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가 불어온 인기…‘땡처리’에 열리는 지갑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E fact > 유통·물류·광고

유통기한 임박 제품 등 할인…장기적인 불황 염려는 상존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2-07 14:00:26

온라인 ‘리퍼브’ 매장 ‘이유몰’이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리퍼브 제품에 대한 인기가 치솟고 있다. 리퍼브 제품은 식음료, 화장품 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등 까지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혼수제품까지 리퍼브매장에서 구입하는 사람이 등장할 정도다.

7일 오전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온라인 리퍼브매장 이유몰이 올랐다. 이유몰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 땡처리 제품, 전시·리퍼 제품, 스크래치 등 약간의 하자가 있는 B급 제품을 최대 99%까지 할인해 판매하는 곳이다. 이유몰에 쏠리는 시선과 함께 리퍼브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올라가고 있다.

리퍼브 제품이란 ‘새로 꾸민다'를 의미하는 'refurbish'의 줄임말이다. 매장 전시용 제품, 반품 제품, 이월상품,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 등이 리퍼브에 해당한다. 리퍼브 전문 매장들은 해당 제품들을 새로 포장하며 신제품보다 약 40~50%가량 저렴하게 판매한다.

리퍼브 매장의 인기는 경기 불황의 심화가 견인하는 모양새다. 리퍼브 시장은 전통적으로 불경기에 호황을 누리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흠집이 나거나 반품된 제품 등을 정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기 때문에 지갑을 열기 어려워진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또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이 사용하던 제품을 싸게 내놓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리퍼브 시장이 팽창하게 된다.

리퍼브 제품으로 취급되는 제품군이 다양한 점도 인기몰이의 원동력이다. 삼성·LG·대유위니아의 가전제품부터 한샘 책장, 부도난 화장품 업체의 마스크팩·스킨·로션 등 다양한 제품들이 러퍼브 제품으로 새롭게 단장해 소비자에게 유통된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평소 필요했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정가 300만원짜리 의자를 60% 할인된 119만원에 살 수 있는가 하면 정가 110만원 식탁세트를 59만원에 구매할 수도 있다. 덕분에 금전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 혼수제품까지 리퍼브 매장에서 사들이는 고객들까지 발견되는 상황이다.

1인가구의 증가로 인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리퍼브 제품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7일 인기가 급상승한 이유몰을 비롯해 ‘떠리몰’, ‘임박몰’ 등 온라인 리퍼브 매장은 유통기한이 1주일도 채 안남은 식품류를 판매한다. 젊은 1인가구들은 이곳에서 ‘가성비’ 좋은 식품을 구입해 합리적인 소비를 실현하고 있다.

리퍼브 제품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100여개였던 리퍼브 오프라인 매장은 올해 300개 수준으로 늘었다. 업계는 올해 리퍼브 시장 규모가 지난해 대비 약 30% 성장한 10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리퍼브 시장의 갑작스런 호황에 따라 경제 불황에 대한 염려까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리퍼브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리퍼브 시장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기가 더 나빠져 리퍼브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면 유통하는 업체들도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소비자들의 지갑도 더 닫힐 수 있다.

또 리퍼브 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반면 컴퓨터, 노트북 등 전자기기는 매물이 줄어든 점도 우려를 사고 있다. 보통 낡은 전자제품을 신제품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리퍼브 매물이 늘어나는데 개인과 기업들이 경기 침체로 인해 전자제품을 잘 교체하지 않으면서 매물이 줄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대부분의 리퍼브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 전자기기 리퍼브 시장은 함께 불황을 걷고 있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