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요만은/
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 밤/
고요히 창을 열고 별빛을 보면/
그 누가 불러주나 휘파람 소리/
차라리 잊으리라 맹세하건만/
못생긴 미련인가 생각하는 밤/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으면/
애타는 숨결마저 싸늘하구나/
‘애수의 소야곡’은 일제 강점기인 1938년에 박시춘이 작곡하여 대 히트를 한 가수 남인수의 대표 명곡이다. 간결하면서도 애조 가득한 이곡은 올드팬들에게 아직도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는 위대한 명곡이다.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 옛가요 보존회’의 예전의 명칭이 ‘남인수 팬클럽’이었다. 그러나 사정에 의해 팬클럽 명칭을 바꾼 이유는 남인수, 그가 친일파라는 것 때문에 관청이나 팬들로부터 소외를 당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가수 남인수는 일제 강점기 가장 사랑 받는 조선인 가수로 그의 노래는 한국인들의 심성을 울리며 최고의 남성가수로 각광받았었다.
애수의 소야곡, 추억의 소야곡, 청춘고백, 산유화, 이별의 부산정거장, 해운대 엘레지, 무정열차, 기다리겠어요, 등등 아직도 노래방에서 인기 있는 노래가 수두룩하다. 그의 노래는 아름다운 남성의 미성에다 한국인의 애절한 시대상을 가장 잘 표현하였으며 그가 발표한 오리지널 곡이 280여곡이며 타인의 노래와 외국 곡 까지 합치면 무려 일천곡이 넘는다.
그런 그의 행적이 일제 강점기 불렀던 혈서지원이란 노래와 몇몇 곡이 일제를 찬양하는 곡이라고 하여 친일파로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따라서 그의 고향 진주에서 해마다 열리던 <남인수 가요제>가 중단되었으며 가요계에서도 푸대접을 받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여기서 친일파라는 한국인의 가슴 아픈 역사를 생각해 본다. 현재 친일파로 확정된 사람들은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11월 8일에 편찬한 친일인명사전 명단에 수록된 4776명이다. 일제 강점기 36년 동안의 한국 사회의 주요 인사가 거의 망라 된 지경이다.
그 중에 우리가 알만한 인물들만 열거해 본다면, 문학인으로는 노천명, 최남선, 주요한, 김동인, 유치진, 모윤숙, 채만식, 이광수 등이며, 음악인은 홍난파, 현제명, 조두남, 남인수, 안익태, 김성태, 김동진, 미술에 장우성, 김인승, 김기창, 심형구, 영화 연극에 문예봉, 복혜숙, 유치진, 이서구 등이다.
실로 일제 강점기 태어난 한국 예술계나 정치인, 혹은 사회 각 분야를 총망라해도 부족한 느낌이 든다.
여기서 우리는 일제에 침탈을 당한 을사늑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고종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국력이 쇠약하여 강제 조약에 국새(國璽)를 찍은 고종의 비극을 이해 할 수가 없다. 왜? 그토록 총 한방 쏴보지 못하고 나라를 통째로 일제에 넘기게 되었는가를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역사는 되돌릴 수 없지만, 당시 일본은 아시아 최대의 흥한 나라요 세계에서도 내로라 할 만큼 국방이 튼튼하여 러시아와 중국을 넘볼 정도의 국력이었으니 가히 조선이 감당이야 할 수 있었겠는가?
그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일본인들의 강력한 국력 앞에 엎드려 살아가야만 하던 조선인들의 서러움과 울분이 터진 것이 1919년 3.1운동이었다.
비록 임금이 사라지고 황태자 이은(영친왕)이 일본의 왕족으로 추락하여 일본의 사관학교를 나와 일제군복을 입은 처량한 신세가 되었으니 5000년 민족혼을 가진 백의민족이 오죽 괴로웠겠는가?
마침, 올해가 3.1운동의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다. 100년 전 이 땅에 일제의 군화자국이 가득했듯, 작금의 현실 또한 국토가 분단됐고 이념으로 서로 앙숙이 되어 핵으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붉은 무리들이 설치고 있는데, 참으로 이 땅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현실은 가슴 아프기 그지없다.
3.1 운동 100주년을 즈음하여 필자는 친일파라고 낙인찍힌 자들을 증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측은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 최고의 명성으로 한국인들의 마음 속 깊이 남아 있는 가수 남인수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면서 음악을 하며 인기를 구가하지만 일제의 서슬 퍼런 억압과 압제 속에 친일적인 노래를 거절하거나 외면하면 가수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었겠는가? 문학인이나 기타, 다른 예술계통의 인물 또한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민족문제 연구소가 발표한 4776명의 친일파가 활동했던 문화예술 그리고 다른 분야까지 그들의 모든 기록을 지울 경우, 한국 문화의 완전한 검은 선이 보일 뿐, 문화의 완전중단이 보일 것이다.
춘원 이광수의 소설, 모윤숙의 시, 애국가의 안익태, 등등 그들이 친일을 했지만 그들의 작품은 친일이 아닐 경우, 인정하고 사랑하고 아끼고 동화하는 것이 진정한 국민이요 진정한 나라가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일부 고등학교 교가를 친일파 작곡가의 곡이라 하여 다시 작곡하겠다는 말이 들린다. 친일파가 작곡한 교가를 부른다고 하여 친 한국적이 아니라는 등식도 옳지 않다. 친일파가 지었던 친일적인 것만 제외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가수 남인수의 경우, 해방이 되고 1957년 대한레코드 가수협회를 창설해 초대 회장이 되었고, 1960년 전국 공연단체 연합회 회장, 1961년 한국무대예술협의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것을 보면 다시 애국적인 활동도 하였으며 조국의 새 출발에 힘을 실은 일을 한 경력도 있는 것이다.
친일파라는 주홍글씨에 얽매여 모든 친일적인 것을 배제한다면 우리의 국어나 지명, 학명, 그리고 단어들이 일본식 단어로 이름 지어진 것이 그 얼마나 많은가?
500년 조선의 영친왕 이은이 을사늑약에 의해 처참하게도 왕실에서 쫒겨 일본의 왕실 한 종파로 강등되어 일제의 당꼬 바지와 일본도를 든 군복차림으로 일본군인의 명령을 받들고 근무하는 “비극적 운명의 친일”도 있다. 우리 한국인들의 일제시대 “운명적 친일”을 칼로 난도질하듯, 모멸 차게 단죄를 한다면 우리 스스로 우리의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필자가 주장하는 말이다.
친일파 그들을 증오하고 미워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 주변에는 어느새 친북파가 수두룩하다. 21세기 백주대낮에 지금은 당연히 폐기 되어야 마땅한 과거 100년 전 공산혁명을 꿈꾸며 친북적인 행태를 버젓이 벌리고 있는 이 참담한 현실에 필자는 땅을 치며 분하게 생각한다. 친일파보다 친북파가 더 걱정이 된다.
3.1 운동 100주년 되는 이 아침에 친일파가 문제이지만, 친북파는 더 무섭고 악랄하게 다가와 이 나라의 뜻있는 이들이 가슴 아파한다. 친북파, 친 김정은파, 이들이 언젠가는 친일파와 같이 온 국민들이 증오하며 배제되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어느 시대이건 정권의 단물을 빨아 먹으며 권력에 도취되어 있는 무뇌색(無腦色) 정치가들이 있게 마련이다. 잠시 스쳐가는 짧은 권력에 간을 빼줄 듯 아부하는 인간들은 언젠가 역사의 심오한 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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