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 접근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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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국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2-28 19:26:30

대한민국이 합계출산율 0명대 시대에 진입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출산율 1명대 미만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가히 ‘저출산 쇼크’라 할 만하다.

이것이 정부가 지난 2008년 이후 12년 동안 126조원을 투입해 저출산 대책을 실시했다고 하는데 대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게다가 지난해 연간 사망자 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연간 인구증가폭은 통계를 작성 이후 가장 적은 2만8000명에 그쳤다. 따라서 인구 감소시점은 기존의 전망치인 2028년보다 한층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32만69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900명(-8.6%)이 줄었다. 연간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1년 전(1.05명)에 비해 0.08명(-7.1%)이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15~49세 여성 1인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다.

사실 합계출산율 1.0명의 붕괴는 이미 예고된 바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4·4분기 합계출산율이 0.94명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명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 1.07명으로 반등했지만 2분기 들어 다시 0.97명에 떨어졌으며 3분기에는 더욱더 추락해 0.95명으로 내려앉았다.

합계출산율 0.98명은 인구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인 2.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결과는 3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인 1.68명을 하회하는 것은 물론 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이처럼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 시점도 빨라질 전망이다. 2016년 통계청은 장래 인구 추계에서 우리나라의 총인구 감소 시점을 출산율 최소인구 가정을 기준으로 2028년이 될 것으로 공표했다. 하지만 최근 출산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면서 총인구 감소 시점은 이보다 더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보다 인구 감소가 빨라지면서 출산율 감소가 우리의 경제·사회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면서 경제는 활력이 앓고 추락하고 있으며, 고령화에 따른 복지의 부담은 하루가 다르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는 경제 성장과 내수 및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에 접근하는 정부의 태도가 변화되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단순히 출산율을 임의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는 대신, 포괄적인 개념으로 저출산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단순한 예산지원으로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이 명백해졌음에도 250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때문에 국민들은 저출산 현상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단기처방식’으로 막대한 예산을 편성했다는 반응이 보이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최종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저출산 대책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을 늘리려면 교육·주거·일자리 등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지금처럼 단순히 지원금 방식으로 접근하면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삶의 질 개선과 성차별 해소 등과 같은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프랑스는 여성 고용률이 60%를 넘어가면서 합계출산율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고용률을 높이자 영국은 65%, 스웨덴은 60% 전후로 떨어졌던 출산율이 올라가는 현상을 보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1년 이후 1.3명 이하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여성 고용률은 50%대에 그치고 있다.

성 격차지수(GGI)와 합계출산율도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인구대체 출산율 2.1에 가까운 영국·프랑스·네덜란드·덴마크·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등은 성 격차지수가 20위권 안에 있다. 반면 초저출산 국가로 꼽히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성 격차지수 순위가 100위권 밖이다.

저출산 문제는 우리나라의 미래와 깊은 관련이 있는 만큼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보다는 장기적으로 먼 미래를 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126조원이라는 막대한 세금을 저출산 대책으로 사용했지만 그 효과는 ‘2018년 합산출산율’이를 반증한다. 정부차원의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와 함께 사회가 저출산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해결하려는 인식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저출산에 대한 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올바른 인식과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을 기대한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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