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철도노조 기득권에 밀린 국민안전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데스크칼럼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2-17 00:02:29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이 지난 11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올해 2월 취임한 지 불과 10개월 여 만의 일이다. 오 전 사장 사퇴는 ‘KTX 열차 탈선 사고’가 결정적 계기가 되긴 했지만 사실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각종 사건·사고로 인한 불신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달 이후부터 알려진 코레일 관련 각종 사건·사고만 해도 수건에 달한다. 지난달 19일 KTX 열차와 포크레인 충돌 사건을 시작으로 전기공급 중단에 따른 열차 지연, 분당선 열차 고장, 광명역 KTX 고장, 새마을호 작업자 사망 등 그야말로 조용한 날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사건·사고가 잦았다.

연이은 사건·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수장이 사퇴하기에 이르렀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됐는지는 의문이다. ‘비전문가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오 전 사장이 미흡한 조직 관리 능력과 방만한 경영행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서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하더라도 코레일이라는 조직 자체가 송두리째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코레일 내부에는 여전히 무사안일주의, 안전불감증, 철밥통 사수 목적의 집단이기주의 등이 만연하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사고 대부분은 코레일이 직영으로 맡은 현장에서 발생했다. 코레일 1차 하청업체 한 종사자는 “코레일 눈치를 봐야하는 하청업체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이 황당 그 자체인 사고들이다”며 “하청업체는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사실상 다음부터 일감이 뚝 끊기기 때문에 안전에 만전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고 귀띔했다.

‘직영 현장이기에 가능한 사고’라는 발언에서 코레일 내부 구성원들이 평소 얼마나 안일하고 태만하게 일하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국민 안전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코레일이 정부 소유의 공기업, 즉 국민 혈세로 운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혈세를 축내는 밥버러지’ 비판이 나오는 게 무리는 아닌 듯 싶다.

코레일 구성원들의 ‘철밥통 사수’ 행보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그동안 코레일을 둘러싼 독점구조에 따른 방만한 운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민영화를 통해 시설과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철도노조의 거센 반발로 무산되기 일쑤였다. 친노동을 표방해 온 오 전 사장 시절에는 민영화 자체가 언급되지 않았다.

파업까지 단행하며 대한민국 철도산업의 독점적 지위를 지킨 코레일 구성원들은 일반 직장인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만성적자 속에서도 매 년 연봉 수준이 꾸준히 올랐다. 심지어 경영성과급도 챙겼다. 통상적인 경영성과급의 개념을 뒤엎는 결과다. 민간기업이라면 상상조차 못 할 결과이기도 하다. 철도노조가 기를 쓰고 민영화를 반대한 이유가 국민 혈세를 축내려는 의도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공기업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의 자본에 의해 생산·유통 또는 서비스를 공급할 목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다. 주로 공익성·공공성이 강한 거액의 고정자본이 소요되는 독점적 성질이 강한 사업 분야를 담당한다. 주력 사업이 국민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분야이기에 어느 정도 적자도 국민적 이해를 얻곤 한다.

하지만 최근 코레일과 내부 구성원들의 행보는 이러한 공기업의 존재 목적과 설립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혈세를 축내면서까지 제 배불리기에만 여념이 없었다. 코레일이 독점적 지위를 가진 공기업이 아니라 무한한 경쟁을 통해 하루하루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일반기업이라면 과연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성과 없인 보상도 없다’는 법칙이 당연시 여겨지는 문화가 정착돼 있었다면 국민들이 철도를 이용하면서 안전부터 걱정해야 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지우기 어렵다.

정부는 코레일을 둘러싼 각종 근본적 원인이 공기업 특유의 안일주의와 기득권사수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국민 혈세를 좀먹는 썩은 문화를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는 수장 사퇴만으론 한계가 있다. 국민 여론에도 공감할 필요가 있다. 조직 자체가 송두리째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미 정답은 나와 있다. 코레일의 완전한 민영화가 시급하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