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은 ‘글로벌 4.0 시대’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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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 ‘영어 아닌 한국어 노랫말로 문화적 다양성 시대 열어’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2-20 16:14:42

▲BTS가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 르 트레지엠 아트 공연장에서 한-불 우정콘서트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방탄소년단(BTS)’은 타임지가 선정하는 ‘2018 올해의 인물’에 최종적으로 채택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을 제치고 선두를 차지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18일자 칼럼에서 “한국의 보이밴드(BTS)가 ‘글로벌 4.0 시대’에 관해 가르쳐주는 것”이 무엇인지 다뤘다.

세계경제포럼의 미국과 산업 부문 미디어 리드 ‘피터 밴햄’은 이 칼럼에서 BTS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람들의 입에 올랐던 ‘2018년 최고 소셜 아티스트’라고 소개했다.

밴햄은 BTS의 세계적인 성공 뒤에 한 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BTS의 노래 가사가 거의 대부분 영어가 아닌 한국어라는 점이다. 물론 이들보다 앞서 영어가 아닌 자국어로 노래하고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가수들이 있기는 하다.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이 있었고 루이스 폰시는 ‘데스파시토’를 스페인어로 불렀다.

▲푸에르토 리코 출신의 가수 ‘루이스 폰시’가 스페인어로 부른 ‘데스파시토’는 유튜브 조회 수 58억을 돌파했다. [사진=YouTube 캡처]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문화는 영어와 미국 문화를 중심축으로 흘러왔다.

유럽에서는 1960년대까지 아직 프랑스 문화가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으나 1945년 이후 코카콜라, 재즈, 헐리웃 영화를 앞세운 미국 문화가 유럽대륙을 서서히 물들였다. 유럽 뿐 아니라 다른 대륙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 역시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미국 문화를 선진 문화로 인식하고 서둘러 받아들였다.

엘비스 프레슬리, 프랭크 시나트라 등이 주도하는 미국 문화가 세계를 지배할 때 영국에서는 비틀즈와 롤링스톤즈가 이에 합세했다.

헐리웃 영화의 영향력은 말할 것도 없다. 수퍼맨, 스파이더맨을 비롯해 어벤저스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아바타, 타이타닉, 스타워즈,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등은 20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의 문화적 공급처였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미디어 시대의 기술적 기반 역시 미국적 포맷에 의해 형성되었고, 세계인들은 이미 하나의 거대한 그물망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음식의 경우는 좀 더 다양하지만 여전히 맥도날드, 코카콜라, 스타벅스는 우리 생활에 밀착돼 있다.

문화의 세계화는 세계가 하나로 가까워졌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다. 밴햄은 이에 관해 유네스코가 2012년 발표한 자료를 인용했다. “이런 현상이 사회들을 통합시키는 역할도 했지만, 다른 한편 지역문화가 고유한 특성을 잃게 됐고 그것은 또 정체성 상실, 배척, 갈등을 야기하기도 했다.”

특히 언어는 세계화와 더불어 적자생존의 원칙이 적용됐다. 16세기 서구 열강의 식민지 개척시대에 14,500여 종에 달하던 언어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현재 7,000여개만이 살아남았다. 2007년 ‘뉴욕 타임즈’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남아있는 7,000여개 언어 중 절반이 소멸될 위기에 처해있다.

미국과 영어를 중심으로 한 세계문화에 문화적 다양성을 처음 일깨운 아티스트는 푸에르토 리코 출신의 가수 ‘루이스 폰시’다. 그가 스페인어로 부른 ‘데스파시토’는 기네스 북 기록을 7번이나 깨뜨렸고 유튜브 조회 수 58억을 돌파했다.

▲지난 9월 BTS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행사에 참여했고 리더 RM(24·본명 김남준)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라’는 주제로 연설했다. [사진=뉴시스]

BTS는 폰시에 뒤이어 세계무대에 등장했지만, 그들의 등장은 폰시 경우보다 훨씬 더 놀랍다고 밴험은 평가했다. 폰시의 노래 가사인 스페인어는 중국어·영어와 함께 세계 3대 언어에 속하기 때문에 폰시 노래가 세계적 인기를 끄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스페인어는 전 세계에서 4억 3700만 인구가 사용하며 영어를 쓰는 3억 7200만 인구보다 오히려 많다. 반면 BTS는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소위 ‘은자(隱者)의 왕국’에서만 사용하는 한국어로 노래한다.

BTS의 노래 가사에도 영어 단어가 섞여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한국어로 전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TS는 올해 전 세계를 열광시키고 음악적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밴햄은 BTS의 성공을 만든 또 한 가지 점에 주목한다. 자발적으로 BTS를 홍보해온 팬의 역할이다. 그들은 BTS 노래가사를 영어로 번역하고 뮤직비디오에 자막을 넣어 전 세계 팬들과 공유했다.

물론 폰시와 BTS로 인해 세계문화가 당장 다양성을 획득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분야에서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 문화가 세력을 확장해가고 있는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고 밴햄은 설명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AI 뉴스 앵커가 등장했고 헐리웃도 아시아 배우들만 기용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즈’ 같은 영화를 만들고 있다.

요컨대 BTS의 성공은 세계가 미국 위주의 문화에서 탈피해 문화적 다양성을 지향하는 글로벌 4.0시대에 돌입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박선옥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