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자의 용기, 더는 악용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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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빛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1-14 00:02:00

최근 공익제보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전직 검찰수사관과 청와대가 적자 국채 발행에 압력을 넣었다는 기획재정부 전 사무관의 폭로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을 공익제보자로 바라보고 인정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태우, 신재민 두 사람이 공익제보자라는 이름으로 의혹을 폭로하고 있지만 이들이 공개한 의혹의 사실여부는 물론 이들의 행동을 공익제보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김태우 전 수사관이 폭로한 사찰 의혹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도 확증 없이 공방만 오갔고, 청와대의 사찰 지시 등에 대한 구체적 정황도 현재까지 드러나지 않았다. 신재민 전 사무관 역시 마찬가지다. 정책 논의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 소신과 맞지 않은 부분을 부당한 부분으로 포장해 공익제보라고 내세웠다.

이들은 공익제보자라는 수단을 빌미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 했던 기회주의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태우와 신재민은 의혹 제기와 자극적인 메시지를 통한 여론 호도에만 집중했다. 진정한 공익제보를 원했다면 경솔한 폭로 대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결정적 스모킹 건(Smoking Gun)을 준비하고 위기 상황에서 보호해줄 사람들을 찾는 것이 먼저였다.

정치권 역시 공익제보의 의미를 변질시킨 주범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이들을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워터게이트의 딥 스로트에 비유하고 80년대 이후 최고의 양심고백이라고 치켜세우는 등 오히려 정부를 비판하는 소재로 삼는데 열중할 뿐이다. 게다가 수사 상황은 지켜보지 않고 야당 의원들과 힘을 합쳐 특검법 처리를 운운하고 있다.

이번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진짜 공익제보자들의 용기와 노력이 희석된다는 점이다. 집단의 부정, 부당한 행위에 맞선 소수의 움직임까지 똑같은 취급을 받아선 안된다.

공익제보자의 대부분은 법적, 사회적 불이익과 더불어 기밀유출자, 배신자 등의 낙인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다는 희망과 이를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용기가 공익제보를 악용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변질되고, 사라지게 해선 안 된다. 공익제보를 악용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엄벌과 더불어 공익제보자들이 한발 더 나설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진짜 공익제보자들이 대접받는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한빛 hb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