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 휘둘린 국민연금의 수익률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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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3-04 00:02:09

국민 노후를 책임져야 할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민연금 기금본부가 연간 수익률에서 손실을 본 건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휘청이던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통화긴축, 부실 신흥국 신용위험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약세가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국민연금의 설명이다.

기금운영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은 -0.92%다. 주식시장에서 큰 폭의 손실을 낸 게 직격타로 작용했다. 국민연금은 639조 원에 달하는 기금 중 약 35%인 222조 원 가량을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국내주식 수익률은 -16.77%, 해외주식 -6.19%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은 수익률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해외 주요 연기금의 사례까지 인용했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다른 연기금에 비해 나름 선방했다는 것이다. 실제 주식 비중이 48%를 차지했던 일본 공적연금 GPIF는 지난해 -7.7%라는 저조한 수익률을 냈다.

하지만 해외 연기금의 저조한 수익률이 국민연금의 마이너스 수익률에 대한 정당화는 될 수 없다. 일례로 국민연금과 주식 비중이 비슷한 캐나다 공적연금 CPPIB의 경우 지난해 8.4%라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 기금 설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연평균 5.24%, 최근 5년 간 3.97%의 수익률을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유독 부진한 성적표를 거뒀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국민연금의 저조한 운용수익률은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이미 국민연금의 기금고갈에 대한 우려가 가시화되면서 소득대체율과 수령연령이 수 차례 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금 운용수익이 1%포인트만 높아져도 국민연금 고갈시기를 5~8년 가량 늦츨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 제4조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도 수익성의 원칙이다. 가입자의 부담, 특히 미래세대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문제는 수익성을 추구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선행돼야할 게 기금운용의 독립성에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간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으는 게 바로 기금운용의 독립성이다. 기금을 운용할 때 강조되는 수익성과 안정성, 공공성, 유동성의 원칙과 함께 강조되는 게 운용 독립성의 원칙이다. 국민의 돈인 만큼 누구도 다른 목적을 위해 원칙을 훼손해선 안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연금을 두고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독립성의 원칙을 대통령이 앞장서서 무시하겠다고 공언한 것과 다름없다. 자율운용 원칙을 깨고 정부가 노골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셈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부 개입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비단 국민연금 독립성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된 사안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한 주주권 행사가 중장기적인 연금 수익률에 도움이 될 지 안 될지 여부조차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대통령 한 마디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데다 현재 공단 이사장은 문 대통령 캠프에도 몸 담았던 여당 정치인 출신이다.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은 복지부 장관이,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위원장마저 이사장이 맡고 있다. 기금운용이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국민연금의 말을 누구하나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