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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이어진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 끝에 지난 1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국민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로써 파리 중심가에서 자동차에 불을 지르고 거리의 상점을 파괴하고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던 시위대의 분노가 가라앉았을지는 아직 의문으로 남아있다.
영국의 언론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자 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할 때 앉았던 황금빛으로 장식된 집무실의 책상에 주목하면서 ‘노란 조끼’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고 평했다.
작년 5월 ‘사회 분열 극복’을 다짐하며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순간을 맞아 전 국민이 지켜보는 TV 카메라 앞에 앉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10일 저녁 8시(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지켜본 프랑스 국민은 2300만 명이었다.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 팀이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봤던 시청자 수와 비슷하다.
가디언은 ‘마크롱 대통령이 사회적 불평등을 연설하기 위해 방이 365개 있는 화려한 엘리제궁에서도 가장 호화로운 황금빛 방을 선택했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그 모습이 거리를 점령하고 있던 노란 조끼의 시선을 벗어날 수 없었다고 논평했다.
유류세 인상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는 회를 거듭할수록 프랑스 사회 전반에 걸친 경제적 불평등 문제로 확대되면서 시위 양상도 격렬해졌다. 특히 ‘부자들의 대통령’으로 비난을 받는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마크롱 물러나라’ 등의 구호가 나왔다.
엘리제궁은 1718년 건축된 이후 프랑스 귀족과 왕실의 저택과 별장으로 쓰이다가 현재까지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로 사용돼 왔다. 미국 백악관의 두 배 규모인 엘리제궁의 연간 유지비는 1억 400만 유로(약 1330억 원)로 추산된다.
40세 젊은 대통령의 화려한 집무실이 눈에 띠는 이유는 또 있다. 외신에 따르면 바리케이드 뒤에서 시위대가 쏟아놓는 불평 중에는 엘리제궁 내부 리모델링 과정에서 드러난 ‘마크롱 대통령의 사치’가 있었다. 지난 6월에는 엘리제궁이 식기류 교체를 위해 50만 유로(6억 4천만 원)를 썼고 30만 유로(약 3억 8천만 원)짜리 카페트를 구입했다는 사실이 민생에 지친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그동안 폭력적 시위에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마크롱 대통령은 10일 대국민담화에서 “나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자세를 낮췄다. 그는 내년부터 실시 예정이던 유류세 인상을 보류한다는 발표를 했지만 그것으로 해결하기에는 “분노가 더 깊다”고 인정했다.
담화를 통해 마크롱 대통령은 다음 4가지 사항을 약속했다. ▲최저임금 월 100유로(12만 7000원) 인상 ▲초과 근무 수당에 과세 중단 ▲기업이 노동자들에게 비과세 연말 보너스 지급 ▲연금생활자에 대한 세금 인상 계획 철회 등이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지난 4일(현지시간)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국무총리를 통해 내년 1월부터 예정됐던 유류세 인상을 6개월 동안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끝내 양보하지 않은 것은 부유세 관련 쟁점이다. 분배를 위한 중요한 정책 수단이었던 부유세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마크롱 정부는 다수 국민의 반발을 샀다. ‘노란 조끼’ 시위대가 마크롱 대통령을 국민의 현실과 동떨어진 ‘부자들의 대통령’이라고 비난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부유세 환원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지난 4주에 걸친 시위로 인한 상처를 겪은 후, 마크롱 정부는 이번 주말에 예고된 노란조끼의 ‘다섯 번째 행동(Act 5)’을 막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으로 수습 안을 내놓았다.
경제적 불평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폭발한 ‘노란 조끼’ 시위대의 분노가 대통령 담화를 통해 어느 정도 누그러졌는지는 이번 주말에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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