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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이나 B급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리퍼브 매장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리퍼브 제품이란 ‘리퍼비시드 프로덕트(refurbished product)’의 줄임말로 약간의 흠집이 있거나 디자인이 문제가 있는 제품을 손질해 정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경기불황의 반증 ‘리퍼브 제품’ 인기몰이…가구·가전·생활용품 등 다양
리퍼브 매장은 유통업체로부터 사들인 리퍼브 제품을 다시 포장해 대폭 할인된 가격에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유통업체는 재고를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똑같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온라인 리퍼브매장에는 이유몰과 떠리몰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곳에선 스크래치 상품, 땡처리 제품, 재고상품, 리퍼제품,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료품 등 일반 유통점에서 판매가 어려운 제품들을 모아 최대 99%까지 할인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매장과 달리 제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리퍼브 매장도 인기다. 신혼부부들이 주 단골인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올랜드아울렛은 다양한 브랜드의 가구·가전을 정가 대비 30~7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올랜드아울렛은 △홈쇼핑·인터넷에서 판매됐지만 고객의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제품 △매장 전시용으로 사용돼 미세한 흠집이 생긴 제품 등이 판매되고 있다. 취급 제품도 가구부터 전자제품, 김치냉장고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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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김해인] ⓒ스카이데일리 |
올랜드아울렛을 찾은 이명숙(54·여)씨는 “TV에서도 보고, 주위에서 흠집 나고 반품된 제품을 싸게 판다고 해서 왔다”며 “경기가 불황인 요즘 조금이라도 싼 제품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날 원목 싱글침대를 정가에서 47% 할인된 가격에 구매했다.
올랜드아울렛 가산디지털단지점 관리자는 “사람들이 원목계열을 많이 선호한다. 하자가 있는 제품이 아니고 단순 반품된 제품이라 정가에 비해 많이 싼 가격으로 판매돼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리팀장은 “파주 본사에서 다량의 물건을 매입하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을 조정할 수 있어 큰 폭의 할인을 할 수 있다”며 “비싼 혼수가구 가격에 부담이 되는 신혼부부도 많이 찾고, 1인 가구의 증가로 막 입주를 시작한 사람들도 많이 찾아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선 삼성전자의 65인치 SUHD 평면 TV가 리퍼브 제품으로 정가 418만 원에서 45% 할인된 23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바로 옆 LG전자 역시 55인치 UHD TV가 리퍼브 제품가격은 정가 547만 원에서 49% 할인된 279만 원이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 3일간 사용된 노트북은 정가 130만 원에서 52% 할인된 61만 9000원에, 미세한 스크래치로 리퍼브된 정품 카리스 거실장은 정가 75만원에 52% 할인 된 36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올랜드아울렛은 가전·가구 제품 뿐 아니라 프라이팬, 생필품, 주방용품 등 다양한 리퍼브 제품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정기 이벤트를 통해 ‘알뜩족’ 유입을 위한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B급 상품이 가성비 甲…“진보된 알뜰족들 많아”
가구·가전 리퍼브매장에 이어 서울 명동의 레드마커를 찾았다. 레드마커는 의류 전문 리퍼브매장으로 브랜드의류를 정가 대비 최대 90%까지 할인 판매하는 곳이다. 매장 초입 ‘해외 명품&디자이너 매일입고 리퍼브샵’이 눈에 띈다. 여성의류 뿐만 아니라 남성의류, 신발, 선글라스 등 유명 해외 브랜드 및 디자이너들의 인기 상품을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레드마커 리퍼브매장에는 유명 백화점 브랜드 못지않은 디자인과 재질의 의류가 많다. 절반 이상의 할인된 가격으로 유명 브랜드의 옷을 살 수 있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의 연령층도 다양하다. 직장인 김민선(31·여)씨는 “가끔 리퍼브매장을 찾는다”며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잘 찾으면 백화점 부럽지 않은 좋은 제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레드마커 매장 관계자는 “리퍼브 제품은 직접 해외에서 수입해 판매하기 때문에 많은 할인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예전부터 알고 오는 단골손님이 많은데 최근에는 광고물을 보고 찾아주시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소비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게 사실인거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리퍼브제품의 인기요인에 대해 장기간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함께 가성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기 때문이라는 지적하고 있다.
김시월 건국대학교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요즘 자신의 재화를 바탕으로 상품과 서비스 선택을 고려하는 층이 많아지는 것 같다”며 “과거의 부모님 세대의 워커홀릭으로서 무조건 모으는 ‘알뜰’과는 달리, 다양해진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욕구와 요구에 잘 부응하는 이른바 ‘진보된 알뜰족’이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혜경 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리퍼브 매장을 찾고, 리퍼브 상품을 산다는 기저에는 가성비에 대한 심리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며 “리퍼브 매장 혹은 리퍼브 상품이라는 것 자체가 꽤 오랜 기간 있어 왔던 것이지만 최근에 더 빛을 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리퍼브 매장에서 파는 상품은 기능에 문제가 없고 흠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약간의 흠을 감수하고 절반의 가격으로 얻을 수 있다면 '득템'인 셈이다”며 “가격대비 만족이라는 것은 결국 유사한 다른 상품의 가격과 비교되는 것이기에 괜찮은 상품을 저렴하게 잘 샀다는 것은 스스로에게나 남에게나 칭찬받을 만한 센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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