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임단협 마무리…‘밥그릇 챙기기’에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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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근무여건 큰 폭 개선…‘국민 볼모 파업 통해 얻은 결과’ 지적도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1-28 15:37:49

주요 시중은행의 임금단체협상(이하·임단협)이 마무리 됐다. 직원들의 근무여건은 한 층 더 개선될 전망이나 ‘밥그릇 챙기기’ 행태가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도 뒤를 잇고 있다. 주 52시간제 도입과 출산휴가 등 복지가 향상됨과 동시에 임금도 적지 않은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주 KB국민은행 임단협의 마무리로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임단협이 모두 마무리됐다. 세부적인 내용은 차이를 보이나 주 52시간제 조기도입과 출산·불임·유산휴가 등 모성 보호제도 도입, 임금피크제 진입 1년 지연 등은 공통으로 포함됐다.

먼저 19년 만에 총파업까지 단행했던 KB국민은행 직원들은 사측으로부터 임금피크제 진입 대상자에 대한 재택 연수 지원 및 급여체계 개선 등을 약속받았다. 페이밴드(호봉상한제)와 최하급 직급인 ‘L0’ 처우 문제 등은 인사제도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키로 했다.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는 전 직원에 대해 만 56세 익월 1일로 통일했다.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팀장·팀원급에는 재택 연수를 6개월간 지원키로 했다. 여기에 ‘PC 오프제’를 활용해 점심시간 1시간은 온전히 쉬게 된다. 다만 한 달에 8일은 예외로 두기로 했다. PC 오프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업무용 PC가 자동으로 꺼져 일하지 못하게 만드는 제도를 말한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장기근속 직원이나 근무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우선으로 해외필드트립(연수) 기회를 주기로 했다. 여기에 초등학교 입학기 자녀를 둔 직원은 임금 상 등에 불이익 없이 3월에 10시에 출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난임 휴가도 최대 3일간 유급휴가로 제공키로 했다. 배우자 유산, 조산 시 2일의 유급휴가도 신설했다.

NH농협은행은 임신 검진휴가를 기존 2일에서 4일로 늘렸다. 초등학교 입학기 학부모의 출근 시간도 유연화 된다. 여기에 노사는 퇴근 시간 이후에 업무 지시를 자제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신한은행은 PC 오프제를 통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다. 부서장의 승인이 있으면 PC 연장 사용이 가능하지만 일주일간 최대 10시간 이내로 PC 사용시간이 제한된다.

배우자 출산 시 유급휴가도 5일에서 10일로 확대된다. 임신했을 경우엔 하루 2시간씩 단축 근무한다. 배우자의 유산, 조산 시에 최대 2일 휴가도 낼 수 있다. 난임 직원이 임신 관련 시술을 받을 때 최대 3일 낼 수 있는 휴가도 신설됐다.

우리은행 노사는 지난해 12월 임단협을 마무리됐다. 경영실적과 연동해 현금과 우리사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확정했으며 50만원의 창립기념일 축하금도 준다. 일선 영업점에서 점심시간에는 스크린세이버가 뜨는 방식으로 1시간 동안 휴식이 보장된다.

배우자 출산 시 휴가는 5일에서 10일로 늘었다. 하루치의 태아검진휴가도 신설됐다. 원거리 출퇴근을 하는 근무자에게 지급하는 교통비도 매월 30만원으로 증액했다.

임금상승폭도 눈에 뛴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일반 직군 임금상승률은 약 2.6%로 합의됐다. 저임금 직군에 대해서는 은행별로 차이를 보인다. KB국민은행 노사는 저임금 직군의 임금 인상률 5.2%에 합의했다. 이 밖에 KEB하나은행 4.6%, 신한은행 4.0%, 우리은행 4.0% 등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성과급은 통상 월급의 200~300% 수준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성과급 규모는 통상 월급의 300%, 농협은행은 200% 수준에 결정됐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실적이 확정된 이후 성과급 규모가 정해진다.

각 은행들의 임단협 결과 직원들의 복지혜택이 크게 늘고 임금인상폭도 늘어 직원들의 근무여건 등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다만 은행 노조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파업까지 단행하는 등 무리한 행동을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을 볼모로 해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겼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번 은행권의 임단협을 통해 직원들의 ‘워라밸’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점쳐진다”며 “다만 금융산업 구조변화 속에서 기존 인력 감축 등은 불가피한 현상이나 이를 국민적 피해를 불러오는 파업을 통해 저지하려 하는 건 업계 안팎의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