육지와 바다가 아니라 큰 강인 황하 또는 큰 호수인 발해임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海자 뒤에 ‘水에 익숙치 못한’이라는 문구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당나라가 황해를 건너 왔다면 水자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자 달솔 상영 등이 “그렇지 않습니다. 당나라 병사는 멀리서 왔으므로 빨리 싸우려고 할 테니 그 기세를 당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라인들은 이전에도 여러 번 우리에게 패했기 때문에 우리의 기세에 눌릴 겁니다. 이번 계책으로는 당나라 군사들의 길목을 막아 그들이 지치기를 기다리면서, 일부 군대로 하여금 먼저 신라군을 쳐서 예봉을 꺾은 다음 상황을 봐가며 합세해 싸운다면 군대를 온전히 유지하면서 나라를 보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의자왕이 머뭇거리며 어느 말에 따를지를 몰라 죄를 짓고 귀양 가있던 좌평 흥수에게 사람을 보내 “사태가 위급하게 되었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라고 물었다. 흥수는 “당나라 군사는 숫자가 많고 군율이 엄하고 분명합니다. 더구나 신라와 더불어 우리의 전후방에서 작전을 함께 하고 있으니, 만약 평원(平原)의 넓은 들에서 싸운다면 승패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백강(白江)과 탄현(炭峴)은 우리나라의 요충지로서 한 명이 한 자루의 창을 가지고도 만 명을 당해낼 수 있는 요새이오니 우리 군사들로 하여금 그곳을 지켜, 당나라 군사들이 백강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신라군이 탄현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대왕께서는 성문을 굳게 닫고 지키면서 그들의 물자와 군량이 떨어지고 장수와 군사들이 병졸들이 지칠 때를 기다렸다가 전력을 다해 공격한다면 반드시 저들을 쳐부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의 평원은 글자 뜻 그대로 평평한 벌판으로 해석될 수도 있으나, <한서지리지>에서 청주에 속하는 평원군(平原郡)일 가능성도 있다. 고당(高唐)현 등이 있다. 청주는 지금의 산동성 서부 제남 근처이므로 평원도 그 부근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평지를 버리고 두 군데 요새에서 당나라의 수군과 신라의 육군을 방어하라는 대책이었다.
이는 656년에 좌평 성충(成忠)이 옥에서 죽어가면서 임금에게 올린 대책과 같다. “충신은 죽어도 임금을 못 잊는 법이니 한 말씀 아뢰고 죽겠습니다. 신이 때의 변화를 보건데 반드시 날 리가 일어날 겁니다. 무릇 전투에서는 지형을 잘 택해야하는데, 강의 상류에서 적과 싸워야만 나라를 보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다른 나라 군사들이 쳐들어오거든 육로로는 침현(沈峴)을 지나지 못하게 하고, 수군은 지벌포(伎伐浦)의 언덕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 험준한 곳에 의거해야만 막을 수 있습니다”
위 문구의 내용 중 당군이 백제의 도성을 공격하려면 백강의 상류로부터 물결을 타고 내려올 거라고 했는데, 식민강단사학계는 이 백강을 현재 부여군 앞을 지나는 금강으로 비정하고 있다. 그런데 금강은 하류로부터 거슬러 올라가야만 부여에 갈 수 있어 위 역사기록에 일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백제수군의 요충지인 백강과 탄현은 과연 어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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