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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부 펀드’로 평가받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그룹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KCGI는 한진그룹에게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보상위원회 설치, 준법경영 및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회사의 평판을 실추시킨 임원의 취임을 금지시키자는 제안은 사실상 조양호 회장 일가에게 퇴진을 요구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22일 항공업계 등은 KCGI가 21일 발표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한진그룹 측에 공개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진칼, 한진의 2대 주주이기도 한 KCGI는 해당 계획을 한진칼, 한진, 대주주 측 등에 제안하기로 했다. KCGI가 제안하는 내용은 크게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제고 등 3가지 측면이다.
KCGI는 투자목적회사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 유한회사 엔케이앤코홀딩스, 유한회사 타코마앤코홀딩스 및 유한회사 그레이스앤그레이스를 통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11.81% 및 한진의 지분 8.03%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과 한진의 2대 주주로 있기도 하다.
먼저 KCGI는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준법경영·주주가치 극대화 등을 위해 이사회 산하 상설 자문기구 ‘지배구조개선 및 가치증대를 위한 위원회(이하·지배구조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지배구조위원회는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이사 1인, 일반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당사가 추천한 사외이사 3인 및 외부 전문가 3인 등으로 구성되며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배구조 및 경영 관련사항을 사전 검토, 심의하는 기구가 된다.
임원들의 경영활동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와 보상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정관상 위원회로서 보상위원회를 설치할 것도 제안했다. 보상위원회 위원은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이들은 매출, 영업이익 등 재무성과 및 ESG 평가와 연동되는 객관적인 지표를 바탕으로 한 임원 보수 및 퇴직금 지급기준을 도입하며 해당 기준에 따라 임원의 보수를 합리적으로 정한다.
여기에 준법경영 및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 준법경영 실천을 위해 회사에 대해 범죄행위를 저지르거나 회사의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을 금지할 것도 공개 제안했다. 이사 및 감사의 책임 감경 정관 조항을 삭제하며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채택해 이행할 것도 언급했다.
이 중 평판 실추 임원 취임 금지 제안은 조 회장 일가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지난해 갑질 논란을 비롯해 한진그룹을 둘러싼 각종 사건·사고의 중심엔 조 회장 일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경영진 교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내용도 제안에 포함하며 조 회장 일가 중심의 그룹 지배 구조에 실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KCGI는 제안문을 통해 한진그룹 리스크 중 조 회장 일가의 일탈행위가 절정에 이르렀다는 점도 언급했다. 오너리스크로 인해 기업가치와 지배구조 평가가 훼손됐으며 이에 대외 신인도 회복이 필요하다는 점도 밝혔다. 또 조 회장 일가의 한진그룹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권은 2.5%에 불과하다며 이들이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에 KCGI는 한진그룹의 사회적 신뢰를 제고해 한진그룹의 위기를 해소해야 할 점도 언급했다.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을 마련키 위해 사회책임경영 모범규준을 채택해 이행하는 것을 제안한 것이 주요 내용 중 하나다. 여기에 대주주 일가의 각종 갑질 행태와 위법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고 낮아진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위해 대주주는 주주로서의 감시 역할에만 충실하고 전문적인 경영인들을 통한 그룹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또 일반주주, 임직원, 협력사 및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그룹내 일반직원들로 이루어진 상설 협의체를 조직하여 한진그룹의 사회적 책임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도 강조했다. 직원 만족도·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한진그룹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한진그룹 신용등급 회복을 위한 5개년 계획 수립’을 토대로 한진그룹의 경영진에게 △핵심자회사인 대한항공이 항공업 이외 투자 확대를 지양하도록 하는 원칙 마련 △고금리의 차입금을 상환해 부채비율 낮추기 위하여 유휴부지(송현동, 율도)의 매각 △항공우주사업부(민항기 정비 부문, 자산 1조2000억원) 상장 계획 수립 등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투자 방안도 마련할 것을 언급했다. 만성적자를 기록 중인 ‘칼호텔네트워크’와 ‘LA윌셔그랜드호텔’, 노후화된 ‘와이키키리조트’, 인수 이후 개발이 중단된 ‘송현동 호텔부지’, ‘제주도파라다이스호텔’, ‘왕산마리나’ 등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부문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 한진이 보유하고 있는 유휴부지 및 포스코, 하나금융 등 시장성 있는 지분에 대한 매각 여부를 검토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택배부문 자동화 설비투자를 통한 경쟁력 제고도 제안했다. 한진그룹의 경영효율성, 리스크 관리, 대외 이미지 하락 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그룹의 장기 발전 방향에 대한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컨설팅을 받을 것을 제안하며 외부 전문 기관 자문 실행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KCGI측은 공개 제안에 따른 배경으로 “한진그룹이 세계적인 글로벌 항공·물류 전문그룹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주주 일가의 각종 갑질 행태와 횡령·배임 등으로 대표되는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 방만한 경영 등으로 매우 저평가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며 “한진그룹에 각종 제고방안 등을 제안했지만 조양호 회장측과 회사 경영진은 당사의 제안에 대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며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고 이에 부득이하게 공개 제안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한진그룹 측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계획이다”고도 밝혔다.
[강주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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