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강국 위상 흔든 경직된 노동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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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강국 위상 흔든 경직된 노동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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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2-15 11:38:55

최근 한국경제를 지탱하던 주력품목의 수출부진이 이어지면서 경기성장률 전망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수출효자로 불리던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석유화학 등의 판매 실적 저하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내수불황에 이어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자칫 한국경제가 출구없는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줄어든 463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감소했다. 두 달 연속 수출이 감소한 건 2016년 9~10월 이후 27개월 만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가격이 크게 하락한 탓에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 감소율은 무려 23.3%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27개월 만에 8.3%라는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한 이후 하락 규모가 더욱 확대됐다.

국내에서 3번째로 수출 규모가 큰 석유화학의 수출 실적도 두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6.3% 마이너스 성장한 데 이어 지난달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다. 국제 유가 하락이 수출 실적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장 심각한 것은 국내 자동차 수출 성적이다. 한국의 수출은 지난 2012년 317만대를 기점으로 6년 연속 감소해 지난해 245만대까지 떨어졌다. 6년 새 무려 22.71% 감소한 수치다. 10대 자동차 생산국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수출에서도 극심한 부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가 내수 부진과 수출의 동반부진에 시달리는 사이 인도와 멕시코는 임금수준 대비 높은 생산성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던 한국은 2016년 인도에 추월당한 데 이어 2년 만에 또 다시 멕시코에게 밀려 현재 7위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우 반도체나 석유화학과 달리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부정적 효과가 더욱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대립적 노사관계와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로 인한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가 고착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상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노동생산성은 매년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가 자동차 1대를 생산할 때 투입되는 시간은 26.8시간이라고 한다. 도요타(24.1시간), GM(23.4시간)과 비교해 무려 2시간 이상 투입되는 시간이 많다.

생산성은 낮은 반면 인건비는 비싸다. 지난해 기준 국내 완성차업계 1인당 평균 임금은 9072만 원으로 본 토요타(8390만원), 독일 폭스바겐(8303만원)보다 높다. 또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도 12.3%로 토요타(5.9%), 폭스바겐(10.0%)을 크게 상회한다.

이처럼 높은 임금 대비 낮은 생산성은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한국이 제조업 경쟁력을 상실한다면 이는 심각한 국가경제 위기다.

국가 경제력이 나아질수록 임금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고임금·저생산성에도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귀족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는 국가경제 위기로 직결된다.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한국경제를 지탱해 왔던 주력 제조업이 망가지는 건 시간문제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