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2월 취업자 증가…노인 일자리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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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피라미드' 일자리 구조’…노인 단기일자리 늘고 30~40 고용 악화

나광국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3-14 13:35:45

지난달 취업자 수가 20만명 넘게 늘어나며 1년여 만에 가장 크게 증가했다. 이는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 영향이 컸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40만명 가까이 늘었다. 반면 30~40대 취업자 수는 대폭 감소했다.

전체 실업자 수는 2년 만에 최대 수준이고 체감실업률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공공일자리가 늘었지만 민간일자리는 구직자들이 원하는 만큼 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34만 6000명으로 1년 전보다 26만 3000명이 증가했다. 지난해 1월(33만 4000명) 이후 최대다. 그러나 정부가 재정을 투입한 단기 일자리를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어났을 뿐 양질의 일자리라 할 수 있는 민간 분야의 일자리가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취업자가 무려 39만 7000명이 늘었다. 이러한 증가폭은 1982년 7월 통계를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1~2월 통계청이 파악한 노인 대상 36시간 미만 단기 일자리 사업 규모가 25만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늘어난 일자리의 60% 이상이 임시직인 셈이다. 반면 30대와 40대 취업자는 11만 5000명, 12만 8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산업 별로는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가 23만 7000이증가해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농림어업 취업자도 11만 7000명이 늘어 취업자 증가에 한몫 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노인 일자리 증가와 연관이 크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에는 노인 일자리 신청자들이 많이 유입됐고, 농림어업 취업자도 6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정규직이 많이 분포한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5만1000명(3.3%)이 줄었다. 반도체와 통신장비를 포함한 전자부품, 생활가전 등 전자기기 부문에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인구 감소 속도보다 빠른 취업자 감소 속도다. 40대 취업자가 인구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줄면서 고용률은 13개월 연속 전년 대비 하락했다. 고용률은 인구 요인을 제거한 지표다. 30대 고용률 역시 4개월 연속 떨어졌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최근 반도체 업황 둔화까지 겹치면서 일터를 떠나는 제조업 30~40대 종사자가 많아서다.

제조업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업 취업자도 전년 대비 6만명이 줄며 덩달아 부진했다. 도소매업은 2017년 12월부터 1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도소매업 취업자가 줄고 있는 주 원인은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 때문으로 이 영향이 점차 제조업 부진으로 옮겨지고 있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고용상황도 최악을 기록했다.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은 13.4%로 전년 동월 대비 0.7%포인트 상승했다. 또 청년층(15~29세) 고용보조지표3도 24.4%로 1.6%포인트 올랐다. 이는 조사대상 전체, 청년층 모두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래 가장 높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 일자리 확대와 지난해 일자리 증가가 부진했던 기저효과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지난해처럼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며 “다만 고용률·실업률 등 다른 고용지표가 악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나광국 기자 kkn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