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 눈 먼 박찬구 오너자질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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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3-18 00:01:05

최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때보다 높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는 국내 토종펀드로선 처음으로 대기업 오너일가를 상대로 행동주의 펀드로서 면모를 보였다.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연기금부터 사모펀드까지 행동주의 주주를 자처하고 있는 만큼 올해가 주주권 확대의 원년이 될 거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간 배당 규모 확대와 같이 소극적 참여가 주를 이뤘던 국민연금이 임원의 선임이나 이사회 정관 변경 등에 나서고 있다는 것만 봐도 충분히 설득력있는 말이다.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타깃이 되는 곳은 주로 오너일가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경영이 주를 이룬다. 오너리스크로 인한 기업가치 상실이 우려된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한국의 산업구조상 오너경영은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 단기 성과와 배당을 중요시하는 해외기업에 비해 오너경영은 장기적인 성과와 외형 확대를 중요시한다.

특히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건 오너경영의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힌다. 전문경영인이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 유망산업에 조 단위 투자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반면 오너경영인은 빠른 의사 결정과 책임감을 갖고 긴 안목에서 투자를 결정하고 유지한다. 반도체 신화의 주인공 삼성이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소유와 경영을 함께하는 오너경영인이 회사의 성장보단 개인의 사욕을 우선시할 때 발생한다. 배임·횡령 등 회사의 이익을 오너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편취할 경우 당장 회사가 망하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가치는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주주권익의 침해로 이어져 회사의 성장여력을 갉아먹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박찬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올라왔지만 오너경영인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면에서 기대보단 우려가 앞선다. 금호석유화학이 지난해 호실적을 거두긴 했지만 오너경영인인 박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에서 명백한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박 회장은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총 23차례에 걸쳐 금호석유화학의 비상장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의 법인자금 107억여 원을 아들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에게 담보 없이 낮은 이율로 빌려주도록 했다. 이로 인해 회사가 손해를 입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통상 기업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는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진이 업무와 관련해 금고형 이상의 처벌을 받을 경우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세계적인 기관투자 자문기관인 ISS 준 프랭크 부회장은 유죄판결 받은 경영진에 대한 재선임 안건이 주총이 올라올 경우 해당 이사회 전원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회장의 범죄이력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상장사를 개인의 사욕을 채우는데 동원했다는 점이다. 당장 회사가 입은 손실 규모가 적다고 해도 기업가치가 훼손됐음은 부정할 수 없다. 기업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주주와의 신뢰를 져버린 행동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금호석유화학에서 박 회장 일가가 차지하는 지분율은 24.7%다. 나머지 75.3% 지분을 가진 이들은 국민연금이나 사모펀드 등을 제외하면 소액주주가 대부분이다. 무분별한 행동주의의 확산이 오너경영인에 대해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은 우려되지만,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절실하게 필요해 보인다. 사익을 추구하느라 주주와의 신뢰를 져버린 오너에게 최고경영인의 자격은 없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