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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사설(社說)

국민연금 무소불위 운전 패권에 재앙 우려

국민 주주가치 명분 내걸고 정치적 외도로 연기금 훼손시 중범죄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2-11 00:02:26

국민연금이 자본시장의 꽃인 주식시장에서 절대 존중돼야 할 주주가치를 명분으로 내걸고 국내 주요 대기업이나 상장사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실상 무소불위의 운전대(스튜어트쉽 코드, SC)를 잡고 나섰다. 3월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주총 시즌을 앞둔 국민연금의 막강한 운전패권이 예의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오너갑질과 막말 등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아 온 한진그룹에 대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속된 말로 마사지 수준의 예상 밖 행보를 보였다. 11.56% 지분을 갖고 있는 대한항공은 아예 빼고 7.34% 지분을 보유한 지주사 한진칼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총수에 대한 이사 연임을 반대하는 것이 아닌 정관변경 수준이니 의외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본색이 드러났다. 한진그룹은 마치 국민여론을 떠보기 위한 오픈게임 같았다. 국민연금은 SC 시운전을 마치고 의결권 행보에 대해 전향적으로 절차를 바꿀 것이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의결권 공개를 주총이 끝난 후가 아니라 사전에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야말로 파격 스탠스다. 이는 경영능력이나 도덕성 등을 근거로 국민연금의 주인인 국민여론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등에 업고 여론재판식 살생부를 작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과 다름이 없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가이드라인애서 오너 갑질을 비롯한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하위 등급 기업 등을 집중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량적 평가 보다 정성적 평가가 많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줄 잣대가 될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한마디로 국민재판에 붙일 블랙리스트 선정시 임의성·자의성 등의 권한을 많이 가져가겠다는 의도와 다르지 않다.
 
갑질이나 사회적 책임은 사안의 경중을 해석할 때 변수가 너무 많다. 한진그룹과 같은 국민적 지탄을 받는 사안 이외에도 정상적인 경영행위나 업무조차 갑질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기업경영이나 관리는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 때문에 결코 편안한 명령이나 업무지시를 내릴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 갑질 블랙리스트에 오를까 전전긍긍하다보면 기업 경쟁력이 크게 위축되거나 약화될 우려가 많다.
 
사회적 책임이란 말도 종잡기 어렵다. 무작위로 이유를 들이댈 수 있는 사안들이 광범위하다. 국민연금이 블랙리스트로 결정할 변수들이 많다는 것은 기업들이 먼저 눈치를 보면서 스스로 사지를 묶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지배구조 또한 시장의 변수에 따라 결정되는 기업의 자연 생태계다. 이를 임의로 흔들면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책임자는 위기를 선제적·능동적으로 감수할 도전적 경영에 인색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사전에 의결권을 공개할 기업은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기업들이 망라돼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지분율 10% 이상인 기업만 79개에 달하고 보유 비중으로 1%가 넘는 기업도 20여 곳에 이른다. 100여 곳이 넘는 소위 알짜기업들이 국민연금 통제 하에 들어갔다는 말이다.
 
나아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에 투자한 총 금액은 무려 130조원이다.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5% 이상 지분기업은 300여 곳이다. 알짜 중에서도 재벌로 불리는 국내 대기업들 상당수가 국민연금 감시의 눈에 들어갔다는 것이 관심거리다. 여기에 60조원 가까이 되는 천문학적 자금을 위탁관리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은 초대형 고객인 국민연금의 행보와 같이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아주 예민한 사항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국민연금은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들 권한을 가졌다. 주인이 국민인 만큼 주주인 국민을 위한 스튜어트쉽 코드의 실행 자체는 문제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막강해진 권한이 정치적 외도로 빠져 실행 과정에서 국민이 오히려 배제되는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은 시장경제 질서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따라서 주주가치를 명분으로 내건 스튜어트쉽 코드는 오로지 주주가치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자본시장에서 주주가치는 주주들의 이익 극대화다. 극단적으로 경영상 시장에서 불가피한 반칙을 하더라도 주주들은 이익을 내주길 원한다. 문제는 경영적으로 이런 경영적 판단이 매일 매순간 수시로 일어난다는데 있다. 이 질서는 시장 자체 내에서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시스템에 인위적인 잣대로 칼질을 하기 시작하면 주주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을 그만큼 키운다.
 
나아가 경영간섭의 목접이 주주가치 보다는 현 정부의 국정방향인 경제민주화에 준해 노조 등 노동가치에 중점을 둘 경우 당연히 주주가치는 떨어지거나 소외를 받는다. 노동가치를 넘어 작금의 귀족노조 행태처럼 노동권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기업은 그만큼 부가가치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경쟁에서 처지고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 국민연금 훼손이라는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적자가 나도 노조권력 때문에 경쟁력을 키우는 경영을 하기 어려운 사태가 한국경제 곳곳에 독버섯처럼 자라왔다. 지금은 그것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 중에 있기까지 하다. 기업경영은 크든 작든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운전대를 단 한순간도 놓기 어렵고 놓아서도 안 되지만 적자가 나도 운전대를 놓을 상황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성장이나 혁신을 향해 나아가는 기업들에게는 아예 도산이나 파산 위험을 키우는 일이다.
 
국민연금이 주주가치를 존중할 상황이 녹록치 않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되레 노동가치에 경도되는 판단을 하게 되면 국민들의 마지막 보루인 노후자금의 기초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 국민연금이 국민들이 거둔 십시일반 보험성격임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운용’은 절대 용서받기 힘든 중범죄다.
 
원론적으로 시장경제에서 시장에 반하는 권력을 가진 질서자가 나오면 안 된다. 그것은 국부론 이후 지난 수백년간 증명돼 왔다. 시장원리는 냉혹하고 용서가 없다. 패자에 대해 절대 관용이 없다. 그런데 그 경쟁만큼 시장경제는 공공의 부가가치를 만들고 내놓는다. 공공의 거버넌스가 화두이고 대세이기는 하지만 시장의 밥솥이 작아져 모두가 가난해지는 상황에서는 거버넌스의 선의가 무력화된다. 국민연금은 그래서 책임도 무한이다.
 
국민연금은 우리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감시자를 넘어 질서자를 자임했다. 하지만 시스템상 복지부를 정점으로 한 정치 권력이 자리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순수하게 주주가치를 고양시킬지 걱정이 가시질 않는다. 정치권력의 셈법은 그만큼 복잡하다. 연기금의 이익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현 정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재벌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서도 같은 주주인 만큼 동고동락해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는지부터 자문해 봐야 한다. 국민연금은 자본시장의 기득권에 있는 기업인들과 필요에 따라 어깨동무를 더 많이 하면서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을 나누겠다는 근성이나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민주화 노선과 다른 길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익을 내는 것에 관한한 대주주와 동행할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유연함이 없다면 국민연금은 절대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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