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주 
부산 
제주 
지난 11월 1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혼족의 품격’이란 주제로 혼족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혼족이란 혼자 사는 사람을 의미한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1인 가구’와는 격이 다르다.
혼족의 증가는 다양한 사회현상으로 기인한다. 그중 ‘관태기’에 따른 혼족의 증가가 눈에 띈다. 관태기란 관계와 권태기를 합쳐 놓은 말로 극심한 경쟁 스트레스와 취업난, 생활고 등으로 인해 인간관계를 힘들어 하는 청년들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신조어다. 한마디로 기존 스트레스에 또 다른 스트레스를 만들기 싫어서 혼자가 된 것이다.
‘혼족의 품격’은 이런 혼족들을 위로하고 아울러 청년농부를 지원하는 취지로 프로그램이 기획됐다. 이 프로그램은 황지희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팜푸드비즈니스전공)가 기획하고 진행했다. 황 교수는 이날 혼족을 위한 다이닝으로 ‘지라시초밥’을 시연해 보였다. 필자도 현장에서 시연을 보고 지라시초밥 만들기 체험도 했다. 참가비 1만원은 ‘얼굴있는 농부’라는 청년농부들이 만든 제품 구매교환권과 교환해 줬다.
‘혼족의 품격’ 등 푸드비즈니스 관련 행사 진행 활발
황 교수에게 가장 첫 질문으로 음식에 입문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황 교수는 “대학 졸업 후 우연히 일본 연수를 가게 됐다. 약 20년 상황이라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했던 시대가 아니어서 일본 식문화를 처음 접했을 때 문화적 충격이 대단했다. 나름 다양한 음식을 접했다고 자부했는데,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생각으로 본격적으로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황 교수 이야기를 하기 전에 반드시 언급돼야 하는 게 어머니 배윤자 요리학원 원장이다. 배 원장은 칼라TV 보급 이후 음식방송이 처음 등장할 때 가장 먼저 카메라 앞에 섰던 방송 1세대 요리연구가다. SBS TV 개국 프로그램인 ‘남편은 요리사’ 진행을 맡아 몇 년간 활동했다. 배 원장은 원래 어려서부터 아나운서가 꿈이었던 터라 요리MC로 최적화 돼 있었다. 당시만 해도 연예인 못지않게 인기가 많았다. 배 원장은 현재 문인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황 교수는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요리연구가로 활동하고 있어서 특별히 음식에 입문하기까지는 큰 고민이 없었다”면서 “물론 학창 시절에는 꼭 요리에 관련된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술회했다.
황 교수는 한 요리연구가 소개로 오사카(大阪) 아베노츠지(あべのTsuji) 조리사전문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인 요리 세계로 입문했다. 이후 황 교수는 성신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서 석·박사, 경기대학교 대학원 식공간연출학과에서 석사를 취득하는 등 만학을 학구열로 뛰어 넘어 다양하고 깊이 공부했다. 현재는 한국식공간학회 푸드코디네이터 이사, 동아시아식생활학회 이사 등을 역임하면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일본 유학 갔다가 요리로 전공 선회…학구열로 앞서가
특히 청강문화산업대 푸드스쿨을 이끌어가는 교수진 일원으로 타 대학과 차별화된 커리큘럼을 선보이면서 외식산업 교육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푸드스쿨은 3년제로 팜푸드비즈니스, 푸드콘텐츠, 식품영양, 카페베이커리, 조리전공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황 교수는 팜푸드비즈니스 전공을 담당하고 있다.
황 교수는 “팜푸드비즈니스 전공은 지속가능한 식재료의 가치를 바탕으로 메뉴상품개발 브랜딩, 마케팅 등 푸드 비즈니스에 필요한 능력을 키워 식(食)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며 “메뉴개발과 기획 팜푸드 콘텐츠 제작 및 브랜딩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재학 중 실전 경험을 통해 푸드메이커스를 양성하는 국내 유일한 전공”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토지에서 나온 계절 채소와 고기 등의 소재의 좋은 점을 활용, 지역성이나 계절감을 소중히 하는 ‘떼루아’가 팜푸드비즈니스가 추구하는 음식”이라며 “고도의 조리 기술과 폭넓은 지식, 실전기술이 있는 ‘농작물에 강한 음식의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 셰프는 농작물에서 창의적인 메뉴를 개발 한다. 우리 전공은 누구도 구현할 수 없는 독창적인 메뉴를 개발하기 위한 첫 단추로 지역 식재료에 대한 철저한 안목을 가르친다. 교육과정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텃밭재배부터 시작한다. 식재료가 자라는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농작물에 대한 이해와 깊은 통찰력을 깨닫게 된다. 또한 팜푸드 트립을 통해 재래시장과 농장의 환경을 이해할 수 있다”
‘레시피 중심 조리보다 식재료 연구·개발 중요한 시대’ 강조
황 교수는 레시피 중심의 조리 교육이 아닌 식재료에서 메뉴를 개발하고 철저한 조리 스킬로 완성도 높은 음식 만들기를 강조했다. 황 교수에 따르면 미래 식품산업은 가정식대체식품(HMR), 발효식품, 유기농식재료를 활용하는 메뉴에 시장성이 있다.
황 교수는 “신메뉴 개발은 팜푸드비즈니에서 핵심 역량”이라며 “교육과정도 특정한 한식, 양식 등의 스킬에 따른 조리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식재료의 분류를 기준으로 채소, 곡물, 해산물, 육류 등의 재료별 특화된 과목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자신의 세부전공을 따로 떼어내 설명하지 않았다. 팜푸드비즈니스 전공 전체를 아울러서 설명을 이어갔다. 미래 산업에서 평생직장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철저한 1인기업과 협동조합으로 창의적인 직업을 만들어 내는 사람만이 성공 할 수 있다”며 “팜푸드비즈니스 전공에서는 평생 직업을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입시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에 대해 묻자 그는 “어떤 분야든지 입학하기 전에 꼭 학교를 방문하기를 바란다. 홈페이지만 보고 또는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2~4년을 낭비하기에는 등록금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며 “오픈 스쿨이 있다면 꼭 가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팜푸드비즈니스 전공 안착…학생들 전공 잘 살려 진출하길”
음식과 관련해서는 화려한 음식보다는 식재료 자체의 맛을 즐기는 편이라 드레싱 없는 샐러드, 담백한 맛의 빵을 좋아하는 그는 어머니 음식은 뭐든 다 좋아한다고 했다. 황 교수는 “어머니 음식은 어느 것이 맛있고 없고를 떠나 모두 나의 소울푸드”라며 “맛도 맛이지만 손이 무척 빠르셔서 언제나 마술처럼 음식을 만들어 내셨다”고 했다.
황 교수는 주로 학교 근처에서 외식을 하기 때문에 근처 식당을 이용한다고 했다. 특히 교내 ‘쿨투라’라는 대학 직영 레스토랑을 자주 간다. 가성비도 좋고 학과 학생들이 만들기 때문에 식재료에 대한 믿음이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는 “새로 만든 팜푸드비즈니스 전공이 잘 세팅되고 이런 가치관을 가진 학생들이 음식관련 된 업(業)을 가지면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100년 전통 종로 맛집 ‘이문설농탕’ |
이문설농탕은 설렁탕 전문점으로 4대째 식당업을 이어가고 있는 대중음식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이자 서울특별시 허가 제1호로 공식 등록된 곳이다. 1904년 창업주 홍(洪)씨가 ‘이문옥’으로 개업해 오늘에 이른다. 요즘은 그래서 '100년 전통'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상호 이문(里門)은 서대문으로 일컫는 돈의문이 경사가 가파른 곳에 있어서 통행이 힘들다는 민원이 있자 세종 때 약간 남쪽으로 옮겨 '문을 새로 냈다' 하여 이문, 새문, 신문(新門)이라 이름 붙인 게 연원이다. 새문안교회, 신문로 등 지금도 건물과 도로에 흔적이 남아있다.
이문설농탕 대표 메뉴는 몰론 설렁탕이다. 도가니와 사골 등을 17시간 정도 끓여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맑은 국물'이 특징이다. 고명으로는 양지와 소머리고기는 물론 다른 집에서 볼 수 없는 마나(소의 지라, 비장), 우설 등을 담아 내온다.
이 집의 음식 철칙 중 하나는 화학조미료를 일체 넣지 않는 것이다. 그래선지 깍두기 국물을 떠먹어도 시원하고 감칠맛이 난다. 요즘 음식에 화학조미료 안 넣는다는 마케팅 포인트는 너무 식상하다. 아무튼 깍두기 국물에서 들큰한 설탕 맛이 나는데, 이 집 주장대로라면 내 입맛이 잘못된 것이리라.
1904년 창업주 홍씨가 개업한 이래 2대 운영주인 오(吳)씨 등을 거쳐 지금은 4세대가 운영한다. 일제강점기부터 종로구 공평동에서 영업을 해오다 재개발이 되면서 2011년에 지금 장소로 이전했다. 노포는 역시 오래도록 입맛이 길들여진 노인 분들이 많이 찾는다.
설렁탕은 소의 여러 부위를 넣고 끓여내 밥과 함께 내놓는, 오늘날 서울을 대표하는 가장 서민적인 음식 중 하나이다. 설렁탕은 조선시대 말부터 일제강점기 사이에 서울 전역에 전파됐다. 설렁탕, 선농탕(先農湯), 설농탕(雪濃湯, 設農湯) 등 여러 가지 표기로 쓰이면서 다양한 유래설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몽고인들의 음식인 공탕(空湯, 맹물에 고기를 삶은 물)이 고려시대 우리나라에 들어와 설렁탕이 됐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조선시대 왕이 선농단(先農壇)에서 제사를 올리고 친히 논밭을 가는 의식을 치른 후 주변의 사람들을 배불리 먹인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설렁 설렁 만들어서 그랬다는 개그 같은 유래설도 있다.
실제 세종대왕 시절 이런 기록이 있다. “임금이 선농단에서 친경(親耕)을 하시는데 사나운 비가 쏟아져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에 신하들이 배고픔을 호소하자 임금이 친경 때 쓰던 소를 잡아 맹물에 끓이라 하시고, 이 국물에 소금을 넣어 먹었다.”
1904년 서울에 이문설렁탕이 생겨난 이후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급속도로 확산됐다고 한다.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에도 앓아누운 아내가 먹고 싶어 하는 것이 설렁탕 국물인 것을 보면 그 대중성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설렁탕과 곰탕 차이 공부. 설렁탕은 소뼈(우골) 국물, 곰탕은 소고기(우육) 국물이다. 설렁탕 국물 맛은 담백하고 가벼우며 색깔이 뽀얗고, 곰탕은 진하고 무거우며 색깔이 누렇다. 설렁탕을 더욱 맛있게 먹으려면 담백한 국물 그대로 먹거나, 얼큰한 맛을 원하면 깍두기 국물을 풀어서 먹는 것이 전통적인 서울 방식이다.
현재 서울시에는 이문설렁탕, 잼배옥 등 전통을 자랑하는 설렁탕 음식점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마포와 상암 두 곳에 있는 양지설럴탕도 서울 사람 입맛을 한 것 사로잡고 있다. 설렁탕은 한마디로 대표적인 서울 음식이다.
|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3
감동이에요0
화나요2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