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비위 논란은 文정부 관리태만 참혹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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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1-21 00:02:25

지난 2017년부터 이어져 온 KT그룹과 황창규 회장 등을 둘러싼 악재가 2019년 새해 들어서도 계획되는 분위기다. ‘황창규 비위 논란’으로 불려 온 악재는 지난 17일 경찰이 황 회장을 비롯한 KT 전·현직 임원들을 검찰 송치하면서 표면화 됐다. 지난 2017년 11월 경찰이 관련 첩보를 입수한 후 수사에 착수한 지 약 1년 2개월여 만이다.

경찰은 KT본사·광화문지사 등에 대해 총 5번의 압수수색을 벌여 관련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문서, 후원회 계좌, 상품권 현금화 관련 회계자료 등이 그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황 회장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이를 다시 현금화 시키는 이른 바 ‘상품권깡’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인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

KT는 19대 국회의원 46명, 20대 국회의원 66명 등 총 99명(중복 의원 제외)의 후원금 계좌에 총 4억4190만원을 입금했다. 후원은 대부분 임·직원 명의로 이뤄졌으며 그 중에는 사장급을 포함한 고위 임원도 포함돼 있었다. KT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 중에는 KT와 업무관련성이 높은 상임위에 속한 이들이 여럿 존재했다.

KT·황창규 회장을 둘러싼 비위 논란은 이 뿐 만이 아니다. KT는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특혜채용 의혹으로도 몸살을 앓고 있다. 황 회장 역시 KT 특혜채용 의혹으로 인한 부정적 여론 확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KT 특혜채용 의혹의 골자는 KT노조위원장 출신의 김 전 의원의 딸이 비정상적으로 윗선의 지시에 의해 KT에 입사했다는 내용이다. KT는 관련 의혹으로 인해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사상 초유의 통신대란을 일으킨 ‘KT 아현지사 화재사건’의 후폭풍도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KT 아현지사에서 발생한 화재는 일대 지역 시민들의 불편은 물론 인근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피해까지 발생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사고 발생 약 2달여가 흐른 현재까지도 정확한 사고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여전히 논란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KT와 황창규 회장을 둘러싼 각종 악재와 구설수는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책임의 화살이 현 정부를 향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KT가 연루된 충격적인 사건이 알려질 때 마다 수장인 황 회장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퇴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었지만 정작 키를 쥔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는 황 회장의 자리보전을 댓가로 친정부 인사들의 배를 불려주는 듯한 모습까지 비췄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KT의 최대주주는 지분의 11.07%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다. 국민생활의 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해 국민연금을 수취·지급·운용하는 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은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이다. 이사장 선임은 공모를 거쳐 보거복지부 장관이 최종 후보를 결정한 후 대통령의 재가를 받는 식으로 이뤄진다.

그동안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KT 주주로서 행해야 할 감시기능에 다소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KT에 투자한 자금 대부분이 국민들이 안락한 노후를 위해 지불한 연금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국민들의 대표자로서 마땅히 수행해야 할 일 조차 하지 않고 방조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에 대해 강력한 발언권을 지닌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는 친정부 인사들을 KT에 대한 감시기능을 담당하는 사외이사에 앉혀 그들의 배를 불려주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KT 사외이사에 재직 중인 이들은 KT의 거수기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지난해 KT 이사회 안건 중 모든 안건은 100% 찬성률(불참 제외)을 보였다. 철저한 감시와 감독이 뒤따랐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KT와 황 회장을 둘러싼 각종 악재가 결국엔 문재인 정부와 KT의 암묵적 거래에 의한 ‘예고된 악재’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배경이다.

KT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구설수로 불거진 비판 여론이 ‘황창규 퇴진’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문재인 정부를 향하고 있다. 관리와 감시 기능을 가진 사외이사에 친정부 인사가 선임된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는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KT관리 부실 사태, 황창규 비위 논란 등으로 불리는 각종 사안이 ‘문재인정부 관리태만 참혹상’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문재인정부 스스로 KT를 수술대 위에 올려야 한다. 임기 1년을 앞둔 황창규 회장의 거취 문제를 깊이있게 고민해야 한다. KT 핵심 요직을 차지한 ‘황창규 라인’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각종 비위 의혹, 사정당국의 수사 등 국민기업 KT가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져선 안 된다는 게 지금의 국민 여론이다. 민간 기업에 대한 과도한 간섭 등의 이유로 일부 반발이 있더라도 정부는 KT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 작업이 국민적 요구임을 받아들이고 과감하게 용기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

‘용기를 통해 지옥은 디딤돌로 만들어진다. 인류사에 수없이 많은 문명이란 화려한 탑은 지옥 같은 고통을 이겨 낸 용기를 통해 이뤄졌다’ <부의 열쇠-민경두 저>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