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크리스마스, 서부전선에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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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군과 독일군 사이에 우정을 나눈 하루 동안의 휴전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2-25 16:43:37

▲ 1차 세계대전 중 크리스마스를 맞아 하루 동안 휴전을 맺고 연합군과 독일군이 함께 캐롤을 부르고 축구를 했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진다. [사진=Imperial War Museums]

104년 전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1914년 크리스마스 이브, 연합군과 독일군이 교전을 벌이던 전쟁의 와중에 잠시 총을 내려놓아 ‘크리스마스 휴전’을 맺고 우정을 나눈 이야기는 가슴 뭉클한 역사의 순간으로 남아있다.

전쟁의 참호 속에서 몇 주 째 눈앞의 적과 대치하고 있던 크리스마스 이브, 아름다운 달빛 아래 지상은 온통 흰 눈에 덮여 있었다. 제5 런던 소총여단 소속이었던 그레엄 윌리암스는 후에 이렇게 회상했다.

“처음엔 독일군이 자기네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고 우리는 우리 캐롤을 불렀다. 그러다가 우리가 ‘오, 참 반가운 성도여’를 부르자 독일군이 라틴어 가사로 우리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인걸! 전쟁의 와중에 두 적국이 캐롤을 함께 부르다니’ 하고 생각했다.”

다음 날 크리스마스 아침, 독일군들이 참호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영어로 말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연합군들도 조심스럽게 나와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독일군 몇몇이 메모가 적힌 판을 들고 있었다. “너희가 안 쏘면 우리도 안 쏜다.” 이 날 하루 영국, 프랑스, 벨기에 연합군과 독일군은 담배, 간식, 단추, 모자 등 선물을 교환했다.

‘크리스마스 휴전’ 동안 연합군과 독일군 양측은 양 진영의 참호 사이 ‘무인지대’에 지난 몇 주 동안 방치됐던 자국 전사자들의 시신을 매장하도록 서로 허용하기도 했다.

마치 동화 같은 이 이야기는 몇 가지 버전이 있어서 영국군의 머리칼을 잘라준 독일군 이발사 이야기, 양 진영 군대가 임시로 만든 공으로 축구경기를 했다는 이야기 등이 당시 군인들이 고향으로 보낸 편지를 통해 전해졌다.

물론 이 에피소드는 잠시 동안의 휴전이었을 뿐 평화의 시기는 아니었다. 이후 전쟁은 계속됐고 1차 세계대전은 4년 동안 이어졌다.

당시에는 ‘크리스마스 휴전’ 에피소드를 ‘전쟁 중에 피어난 멋진 인간애’로 읽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 상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휴전을 결정한 것은 ‘반란’이라는 것이다. 양측 군대의 참호 사이에 놓인 ‘무인지대’의 폭은 어떤 곳은 겨우 30m에 불과했다. 적의 참호가 너무 가까이 있어서 말소리나 음식 냄새가 전달될 정도였다.

영국 제2군단장 호레이스 스미스-도리언 장군에 따르면 적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사단장들에게 “적군과 친밀한 접촉”을 하지 않도록 각별히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자칫하면 ‘먹고 먹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100여년이 지난 오늘날 1914년 크리스마스에 1차 세계대전의 서부전선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는 암울했던 시대에 희망과 인류애의 빛을 던져준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억된다. 이 이야기는 마이클 포맨의 동화 ‘전쟁 게임(War Game)’으로 출판됐고 크리스티앙 카리옹 감독의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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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