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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거기에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가운데에 사는 자들은 다 여호와의 것이로다.<시편 24 :1>
이는 문대통령이 대선 때 내놓은 지역공약이지만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숙원사업으로 중앙 정부에 수차례 요청한 사업이다. 예타 제도는 사전에 대규모 공공사업의 취지와 경제성을 따져 국가예산의 누수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된 바 있다. 문제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잊을 만하면, 예타 면제란 달콤한 카드를 국민에게 던졌다는 점이다.
통상 예타에는 최소 6개월에서 평균 15개월이 소요되는 탓에 이게 면죄될 경우 사업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을 뿐 아니라 지방의 대규모 사업을 중앙정부가 밀어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경제성이 없어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취지에도 혈세를 아끼려 만든 예타가 사실상 유명무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업성이 낮은 대규모 건설 사업에 면죄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타 면제의 명분은 지역 균형발전과 경제회복 드라이브다. 지방 경기가 서울보다 더 부진하고, 전국적으로 고용상황이 최악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총 22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과 2010년 전남 영암 포풀러원(F1)건설 사업, 또 노무현 정부 때 호남고속철도와 강릉-원주 간 철도 등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없이 진행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지역 균형발전 등 구호는 화려했지만, 실제 예타를 받지 않고 추진됐던 과거 사업들의 상당수가 엄청난 국고만 투자하고 남기고 실패한 전례가 있다. 정권이 바뀐 지금 예산 낭비란 비판이 쏟아졌다. 예타 면제는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모은 나랏돈을 특정 정치세력이 대놓고 나눠먹자는 것과 다름없다. 내년 총선을 앞둔 지역구 의원들로서는 이 보다 더 큰 선물은 없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예타 면제 앞에서는 여야 불문하고 하나가 되어 정부부처에 예타 면제를 요청하고 있다.
이에 앞서 각 지자체는 총 61조원 규모 33개 사업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이중 3분의 2 정도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역시 예산낭비 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민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눈 뜨고 도둑을 맞는 꼴이다. 문 대통령과 집권 여당 인사들은 이 정부 출범 초부터 토목사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데 상당히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고, 그해 편성된 2018년도 SOC(사화간접자본)예산은 2017년 22조원보다 3조원 (14%)가량 삭감된 19조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집권 초 한 발언을 다시 생각한다면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하다. 우선 원칙이 보이지를 않는다. 국가재정법을 보면 예타를 면제할 수 있는 예외 사유가 규정되어 있다. 국가 정책 사업이거나 국가 안보, 남북교류, 재난 예방, 문화재복원 같은 사유가 인정 될 경우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자신감 있게 언급한 “광역별 1곳씩” 면제하는 건 예타의 원칙을 허물어트리는 전형적 ‘나눠먹기’식 행정이다. 예타 면제 사업은 적을수록 좋고, 선정되는 사업도 명확한 우선 순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문 정부는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정부는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사업에 예타 면제 우선권을 준다고 하지만 고용실적은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이다. 그런 정부였는데 정부가 스스로 원칙을 훼손한다면 앞으로 예산 집행의 정당성을 어떻게 확보할 지가 걱정된다. 또 중앙의 재정 건전성이 속절없이 무너져 지방 자치단체의 기강해이로 확산 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며칠 앞으로 닥아 온 설 연휴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꼭 예산사업의 예타 면제라는 방식으로 발표해야 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많다. 예산규모 500억 원 이상의 사업이 제대로 효과를 낼지 미리 따져보자는 취지로 지난 1999년 도입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가 먼저 이를 면제하자고 앞장서니, 예산 집행의 기본원칙을 대놓고 저버리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를 보면서 경제위기감이 팽배해지고 민심이 술렁거리자 문 정권이 선심성 정책으로, 내년 4월 총선에 대비 민심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을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광역별 1건씩’은 결국 나눠먹기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남북내륙철도 등을 비롯해 이번에 예타가 면제된 사업들은 지역민이 이용하긴 편해도 수요가 많은 지역이 아니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차라리 산업단지 토지를 기업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 예타 면제 사업이 가속페달을 밟게 된 만큼 일대 토지용도 변경 등을 통해 지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침체된 지방주택 시장을 살리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많은 시민. 사회단체들도 이번 예타 면제는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면제 추진 중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가 늘 그랬듯이 가라앉는 경기에 내년 총선까지 정부의 조바심을 키우는 모양새다. 국민이 낸 혈세를 쓰며 경재성은 따지지도 않고 일단 땅부터 파겠다는 심보다. 경기부양 목적의 사회간접자본(SOC)투자는 하지 않겠다고 국민들에게 한 공약은 잊은 지 오래다. 특히 2009년 4대강 사업을 비판했던 서릿발이 무색해질 정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과거 정부의 4대강 사업 등과 달리 SOC뿐만 아니라 지역전략산업 육성과 국민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한 사업을 포함했다” 며 “특히 일률적으로 합계를 내면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전체 고용과 생산 유발 효과를 산정하지 않았다” 고 해명하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손을 갖고 어떤 때는 손바닥으로, 어느 땐 손등이라며 말 돌리기 명수들인 문 대통령과 각료, 여당 의원들의 말은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빙성을 잃어 관심조차 없을 정도다. 결과적으로 예타 면제는 예타의 존재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며 사업을 추진 할 근거자료 자체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꺼리다. 지역 균형 발전, 경기둔화 예방도 중요하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 원칙마저 무너트리면서 당장의 면피를 위해서, 총선의 표를 겨냥해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더 큰 빚을 지는 건 싫다. “경제가 악화되면 중간 반환점을 돌 때쯤이면 토건 오케이, 토건 급발진이다. 진보든, 보수든 패턴은 같다.” 진보 경제학자의 말대로다. 그 값비싼 청구서의 뒤치다꺼리는 또 다시 불쌍한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의인이 많아지면 백성이 즐거워하고, 악인이 권세를 잡으면 백성이 탄식하느니라.”<잠언29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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