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발등 찍은 정부기업 한국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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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2-10 00:02:19

한국전력공사(이하·한전)는 전원개발 촉진, 전력수급 안정화, 국민경제 발전 기여를 목적으로 ‘한국전력공사법’에 의해 설립된 법인이다. 인간 생활에 없어서는 필수품인 ‘전기’를 생산·공급하는 중책을 맡은 탓에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공기업 형태를 띠고 있다. 상장기업이긴 하지만 사실상 정부 혹은 정부산하기관 지분율이 절반이 넘는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지분구조 역시 정부 18.20%, 한국산업은행 32.90%, 국민연금공단 6.43% 등이었다. 한국산업은행은 정부가 100% 소유한 국책은행이다. 국민연금공단은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사실상 정부 소유나 다름없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보니 한전 수장 역시 정부기관과 유사한 선임 절차를 거친다.

한전 사장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후보군이 결정된 후 한전 관할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임명 제청을 하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동안 정권 교체 시기마다 한전 사장 역시 정부와 동일 코드를 지닌 인물로 교체되는 게 관례처럼 여겨진 이유다.

물론 현 문재인정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올해 4월 한전 사장에 임명된 김종갑 사장 역시 현 문재인정부의 전신으로 평가되는 노무현정부 시절 정부 주요 기관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김 사장 역시 역대 사장과 마찬가지로 취임 이후 줄곧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다.

설립 목적이나 성격, 지배구조, 수장선임 등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전은 최근 현 정부와는 다른 행보를 일삼은 사실로 물의를 빚고 있다. 한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전혀 다른 경영 행보를 보이는가 하면 反문재인을 외치는 시민단체에 막대한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밝혀졌다. 일감 지원을 위한 계약 형태는 수의계약이었다.

한전 수의계약 현황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도 여지없이 전·현직 임·직원 단체 소유 기업인 제이비씨(구·전우실업)에 수백억원대의 일감을 몰아줬다. 한전의 이 같은 행태는 고질적인 전관예우로 지적받아 온 사안이다. 지난해 ‘도서전력설비 위탁운영’ 명목으로 제이비씨에 541억원 가량의 일감을 몰아 준 한전은 올해 역시 같은 명목으로 598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이 매 년 초에 이뤄졌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문재인정부 출범 이전에 비해 오히려 더욱 활발한 전관예우 행보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특정 단체나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는 문재인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인 경제민주화에 반하는 행위로 지적되는 사안이다. 올 3월에는 대통령 명의 헌법 개정을 통해 공무원 전관예우 척결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한전의 ‘문재인 발등 찍기’ 행보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한전은 올해 反문재인정부 성격의 보훈단체인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에 3차례에 걸쳐 총 135억원이 달하는 일감을 퍼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차례 계약을 통해 약 27억원 가량의 일감만을 몰아주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5배가 이상 늘어난 셈이다. 그 마저도 2017년 4월 계약했던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지난해 5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일감을 대폭 늘렸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는 과거 보수정권 시절 관제대모에 수차례 참여한 보수적 성격의 보훈단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운동을 비롯해 태극기 집회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계기가 됐던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맞불집회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상 현 문재인정부와 정반대 성격을 지닌 시민단체로 평가된다.

정부기업인 한국전력이 현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에 백억원이 넘는 일감을 몰아 준 사실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경제민주화를 주창하는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전·현직 단체 소유 기업에 막대한 일감을 몰아준 것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상 한전이 뒤로는 반정부 행동을 일삼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한국전력 수장인 김종갑 사장이 올해 4월 취임했다고는 하지만 기존에 있던 관행을 그대로 유지해 나가고 있는 이상 그에게도 아예 책임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얼마든지 일감지원을 중단시킬 수 있는 자리에 오른 그가 한국전력의 반정부 행위를 방치한 것은 조직 장악능력을 의심케 할 만한 사안이다. 더욱이 조직 구성원과 국민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수장 자질도 의심해 볼 만 하다.

김 사장과 한국전력은 직접 해당 사안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정부소유 공기업과 정부와의 파열음은 결국엔 국민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직접 나서지 않는다면 정부 차원에서 강제적으로 해당 사안의 배경을 공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한국전력의 태극기집회 참여 단체에 대한 수백억원대의 일감지원은 현 정부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적대감을 안겨주는 등 상당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