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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느 기록이 옳은지 상세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649년 당 태종이 유조(遺詔)를 남김으로써 요동의 전역이 중지된 이후부터 신채호 선생이 주장하는 연개소문의 사망연도인 657년까지의 기록과 그 이후부터 「삼국사기」의 사망연도인 666년까지의 기록을 검토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다.
657년 이전 당나라가 고구려를 공격한 기록은 다음과 같이 1개 뿐이다. “고구려가 백제·말갈과 더불어 신라의 북쪽 변경을 침공해 33개성을 점령하니, 655년 정월 신라왕 김춘추가 당나라에 사신을 보내 구원을 요청했다. 3월에 당 고종이 영주도독 정명진과 좌위중랑장 소정방에게 군사를 거느리고 가서 고구려를 공격하라 했다. 여름 5월, 정명진 등이 요수를 건너오자 고구려는 당나라 군사들의 수가 적음을 보고 성문을 열고 귀단수를 건너가 맞붙어 싸웠다. 정명진 등이 맹공을 퍼부어 1000여명의 군사를 죽이고 사로잡는 등 크게 이겼으며 외곽성과 촌락에 불을 지르고 돌아갔다”는 기록인데, 이는 전면전이 아니고 신라가 구원을 요청하니 당나라는 어쩔 수 없이 국지전으로 돕는 시늉만 냈던 것으로 보인다.
신채호의 주장인 657년을 따르면 연개소문의 사망 이후 당나라의 공격이 빈번하고 거세졌다. “658년 6월 정명진과 설인귀가 군사를 거느리고 고구려의 적봉진을 공격해 함락시키고 400여명의 목을 베고 100명을 포로로 잡았다. 고구려에서는 두방루에게 3만 병력을 주어 이를 막게 했는데 정명진이 거란으로 하여금 맞받아쳐 대파했는데 2,00여명의 목을 베었다”는 기록과 “659년 11월 당나라의 설인귀가 내침해 황산에서 고구려 장수 온사문을 격파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진위여부는 판명할 수가 없으나, 만일 두려움의 상징인 연개소문이 살아있었더라면 과연 당나라가 이 정도까지 고구려를 공격할 수 있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어 660년 7월 당나라는 장수 소정방을 보내 백제를 멸망시킨 후, “11월 겨울, 당나라는 계필하력을 패강도(浿江道) 행군대총관으로, 소정방을 요동도(遼東道) 행군대총관으로, 유백영을 평양도(平壤道) 행군대총관으로, 포주(蒲州)자사 정명진을 누방도(鏤方道)총관으로 삼아 각각 다른 길로 병사를 이끌고 공격하게 했다”
“661년 봄 정월, 당나라가 하남(河南)·하북(河北)·회남(淮南) 등의 67개 주에서 병사를 징발하여, 4만4천여명을 평양과 누방(鏤方) 군영으로 가게하고, 또한 홍려경(鴻臚卿) 소사업(蕭嗣業)을 부여도행군총관(扶餘道行軍摠管)으로 삼아, 회흘(위구르) 등 여러 부의 병사를 거느리고 평양으로 향하게 했다”
“여름 4월, 임아상을 패강도(浿江道) 행군총관으로, 계필하력을 요동도(遼東道) 행군총관으로, 소정방을 평양도(平壤道) 행군총관으로 삼아, 소사업과 모든 흉노 등의 군사를 합해 모두 35개 군단이 수륙으로 길을 나누어 동시에 진군했다. 이때 황제가 직접 대군을 통솔하려 했다가 무후(武后)가 말리니 중지했다” 등 세 기록이 이어진다.
위 660년~661년 기록들은 뒤에 전투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실제 일어났던 전쟁 상황이 아니고 조서로만 임무를 부여하고 명령을 냈던 것으로 보인다. 통상 조서를 내린 후 실제 전투가 벌어질 때까지는 수개월 걸린다. 당 태종의 요동정벌도 조서를 내린지 4개월이 지나서야 당나라 군대가 고구려로 들어섰듯이 말이다.
또한 행군대총관이 9개월 만에 완전히 바뀌고, 대총관이었던 직책이 총관이 되고, 황제가 친정하려 했다가 중지했다는 것으로 보아, 실제 조서도 아니라 훗날 가필한 문구가 아닌가 한다. 저렇게 지휘관과 직책을 싹 바꾸는 전쟁은 있을 수 없으며, 당 고종 이치는 친정할 정도로 대담한 위인이 아니다. 특히 천하의 명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버지 이세민이 참패한 고구려를 상대로 그런 위험천만한 모험을 시도할 리가 없는 나약한 군주이다.
게다가 더욱 이상한 점은 당시 당나라가 부흥전쟁을 벌이고 있는 백제를 완전하게 제압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훨씬 더 강력한 고구려를 상대로 새로운 전쟁을 또 벌였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양쪽으로 강적과 전쟁함은 전략상 피하는 것이 상식이므로 위 전쟁기록은 실제가 아닌 가필로 보아야 할 것이다.
「삼국사기」에 “661년 가을 8월, 소정방이 패강(浿江)에서 고구려 군사를 물리치고 여러 번 싸워 모두 이기고 마읍산(馬邑山)을 빼앗고 마침내 평양성을 포위했다. 9월 개소문이 그의 아들 남생에게 수만 명의 정병을 주어 압록강을 수비하게 하니, 당나라의 모든 부대가 건너오지 못했다. 계필하력이 압록강에 도착했을 때 강에 얼음이 얼어 무리를 이끌고 얼음 위로 강을 건너 북을 두드리고 함성을 지르며 공격해왔다. 고구려 군사들이 싸움에 져서 달아나니 계필하력이 수십 리를 추격하며 3만명을 죽였다. 남은 무리는 모두 항복했고, 남생은 간신히 자신의 몸만 피해 달아났다. 이때 당나라에서 철군하라는 조서가 왔으므로 그들은 곧 돌아갔다”는 기록이 있다.
또 “662년 봄 정월, 당나라의 옥저도(沃沮道摠管)총관 방효태가 연개소문과 사수(蛇水)에서 싸웠다가 그의 휘하 군대가 전멸했는데, 방효태도 그의 아들 13명과 함께 전사했다. 소정방은 평양을 포위했는데, 마침 큰 눈이 내렸으므로 포위를 풀고 물러갔다. 이처럼 당나라는 앞뒤의 전쟁에서 매번 큰 성과 없이 물러갔다”는 기록도 있다.
적장 소정방에게 후방 도성(평양)이 포위당했음에도 연개소문이 전방 압록수로 남생을 보내 수비하게 했다는 이야기는 군사학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이상한 기록이 있다. 또한 압록수는 음력 11월 하순 한겨울에나 얼음이 어는 큰 강이다. 계필하력이 언제 압록수를 건넜는지는 모르겠으나 8월부터 한겨울까지 평양성을 포위했다가 조서가 와서 철군했다는 소정방이 이어지는 봄 정월에 또 다시 평양성을 포위할 수 있었을까.
이는 물리적으로 100%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위 661~662년 기록들은 그야말로 가필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삼국사기」는 “이처럼 당나라는 앞뒤의 전쟁에서 매번 큰 성과 없이 물러갔다”라는 말로 스스로 가필임을 밝히고 있다.
필자도 신채호 선생의 연개소문 사망 657년 설에 동의하고 싶다. 왜냐하면 만약에 「삼국사기」와 중국의 기록처럼 연개소문이 666년에 죽었더라면 660년 나당연합군이 기습했을 때나 부흥전쟁 때 고구려가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도 당시에 연개소문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애당초 당나라는 연개소문이 두려워서라도 660년 고구려와 동맹이었던 백제 침공을 아마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642년 사위와 딸을 백제에게 잃은 김춘추가 찾아와서 원병을 요청하자 연개소문은 “당나라 사람들은 패역하기를 짐승에 가깝습니다. 청하건데 우리들은 사사로운 원수를 잊고 지금부터 삼국이 힘을 합쳐 곧바로 당나라 수도 장안을 쳐들어가 도륙낸다면 그 괴수를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오. 전쟁에서 이긴 후에 옛 영토에 따라 연정을 실시하고 인의로써 함께 다스리도록 약속하여 서로 침범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을 영원히 준수함을 계획함이 어떻겠소”라고 오히려 삼국이 힘을 합치자고 제안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연개소문이 660년 당시 없었던 것은 아닌가하고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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