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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할 말을 성령이 곧 그때에 너희에게 가르치시리라 하시니라.”<누가복음 12 : 12>
전화선 16만8000회선, 광케이블 220세트를 태운 유, 무선 전화·인터넷, 심지어는 카드 결제까지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상점에서는 현금을 내야 했다. 내비게이션이 먹통이 되는 아찔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모두가 너나없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이번 사태는 기본적으로 KT의 관리부실이 문제였지만 국가기간 시설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미비했다는 점에서 정부 책임도 가볍지 않다.
현재 전기·통신·상수도·가스등 생활 관련 중요공급 시설을 모아 놓은 지하공동구는 국가에서 관리하지만 개별 통신선로는 해당 통신사가 관리한다. 이번 사고는 개인 불편에 그치지 않았다. 관내 112통신이 끊기면서 각 경찰서 112상황실 직원들이 서울지방경찰청 종합 상황실로 옮겨와 근무를 할 정도가 되었다.
경찰 경비 전화와 일반전화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신고 접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병원에서는 의료진 호출 전화와 응급실 전화가 먹통 되면서 진료에 차질을 빗었고, 용산 국방부의 내. 외부 전화망이 끊어지는 사태도 발생했다. 하나하나가 아찔한 상황들이다. 통신의 두절이 안전과 보안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다. 통신시설 문제가 발생하면 국민일상이 한 순간에 마비될 수 있지만 관리는 너무 허술한 것 같다. 사고 통신구는 소화기만 비치되어 있었을 뿐,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KT 아현지사가 ‘통신설비 집중국사’ 임에도 불구, 통신 장비를 분산 수용하지 않았고 주말 상주 직원이 2명에 불과 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통신이 중요해지는 스마트라이프 시대에 비해 관련 규정은 아날로그의 시대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세계가 알아주는 정보통신기술(IT)강국이다. 지난 1일부터 세계최초로 이동통신 5G서비스도 시작됐다. IT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도 한창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경제·사회·문화·안전 등 생활 전 영역에 통신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생활화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무용지물이 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젊은이들은 ‘석기시대’라고 했다.
자연재해가 발생 때 피해를 더 키우는 것은 바로 통신 마비다. 구조 자체를 더디게 할 뿐만 아니라 심리적 고립감이 초래하는 부정적 상황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얼마 전 발생한 경주 지진 때도, 일본 홋카이도 대지진 때도 그랬다. 이번 사건 후에도 서울에서는 공중전화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순간 불순 세력의 테러 혹은 뜻하지 않은 사고로 통신망이 훼손될 경우 국민의 생활기반은 간단히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온 몸에 전율이 흐른다. 서울 서북부 지역의 인터넷 먹통 사태와 함께 온라인상에선 뜻하지 내란선동 혐의로 9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석기 통합 진보당 전 의원의 이름이 거론됐다.
이는 지난 2013년 5월 이석기 전 의원과 통칭 RO(지하혁명조직)의 회합 녹취록에서 나온 KT혜화 지사와 평택 유류저장고 타격 언급을 떠올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 된다. 당시 이석기 전 의원은 “미 제국주의 군사적 방향과 군사체계를 끝장내야겠다는 이러한 전체 조선 민족의 입장에서 남녘의 (혁명)역량을 책임지는 사람답게 준비해야....”라며 관련 논의를 주도 한 바 있었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것은 수감 5년째인 이석기 전 의원이 최근 조계종 산하 불교인권위원회라는 곳에서 주는 ‘불교인권상’을 옥중 수상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 하며 냉소를 자아내고 있다. 온라인에는 ‘이석기가 왜 KT혜화기지를 공격하려 했는지 이제 알겠다’는 글들이 많았다고 했다. 고난도 해킹 기술 없이 ‘통신구 뚜껑’만 열고 불을 붙이면 우리 사회가 마비될 수 있음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화재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누군가의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공격으로 발생했을 때 초래될 재앙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이고, 당연한 주장이다. 통신구 화재 하나로 많은 이용자가 ‘원시 체험’을 한 하루가 이를 확인시켜준 것이다. 사물 인터넷 기반의 자율주행차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이번 참사 같은 통신 장애가 벌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
우리 사회는 이미 몇 차례 통신구 화재나 통신망 마비를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이런 경험에도 불구하고 통신망 안전과 보안의 허점은 곳곳에 남아 있다. 이번 사태로 금융기관이나 국가 중요시설이 피해를 보았다면, 엄청난 국가 재난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지하 공동구뿐만 아니라 개별 통신망 거점도 화재나 테러에 취약하다는 것이 이번 사고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통신사는 지진 등 재해 때 광역기지국을 가동하는 일본 이동통신사처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이는 기지국 하나가 먹통이 되도 인근 다른 광역기지국이 커버해 통신 두절 사태를 막는 시스템이다.
나아가 화재가 발생해도 소방관 진입이 어려울 정도로 크기가 작은 지하 통신구의 소방시설 규제를 지금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자동 화재탐지 설비와 자동 진화시스템이 있었다면 이번 화재도 초기에 진압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었지만 KT는 신속한 복구에 총력을 기우리는 것은 물론, 통신망에 대한 대대적 점검에 나서야 하고 경비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
특히 통신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감안해 통신 시설의 안전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초첨단통신,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같은 문명의 이기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결국은 사람이 만들고 관리한다. 안전이 없다면 이 모든 것이 사상누각이다. 방심은 금물이다. 요즘 남북정상회담 이후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심지어는 ‘김정은 답방 환영’ 불순단체까지 생겨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제2의 이석기를 생각하며 북한의 테러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디모데후서 1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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