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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집값 안정화를 목표로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들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지방간의 집값 양극화 심화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수도권 광역교통철도망(GTX)과 3기 신도시 등의 굵직한 개발 계획을 발표해 수도권 일대 지역 집값이 상승한 데 반해 지방은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과 지방 간의 집값 양극화 현상은 올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분양 물량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대규모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마땅한 대책은커녕 그저 지켜만 보는 모습을 보여 지역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악의 미분양 지역 충청·청주…떨어지는 집값에 지역민들 시름 깊어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 주택 매매거래량은 38만5527건으로 전년 보다 13.0% 줄었다. 2007년 38만5400건 이후 11년 만의 최저치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47만5000건에 비해서도 25%나 줄어든 수치다.
아파트 가격도 1년 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방 아파트값은 2017년 10월 둘째 주(-0.02%)부터 올해 1월 셋째 주(-0.08%)까지 꾸준히 하락했다. 지난해만 3.1% 떨어졌다. 한국감정원이 해당 통계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집값 하락은 미분양 사태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지방 미분양 주택은 5만3622가구로 1년 전보다 15.4% 늘어났다. 전국 미분양 주택 가운데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89.2%에 달한다. 2007년 이후 최대치다. 이 기간 충청권에서는 충청북도 4707가구, 충청남도 8476 가구, 대전광역시 1426 가구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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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정의섭] ⓒ스카이데일리 |
올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 신규 분양이 예정돼 있어 지방 미분양 사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수요가 많은 서울과 신도시 등 수도권 지역은 평당 가격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분양 수요를 자극할 수 있지만 지방에선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 분양될 아파트 물량은 38만9677가구로 지난해(22만5374가구) 대비 70% 이상 늘었다. 신규 분양 물량의 절반 정도가 지방이다. 악재가 가득한 탓에 충청권은 분양경기실사지수(HSSI)도 악화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충청권은 충남이 52.1p, 충북 68.4p, 대전 71.4p 등으로 기준선(100)을 크게 밑돌고 있다.
분양경기실사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분양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초과하면 분양전망이 긍정적인 것을 의미한다. 70선을 밑도는 충청권은 100호를 분양하면 절반 가량이 미분양으로 남을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안정화 정부 대책이 수도권 집중, 지방 부동산 몰락 현상 부추겼다”
집값 하락과 미분양 사태 심화로 해당 지역 시민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 재산 피해를 두 손 놓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찾은 충청북도 청주시 역시 우울한 분위기가 역력하게 나타났다. 이곳은 타 지역에 비해 집값 하락 현상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분양 세대수는 공급 세대수 1만5823세대 중 2258세대에 달한다. 세부적으로는 청주 동남지구 우미린 아파트가 515세대 미분양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지구 시티프라디움1차 234세대 △동남지구 시티프라디움2차 192세대 △문화동 문화동센트럴칸타빌 156세대 등도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주택 수요가 없다 보니 시세 하락도 지속되고 있다. 청주시 소재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청주 아파트 값은 지난 2~3년 사이 20% 이상 하락했다. 청주시 소재 윤부동산 윤대성 대표는 “지방 경기 침체로 인해 청주 아파트 값은 상당구를 중심으로 20~30%는 하락했다”며 “그런데도 공급이 넘쳐나다 보니 가격하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지자체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도권과 지방간에 집값 양극화 현상에 지방 거주민들은 상당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청주시 산남동 주민 강소진(29·여) 씨는 “청주 아파트가 2~3년 전 대비 5000~6000만원 가량 하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파트를 구매하려 했지만 아파트 가격 하락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부모님의 말을 듣고 보류했다”며 “아파트를 사는 입장에서는 가격이 하락돼 좋지만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한다는 말을 들을 때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심화되는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지만 현재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주시 소재 중앙하이츠 공인중개사무소 최경희 대표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청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할 당시에도 미분양, 집값 하락의 우려가 많이 나왔는데 지금은 현실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출 규제, 보유세 인상 등의 정부 정책이 지방에 투자하지 못하게끔 만들어 지방 부동산 시장은 더욱 침체되고 있다”며 “결국 서울의 집값을 집기 위해 내놓은 정책들이 지방 부동산 침체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지방은 현재 수급에 따른 변수가 크게 작용해 공급이 많은 지역 위주로 침체가 고착화돼 가고 있다”며 “정부가 청약위축지역 지정 등의 대책을 마련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청약위축지역이라는 오명은 주택수요자로 하여금 선입견을 만들게 할 수 있고 이러한 선입견은 미분양 및 주택 거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주택 물량이 해소될 때까지 신규공급을 조절하고 나아가 침체된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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