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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경제생활

삶의 ‘현장’과 괴리가 큰 文대통령의 ‘말’

문 대통령은 자신이 ‘양치기 소년’ 됐단 사실 인지해야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01-11 12:24:33

너는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별하며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일꾼으로 인정된 자로 자신을 하나님 앞에 드리기를 힘쓰라.”<디모데후서 2:15>
 
▲ 深頌(심송) 안호원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한국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앞서 청와대 관계자들은 회견의 핵심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결 같이 이구동성으로 경제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연설을 경제로 시작해 경제로 끝냈다. 모두 발언의 절반이상이 경제 분야로 채워졌다. 경제라는 단어가 무려 35회나 언급되었을 정도다.
 
고용지표가 최악으로 치닫는 등 민생경제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시점에서 국정의 중심을 경제에 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 날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혁신이라며 추격형 경제를 선도형 경제로 바꾸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신시장을 이끄는 경제는 바로 혁신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새해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맥락으로 보인다. 큰 방향은 맞다. 그러나 경제는 현실이다. 선입견에 갇혀 정책을 추구하면 전혀 다른 결과를 낼 수 도 있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만든 정책이라도 결과는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예정시간을 15분 넘긴 90여 분간 내내 혁신으로 성장 창출을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새해 경제정책 기조가 과거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많은 경제계 인사들이 내린 결론이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2% 부족의 장면을 연출하고 말았다. 기존 주장은 그렇다 치고 들려주고 싶은 것만 들려주고 알려주고 싶은 것만 알려주는 정치 이벤트가 반복돼 버렸기 때문이다. 경제상황은 악화일로(惡化一路)고 외부 여건은 갈수록 막혀가는 살얼음판인 대한민국이다. 얼핏 들으면 불안한 국민을 다독이는 희망의 메시지와 이념 과잉 정책을 바로 잡겠다는 성찰에 대한 주문이 많았다. 그러나 겉보기의 레토릭과 달리 실제 내용은 기존 정책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결국 지난 기자회견처럼 각본 없는 파격, 즉 형식 자체가 관심을 끌었을 뿐이다. 질문과 답변은 대체적으로 겉돌았고, 공감하기 어려운 자화자찬 주장까지 겹쳐 소통보다 소통하는 모습에 더 신경을 쓴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형식은 소통이지만 내용은 일방통행인 기자회견장에서 소통 강화를 거론했다. 소통은 쌍방향이고 상대적이다. ‘그렇게 아시면 되고요는 진정한 소통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첫 청와대 회의에서 참모들의 이견 제시는 의무라고 소통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견을 냈다는 참모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기억된다.
 
문 대통령이 잘못을 간언하는 내부비판에 얼마나 귀를 열고 들었는지는 김태우 전 수사관·신재민 전 사무관 파문에 대한 답변을 듣다보면 알게 된다. 오히려 말 한마디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인상이 짙다. 진정 소통회견이 되려면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유감 표명이 나왔어야 옳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그 특유의 화법으로 현 정부 권력기관에서 국민을 실망시킨 일은 단 한건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아예 못을 박았다. 연설문은 신동호 연설 비서관이 최종 수렴해 올린 원고를 문 대통령이 직접 검토해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소상공인과 자영업, 농업이 국민 경제의 근간이라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해 장사가 잘 되도록 돕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성장 둔화를 인정하고 그로인해 고통 받는 국민에게 맞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그 다음이다. 전체 맥락에서는 현실적 어려움을 인정하는 것 같아도 그것을 초래한 근본원인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2년 간 급격히 최저임금을 올려 기업과 자영업자의 심기를 움츠러들게 만든 게 바로 문 정권이 아니었던가. ‘산업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나올 만큼 미래 성장 전략을 도외시 했던 게 바로 문 정권이 아니었던가. 신년회견 발언은 현실과 민심의 바람과는 달리 문 대통령이 아직 양극화가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는 단순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다. 신년기자회견을 계기로 경제정책 방향이 전환되기를 절실히 기대했던 기업과 국민들의 바람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대통령이 회견장에서 강조한 혁신성장은 말 몇 마디로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피나는 노력과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대내외 경제 환경이 극히 불안한 상태에선 미래에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의욕을 북돋아주는 게 우선이다. 한 마디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의지와 말과는 달리 현장의 기업들은 지금 규제와 노조에 아우성을 치고 있는 난국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이라는 카풀은 노조의 극렬한 반대에 막혀 있고, 정부는 일등공신인 노조에 대해 방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노조는 아직도 촛불혁명 청구서를 들이밀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삶의 현장과는 괴리가 큰 대통령의 말은 오히려 혼란만 키울 뿐이다. 문 대통령은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할 만큼 판단력이 정확하다. 문제는 청와대가 대통령의 의지와는 달리 유리한 데이터만 취사선택해서 정책 전체를 평가해 보고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는 문 대통령이 기업과 국민의 뜻과는 맞지 않는 왜곡된 정책을 발표하면서 취업준비생들에게까지 반발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각료들의 쓴소리와 불편한 말에 대해서도 겸허한 자세로 귀를 기우려야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고 국민이 공감하는 경제 정책도 추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쩜 지난 한 해는 수많은 사슴들이 로 바뀐 한해였던 것 같다. ‘내로남불만 하는 진보와 청와대·여당·정치권 등의 행태와 이에 뒤질세라 정도를 무시하고 앵무새·복사기역할을 단단히 하는 언론매체들. 이를 보면서 떠오른 것은 지록위마(指鹿爲馬). 지록위마는 사마천이 쓴 사기<진시황본기>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진시황은 태자 부소에게 황위를 양위하기로 유언했지만 환관인 조고와 승상 이사가 음모를 꾸며 다른 황자인 호해를 황제로 앉혔다. 하지만 호해는 어리석고 아둔한 황제였다. 권력을 잡은 환관 조고는 호해 황제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말이라고 했는데, 이 때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고 바른 말을 하는 신하는 여지없이 죽임을 당하고 만다. 이후 지록위마라는 말이 생겨났다. 지록위마란 말이 생겨날 만큼 진나라는 전란에 휩싸이면서 진시황제 사후 4년 만에 멸망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어쩜 문 대통령 주위에는 한국 판 환관인 조고가 많은 것 같다. 야당 시절 문 대통령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누구를 만나도 정말 먹고 살기 힘들다라고 말 하더라 며 국민들이 암담하게 느끼는 건 지금 당장의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앞으로도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란 말들을 했다. 지금이 그런 시절이 아닌지, 문 대통령은 자신이 양치기 소년이 되어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되새겨보고,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경제해법을 찾기를 바란다.
 
너를 낮추시며 너를 주리게 하시며 또 너도 알지 못하며 네 조상들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네게 먹이신 것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네가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신명기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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