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공시가격 현실화’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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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균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3-05 12:11:53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속뜻은 바쁘다고 속도만 내다보면 놓치는 것이 많고 그만큼 부작용이 생겨 돌아간 것만 못하다는 말이다. 이는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챙겨가며 가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최근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을 적용해야 하는 정책이 있어 화제다. 바로 공시가격 현실화와 관련된 문제다. 현재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공시가격(공시지가 포함) 현실화는 조세형평성이라는 대 전제를 가지고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마치 이전의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앞뒤 보지 않고 결과만을 생각하며 속전속결로 달리고 있다.

정부는 이미 표준 단독주택과 표준지 공시가격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많은 국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빌라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도 내달 말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조세형평성’, ‘부자인 만큼 세금을 더 내라’고 박수를 보내던 국민들은 올해부터 건강보험료가 큰 폭으로 올라 가정 경제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쌓여 있다.

서울 시내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김모 씨는 건강보험료가 지난해에 비해 몇 만원이나 올라 공단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다들 그렇게 올랐으니 그렇게 알고 계시라는 답변 뿐 이었다고 한다.

그는 “강북의 비싸지 않은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다”며 “올해 들어 갑자기 건강보험료가 큰 폭으로 올라 부담이 커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서민들은 조세형평성보다 당장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몇 만원이 더 신경 쓰인다"고 덧붙였다.

본 기자가 일선 부동산 관계자의 말을 통해 전해들은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나 인터뷰를 통해 들은 시민들의 목소리는 너무나 차가웠다. 시민들은 건강보험료가 이렇게 많이 올라도 되는 거냐고 따지기도 했다. 상승한 공시가격으로 보유세를 직접 내게 될 때면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정부는 물가상승에 발 맞춰 공시가격을 인상해야 한다. 당장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빠른 속도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여건을 생각해 현실적으로 공시가격을 인상했어야 했다. 그 편이 현 정부에게 박수를 보냈던 국민들을 이해시키는 길이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정부의 정책이 될 것이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문용균 ykm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