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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급인 정부의 공시지가 인상 정책은 부자 핀셋증세라고 하지만 결국 부자들의 성(城)만 더욱 견고하게 높여 줄 것이라는 확신을 들게 한다. 정부가 발표한 표준단독주택공시가 상승률을 보면 초고가 주택에는 예외 없는 징벌적 과세를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또한 다주택 소유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재벌가와 유명 연예인 등이 많이 거주하는 용산 이태원로 일대를 비롯해 강남구 삼성동 및 논현동 등 소재 단독주택에 대해서는 소위 용서가 없었다. 대부분 지역이 당초 예정 공시가 보다 많게는 십억원대까지 내려주는 등 하향 공시됐지만 이들 지역은 예정가 대로 진행됐다.
속된말로 재벌촌과 3대 부촌인 서초·강남·용산(SKY)이 타깃이 됐다. 실제로 상승률이 용산과 강남은 전국 평균 9.13%의 세배 이상인 35.4%와 35.01%를 각각 보였다. 그 뒤를 이어 서초구 지역도 상승률이 22.99%나 됐다. 이태원의 한 주택은 30억원 정도 공시지가가 오르면서 보유세가 약 2000만원 가량 오르게 됐다. 이는 보유세 상한 한도에 걸리는 만큼 누가 봐도 최고 세금을 때리기 위한 징벌적 핀셋 과세다.
대한민국 부촌의 캐슬로 불리는 SKY 지역은 현 정부 들어 아파트·단독·빌라 등 대부분 집값이 급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부자들이 몰려 있는 지역은 2~3배까지 수직상승하기도 했다. 이는 과거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른 고공행진을 연상케 한다. 그 당시에도 부자에 대한 징벌적 부동산 정책이 거침이 없었다.
이에 따라 SKY 부촌 지역의 집값은 사실상 거품이란 지적이 많았다. 결국 정부의 이번 공시지가 인상은 이 지역 일대 부촌 집값의 거품을 거둬주는 효과를 다시 보게 하고 있다. 이 일대 부동산들의 이야기도 틀리지 않다. 거의 모든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정부 정책이 결과적으로 부촌의 울타리를 견고하게 쳐주고 있다고 말한다.
스카이데일리가 ‘강남 부동산을 말한다’ 주제로 진행하고 있는 서초·강남·용산 일대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일선 전문가 초청 신년 좌담회에서도 똑같거나 유사한 발언들이 이구동성 나왔다. 이들에 따르면 부촌 지역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큰 반응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 분위기를 보면 세금이 수백만원, 수천만원 오르더라도 이의제기를 포기하거나 아예 관심이 없는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울 정도다. 오히려 고가 단독주택은 거래 자체가 많지 않아 시세가 한번 오르면 잘 내리지 않는 특성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부자들에게는 견고한 부촌지역을 선물 받는 느낌까지 받는다.
오는 4월 말경 발표가 예정된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공시가도 그래서 관심거리다. 단독주택과 마찬가지로 핀셋 증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최근 급격히 오른 고가·초고가 아파트들이 즐비해서다.
SKY 지역에서 재건축과 한강변 아파트들은 이미 평당 6000~8000만원이라는 초고가가 형성됐다. 이들 아파트는 현 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해도 최고가가 평당 3000~4000만원 수준이었다. 이 조차가 거품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서초구에서 1억원 아파트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조만간 압구정 일대 재건축이 본격화 되면 적지 않은 아파트가 1억500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많이 나온다.
SKY 지역 평당 억대 아파트 대세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의 부촌 부동산 옥죄기 정책이 부동산 빈부차를 초격차로 벌리는 현상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면 서민은 기분만 좋고 부자들은 기분이 나쁘지만 신경쓰지 않거나 오히려 좋은 상황이 아파트 시장에서도 이어질 분위기다.
최근 종편에서 방송했음에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시청률이 대단히 높았던 ‘SKY 캐슬’은 단순히 아이들 교육 이슈가 아니라 대한민국 상위 0.1% 부자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던 드라마였다. 물론 과장된 측면이 있었지만 국민들이 열광하면서 ‘부자들의 성’에 대한 열광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었다.
부자를 욕해도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부에 대한 욕망은 인간의 원초적 욕구다. 이때 부자들의 도덕성을 질타하는 정책이 화려하게 펼쳐지면 환호하는 서민들의 표계산이 나오겠지만 그럴수록 부자들은 울타리를 더욱 견고히 친다. 이로인해 가파르게 오르는 희소성의 가치가 서민들의 부자에 대한 열망과 시너지를 내면서 부촌지역의 몸값은 더 치솟는다.
서민들의 상대적 빈곤이 확산되는 것 못지않게 직접적 손해를 보는 것 또한 공지시가 정책에 숨어 있다. 세금이 부자만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인으로 보면 서민들 세금이 상대적으로 덜 오르겠지만 오르는 열차에 합승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부 입장에서는 전체 양적으로만 볼 때 부자들의 핀셋증세 세금보다 서민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이 비교할 수 없이 훨씬 많다.
실제로 소형주택의 경우 무려 500만호가 추가 과세 대상에 편입되게 됐다. 금년들어 1월부터 소형주택 기준이 전용면적 60㎡ 이하(3억원 이하)에서 40㎡ 이하(2억원 이하)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왠지 조용하게 묻혀 있다.
서민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조용한 사안이 더 있다. 다주택자 과세 강화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서민들도 부동산 재테크로 많이 하고 있는 임대소득자들에 대한 세부담까지 강화시키는데 초점을 뒀다. 주지하다시피 부자 다주택자보다 서민 다주택자들이 훨씬 많다. 이들은 대부분 대출의 대출을 연이어 끼고 있는 경우가 많아 직접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들이 한계에 부닥쳐 팔기 시작하면 부촌 지역은 견고한 반면 그 이외의 수도권이나 지방 집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해 서민 전반으로 부동산 시세하락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SKY 부촌 지역의 초고가 현상이 동작구, 영등포구, 송파구 등 인근 지역으로 확산 중인 상황에서 지방 집값이 더 떨어지면 부동산 빈부차가 벌어지는데 일조하게 된다.
물론 서민들의 임대용 다가구주택에 대해서는 다소 아량을 베풀기는 했다. 하지만 인상률을 줄이기는 했지만 그 폭을 보면 누가 봐도 생색용이다. 문제는 소형 공동주택이다. 오는 5월 이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일제히 오르면 우려했던 지방 아파트값의 도미노 하락 현상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지방 아파트들은 미분양이 넘치고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그 전 방위 피해는 결국 서민들이다.
무엇보다 공시가격 산정은 너무 즉흥적이고 주먹구구식이다. 거래가 거의 없는 지역에서 단 몇 번의 거래를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설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나아가 예정 공시가가 높아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특별한 기준 없이 마구잡이로 조정하는 것 또한 속된 말로 ‘운전사 마음대로’ 정책이다.
정부의 핀셋 부자증세는 마치 동쪽에서 시끄럽게 북을 치고 서쪽을 노리는 행보라는 의심을 버리기 어렵다.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큰 징벌적 여론몰이식 부동산 정책을 버리지 않으면 대한민국 부자-서민간 부동산 빈부차는 더욱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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