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암흑…과이도 “국가비상사태 요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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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지하철·통신망 등 마비, ‘남미 역사상 최악의 정전사태’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3-12 00:27:23

▲지난 7일 오후(현지시간)부터 시작된 베네수엘라 전국의 정전사태로 병원에서는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은 카라카스 소재 미겔 페레스 카레노 병원이 정전으로 암흑에 갇힌 모습. [사진=CNN]

베네수엘라에서 나흘째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이어지면서 나라가 큰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반정부 지도자 후안 과이도는 11일(현지시간) 의회 특별회기 중에 국가비상사태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지난 7일(현지시간) 이후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주에서 정전이 발생해 국민의 일상생활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대규모 ‘블랙아웃(정전)’ 상태로 도시에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암흑에 휩싸이고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는 등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특히 병원 장비를 이용하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잇따르고 학교·기업이 문을 닫고 가정에서는 냉장고를 가동하지 못해 아끼던 음식을 더 이상 보관할 수 없게 됐다. 또 은행과 통신망이 멈춰 물품을 결제하지 못해 식품을 구할 수 없어 식량난이 가중됐다. 베네수엘라 국민의 일상이 무너져 외신들은 ‘남미 역사상 최악의 정전사태’라고 보도했다.

임시대통령을 자임한 과이도 국회의장은 1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전국 25개 주 16개 주에 전기가 전혀 공급되지 않고 있으며 6개 주는 부분적으로 정전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정전 사태로 인해 민간부문에서 최소 4억달러(약 453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과이도 의장은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독일, 일본, 브라질, 콜롬비아 등에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다고 말하면서 베네수엘라를 돕기 위해 다국적 기관들로부터 모인 기금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기금이 어디에 있는지 또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과이도 의장은 또 군대를 향해 “독재자를 숨겨주는 일을 중단하라”며 마두로 정권에 반기를 들것을 호소했다.

정치적·경제적·사회적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는 베네수엘라의 정국이 ‘블랙아웃’ 사태와 함께 더욱더 암울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석유부국으로 과거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베네수엘라는 지난 5년 동안 나라를 버리고 외국으로 빠져나간 국민이 300만 명에 이르는 현실이다.

과이도는 카라카스의 한 호텔에서 CNN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최고의 의료시설이었던 병원이 지금은 진료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베네수엘라는 이미 완전히 무너져버렸다”고 말했다.

한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 주말 친정부 지지자들이 모인 집회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송전망을 공격했다며 정전 사태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과이도 의장은 마두로 정부가 미국의 사이버공격을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발전소 기계가 대체로 노후한 아날로그 식이기 때문에 첨단 네트워크에 연결될 수 없다면서 마두로의 미국 음모설을 반박했다.

과이도 의장은 “우리는 허리케인이나 쓰나미로 인해 이런 재난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삶에 관심을 두지 않는 비능률적이고 무능하며 부패한 정권이 만들어낸 것이다”고 강조했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