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목숨 담보한 낙하산 인사의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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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목숨 담보한 낙하산 인사의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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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2-14 00:03:21

지난 11일 코레일 8대 사장을 맡았던 오영식 전 사장이 임기를 1년도 다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근 두 달 사이 철도사고가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발생한 데 이어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 한 강릉선 KTX탈선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안전불감증 및 관리부실 논란에 휩싸인 탓이다.

코레일의 안전사고 우려는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매번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돼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이번에 터진 강릉선 KTX 탈선 사고만 봐도 사태의 심각성을 익히 짐작할 수 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강릉선 KTX 고장을 알려주는 경고 장치와 선로 전환기가 설계 단계부터 오류가 있었다고 한다. 선로전환기가 오작동을 일으키면 경고신호를 보내는 장치가 있는데, 여기에 연결된 회선 자체가 이미 잘못 연결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간 열차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게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다.

코레일의 안전불감증 및 관리부실의 근본원인을 되짚어보면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가 자리잡고 있다. 실제 오 전 사장은 취임 전부터 캠코더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숱하게 받아왔다.

오 전 사장은 여권 3선 의원 등의 이력을 지닌 정치인 출신이다. 문재인정부 핵심인사들과도 돈독한 인연을 맺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지만 철도 분야 경험은 없었다. 국민의 철도안전을 책임져야 할 코레일 수장이 정작 철도관련 전문성은 갖추지 못한 셈이다.

이번 강릉선 탈선 현장 브리핑에서 내뱉은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사고 원인이 추운 날씨 때문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하루 만에 말을 바꾸는 등 심각한 전문성 결함을 드러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앞으로 또 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5년 코레일이 출범한 이후 8명의 사장이 임명됐지만 그 중 철도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사장은 3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전문성을 갖췄다고 해도 민영화나 비정규직 문제 등 정부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이뤄지다보니 정작 국민들의 철도안전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코레일 사장 뿐만이 아니다. 현재 코레일 본사와 계열사 5곳의 임원 37명 가운데 3분의 1인 13명이 철도와 관련없는 정치인 출신 인사로 분류된다. 국민들의 철도안전을 책임지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지시해야야 할 임원들부터가 전문성이 없는데 과연 제대로 된 철도안전이 이뤄질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당장 오 전 사장을 향해 사고책임을 운운했던 김현미 국토부장관도 전문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공기업 및 관련 정부부처 책임자의 대대적인 인사혁신은 필수다.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보은인사는 돌이킬 수 없는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