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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의 가톨릭 사제 다섯 명 중 네 명이 동성애자라는 주장을 담은 책이 곧 출간될 예정이어서 가톨릭계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매체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이달 21일에 출간될 프랑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프레데릭 마텔의 저서 ‘바티칸의 숨겨진 비밀(In the Closet of the Vatican)’에 담긴 충격적인 내용을 소개했다.
작가 마텔은 작품을 쓰기 위해 4년 동안 자료조사를 했으며 “바티칸의 심장에서 일어나는 부패와 위선의 놀라운 이야기”를 570쪽에 달하는 작품에 담았다고 이 책을 출판하는 영국의 블룸즈버리 출판사가 밝혔다.
이 작품은 8개의 언어로 번역돼 20여개 국가에서 오는 21일 동시에 출판될 예정이다. 이 날은 공교롭게도 바티칸에서 전 세계 주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최근에 논란이 일었던 가톨릭 사제 성추문 문제로 회의가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가톨릭 웹사이트 ‘더 태블릿’의 보도에 따르면 작가 마텔은 자료조사를 위해 추기경 41명, 주교 52명, 교황 대사 및 외교관 45명, 교황청 스위스 근위대 11명, 200명 이상의 사제와 신학대학생 등 총 1500명을 인터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비밀”이 드러났는데, 그 중에서도 충격적인 것은 동성애 혐오를 강하게 드러내는 사제일수록 동성애일 가능성이 높았다는 사실이다.
마텔은 또 故 알폰소 로페즈 트륄로 콜롬비아 추기경이 동성애·피임·남창 등을 적극 옹호했다고 주장한다.
작가는 일부 동성애 사제들은 자신들의 성정체성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그 중 일부는 신중하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위험하고 가벼운 접촉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성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제들도 있었다.
이 책에서 아동 성폭력 문제를 동성애와 혼동해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작가는 그런 문제 제기를 어렵게 만드는 비밀스런 사제 문화를 드러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블룸즈버리 출판사의 홍보자료에 따르면, 작품 ‘바티칸의 숨겨진 비밀’은 금욕주의, 여성혐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음모 등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비밀을 드러낸다.
지난해 칠레의 대표적인 성직자 성범죄 사건인 ‘카라디마 사건’의 피해자 후안 카를로스 크루즈를 만난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에게 “당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황은 “신은 당신을 이 모습으로 창조했고 이 모습을 사랑한다”고 위로하며 “당신은 현재의 모습 그대로 행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폴란드의 한 사제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히고 나서 바티칸의 직책과 성직을 박탈당했다. 그는 교회가 수 백 만의 동성애 가톨릭 사제들의 삶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폴란드 사제였던 크리스토프 올라프 카람사는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동성애자 사제들이 가득한 곳’에서 동성애를 금지하는 것은 바티칸의 ‘위선’이라고 비난했다. 카람사는 2015년 남자친구와 함께 커밍아웃을 선언해 교계에 큰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지난해 12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동성애 문제는 매우 심각하며 사제 후보의 초기 단계에서 확인되어야 할 문제다”고 말하고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가 유행처럼 보이기도 한데, 그런 사고방식이 어느 면에서 신앙생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21∼24일 바티칸에서 열리는 ‘세계 주교회 의장 회의’에서는 100여 국가의 고위 사제들이 모여 가톨릭 사제의 성추문 의혹을 다룰 예정이다. 그와 함께 그동안 덮여있던 ‘바티칸의 숨겨진 비밀’이 세상에 드러남으로써 사제들의 동성애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가능성이 커졌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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