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관점에서 본 북·미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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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관점에서 본 북·미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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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2-12 00:18:32

인류사에서 벌어진 수많은 전쟁은 언제나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됐다. 경제적 이익과 무관했던 전쟁은 손에 꼽을 정도다. 고대의 전쟁 목적은 영토 확장과 정복지 노예 획득이었다. 기름진 영토와 풍부한 노동자원은 경제력과 국방력의 척도였다.

17~19세기 영국·프랑스·스페인 등 서구열강들이 아메리카·아프리카·아시아 대륙을 침략해 식민지로 만든 것도 경제적 이해관계와 무관치 않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수요에 비해 초과공급 현상이 발생했고 이는 서구 열강들의 새로운 소비시장 쟁탈전을 불러왔다.

반면 당시 식민지가 없었던 미국은 공장창고에 물건만 쌓이면서 1929년 대공황을 맞았다. 제1차 세계대전 패배로 식민지를 빼앗긴 독일은 대공황의 여파까지 겹치며 경제위기를 맞았고, 이틈을 비집고 집권한 히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1982년 경기침체를 겪고 있던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전쟁을 일으킨 주요원인 중 하나로 포클랜드 제도 인근해역의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이 꼽힌다. 2003년 발발한 이라크 전쟁은 세계 4위의 석유매장량을 보유한 이라크를 영향력 아래 두려는 미국이 이라크 내 대량살상무기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일으킨 전쟁이다.

비단 전쟁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각변동과 합종연횡의 기저에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항상 작용하고 있다. 1989년 소련이 붕괴된 이유로 △공산주의 체제의 한계 △미국과의 군비경쟁 △동유럽권의 자유화 물결 등 정치사회적 요인보다는 △서방국가들의 대(對)소련 밀 수출 동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석유정책 대결 패배에 따른 유가와 시장점유율 하락 등 경제적 요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팽창전략에 맞서 봉쇄전략으로 대치하고 있는 미국이 유독 미·일 동맹을 강조하는 이유는 단지 ‘동맹 강화’ 자체에만 있지 않다. 미국은 2018년도 7790억 달러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2019년도 국방부문 예산을 7160억 달러로 대폭 늘렸다. 세계의 경찰국가·유일한 초강대국임을 자임하는 미국으로선 국가재정 부담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반면 일본은 아베정권 이후 지속적으로 국방비를 늘리며 미국에 든든한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한·미동맹이 미·일동맹 보다 뒷전인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저유가 기조를 유지하며 팽팽하게 맞서왔던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3월 저유가 경쟁을 종식하고 배럴당 50달러 선을 지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저유가로 인한 양 국의 경제적 타격을 막자는 것이다. 미국은 더 나아가 지난 5월 ‘이란의 핵개발 중단 합의는 거짓이다’며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파기하고 대(對) 이란 경제제재에 들어갔다.

세계 3위의 원유매장량을 보유한 이란의 석유와 가스 수출 길을 막아버린 배경에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맺은 유가 50달러 유지에 이란이 가장 큰 걸림돌이란 점이 작용했다. 이란의 석유 수입국인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보복이 무서워 눈치를 살피고 있지만 이란에 우호적인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사실상 종착점이라 할 수 있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남한 답방과 내년 초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전망이 어느 때 보다 밝은 데는 이 같은 국제정세에서 기초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 핵 협정을 통해 이란을 중동지역의 교두보로 삼고자 했지만 실패했고, 이를 거울삼아 제1차 북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정교한 대북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는 물론이고 주변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비핵화 협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강경외교를 펼쳤고 성과를 냈다. 미국의 적국들로 둘러싸고 있던 이란과는 전혀 다른 형국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을 시장경제체제를 갖춘 국가로 전환할 것임을 분명히 한 점과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 해소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는 점도 미국이 거둔 성과라 할 수 있다. 중국에 강경입장을 보이면서도 유독 김정은 위원장을 추켜세웠던 트럼프 미 대통령의 속내가 읽혀진다.

미국에게 있어 이제 남은 관심은 북한의 시장경제 도입으로 인해 얻게 될 미국의 경제적·지정학적 이익의 규모에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종전의 ‘선 비핵화·후 대북제재 해제’ 입장에서 ‘단계적 병행추진’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대북 강경파인 존 볼튼 미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이 내년 1~2월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대북제재 해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비즈니스 맨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해 온 북·미협상의 종착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김진강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