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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물론이고 많은 나라들의 기업들이 한국 정부의 기업 지원을 부러워한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마치 ‘만물상’이라고 할 정도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부로 승격까지 되었으니 더할 나위 없다.
중소기업 지원을 표방하는 기관도 수도 없이 많다. 지원 제도에 민감하게 작동하는 기업일수록 제 돈 별로 안 쓰면서 교묘하게 이용을 잘 하고, 이를 뽐내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기업에 대한 지원이 많은 나라의 경제가 더 효율적이고 강한 기업이 많이 나올까.
결론부터 말하면 오히려 이와 상반되는 결과를 만들어낼 확률이 더 높다. ‘묻지마’식 지원이 도리어 좀비 기업을 양산하고, 중간에서 이를 역이용하는 도덕적 해이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주변에 소위 잘 나간다는 기업들은 대부분 이런 제도와 무관하게 기업 자체의 기술력이나 경쟁력으로 우뚝 서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반면 지나치게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기업일수록 시장에서 맥을 추지 못하고 빌빌거리는 것이 다반사다.
이런 풍토에서는 혁신이 제대로 생겨날 수 없다. 비효율에다 비경제, 그리고 규제와 불필요한 일들을 양산할 뿐이다. 우리와 경제적 환경이 유사하면서 경쟁을 하고 있는 이웃 중국과 일본을 보더라도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른 기업 지원 환경을 갖고 있다. 그들은 기업에 대해 무분별한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간접적인 인프라 조성과 시스템 개혁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시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 정부는 너무 크고, 이에 더해 경제 관련 기관, 협회, 위원회 등 관변 단체들이 지나치게 과다하다. 성격은 물론이고 하는 일도 비슷해 이중 삼중으로 중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구조가 오랜 기간 관행으로 정착되면서 후퇴하기보다는 더 기승을 부린다. 냉정하게 보면 이 또한 정치와 정부의 교묘한 나눠먹기에서 시작된 것이다.
낙하산 인사, 전관예우 등의 부적절한 인사나 비리가 판을 치고 있는 것도 이런 비정상적인 국가 시스템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 어느 국가에도 이런 추악하고 저급한 행위를 버젓하게 하고 있지 않다.
일례를 들어보면 일본, 중국에도 무역진흥 기관(혹은 단체)이 있지만 이들의 수나 규모, 기능 등이 우리에 비해 훨씬 초라하며, 기껏해야 이익단체에 불과하다. 정부로부터의 특별한 예산 지원도 없다. 일본에는 ‘일본무역회’가 있지만 상사 중심의 조직이며, 예산이 없어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중국에는 ‘CCPIT(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라는 관변 단체가 있으며, 중국 지방이나 해외에도 지부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기능도 지극히 제한적이며, 실질적으로 기업을 지원할만한 예산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꼴불견은 이들과 양자 간 협력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하려는 국내 관련 기관 혹은 단체들이 수두룩하다. 그들은 하나인데 우리는 여럿임으로 인해 얼굴 화끈거릴 때가 많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은 어떻게 그렇게 돈이 기업에 대한 지원을 그렇게 펑펑 쓸 수 있느냐고 부러워한다.
과연 이게 부러운 일인지는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다. 중국이나 일본은 국가의 무역량이 우리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데도 불구하고 수출을 지원하는 기관은 의외로 매우 적다.
만들고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파괴하고 갈라먹기에만 급급
고도경제성장 시기에는 이들이 순기능 역할도 하긴 했지만 요즘같이 성장 동력이 고갈되고 있는 저성장 시기에는 역기능은 물론이고 적폐가 되고 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책임은 전가하고, 돈만 쫓아다니는 아전투구식의 출혈경쟁만 연출하는 작태를 보인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파괴하고 갈라먹기에만 급급하다.
세계에서 가장 활력이 넘쳐난다는 우리 경제가 진취성을 잃고 무기력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산업화·민주화 시대의 낡은 패러다임이 여전히 존치되거나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포퓰리즘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공직사회는 교활하여 미래는 방치하면서 현 국면을 지키려고만 연연해한다. 정치적 구호나 포장은 요란한데 실속이 없다. 자금 조달, 기업 상속, 노동 정책, R&D 지원 등 그 하나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경제의 핵심 근간인 기업은 줄어들고, 기업가 정신은 피폐해진다. 반면 좀비들의 세상이 되면서 이들이 사사건건 혁신을 저지하는 큰 괴물로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다. 당연한 결과지만 고비용 저효율 국가로 전락한다. 돈은 물 붓듯이 퍼붓는데 성과는 제로다.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국가 예산이 이들의 향연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R&D 지원 실태를 보면 복마전이 따로 없다. 시쳇말로 좀비기업들의 ‘먹잇감’이다. 성공률 92%라고 하지만 사업성이 전무한 성공 과제가 대부분이며, 매출·고용으로 연결된 것은 ‘0’이다. 될 것만 한다고는 하지만 모험은 실종되고 사업화 성공률은 51%에 그치고 있다.
10번 이상 지원 받은 기업이 1018개사라고 할 정도로 정부 R&D 자금으로 연명하는 좀비들도 상당수다. 산학협력을 한답시고 대학까지 가세하여 좀비의 판을 더 키워가고 있기도 하다.
세계 히든챔피언의 절반을 배출하고 있는 독일이지만 R&D 자금 지원에는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시장이 필요로 하지 않는 R&D 지원은 없다. 필자도 수년 전 이를 강력하게 건의했던 기억이 난다. 시장연계형 R&D 지원을 대폭 강화하자는 주장이다. 일부 반영이 되어 시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과거형을 답습하고 있다.
연 14조 원(중소기업 지원 3조 원)이나 되는 정부 R&D 자금 지원이 혁신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 과거 패러다임이나 적폐를 과감하게 단절하지 않고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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