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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밖으로만 나가려고 아우성이다. 이 부문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는 출국자 수가 무려 30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 1월 만 해도 291만 2000명이 나갔다. 그나마 무역으로 벌어들인 돈을 해외에 나가 펑펑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금년에는 수출마저 감소하고 있으니 조만간 나라 곳간도 거덜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밖으로 나가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잠시 나갔다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오랜 기간 혹은 영구히 나가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나라에 희망이 없거나 재미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시쳇말로 최소한 일 년에 한번 이상 외국에 나가 콧바람을 쐬고 와야 살맛이 난다고 할 정도다.
그만큼 짜증나는 일이 많다는 의미이며, 국내에서는 이를 해소할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취직이 잘 안 되는 젊은이들마저 바깥에 나가 세상 돌아다니면서 재충전한다고 한다. 여행도 휴식도 심지어 공부까지 이른바 ‘탈(脫)한국’ 시대가 실로 가시적이다.
갈수록 한국이라는 나라에 재미가 없어지고 있는 듯하다. 별로 매력적이지 못한 국가로 빠르게 전락하고 있다는 감이 든다. 그래도 과거에는 전후 가장 다이내믹하게 경제발전을 하고 하계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지구촌의 관심을 자극시킨 적도 있었다. 지금도 한류라는 저력을 가진 실체가 있기는 하지만 충분한 매력으로까지 승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미가 있어야 신바람이 나고 일할 맛도 나며 돈도 잘 굴러다닌다. 재미없는 나라들을 보면 모두가 우중충하고 획일적이며 사람들의 눈초리까지 무섭다. 살기 급급해 자기 몫을 챙기는 데에 혈안이 되어 갈등만 증폭되고 삐걱하면서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반면 재미가 넘치는 나라들을 보면 바쁘면서도 창의력이 솟아나고 인간미가 물씬 풍긴다. 우리는 중국과 같이 물려받은 콘텐츠가 많은 나라도 아니고, 일본과 같이 재미를 만드는 재주도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은 다인종 국가라는 용광로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연출한다. 서유럽 국가들은 오랜 기간 축적된 문화적 유산을 활용한 창의적 기지가 돋보인다.
눈을 안으로 돌려 서울을 비롯해 우리 지방을 보면 너무 천편일률적이고 획일적이다. 심지어 난개발로 인해 전혀 조화롭지도 않고 불균형적이다. 3만 불 시대에 산다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개념이나 철학 없이 마구잡이로 개발된 현장이 수두룩하다.
물론 친환경적이고 친인간적인 도시나 지역을 만드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숙성되고 마침내 완벽에 가까운 형태로 발전해 간다. 서울만 하더라도 산과 강이 어우러져 있어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명품 도시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의 경쟁 도시인 중국의 베이징 혹은 상하이, 일본의 도쿄, 홍콩, 싱가포르 등과 비교해 보면 너무 무미건조하고 지루하기만 하다.
상하이만 하더라도 동일한 디자인의 건축물 허가를 해 주지 않는다. 부존자원이 부족하면 새로운 거리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왜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이 식상해 하는지, 왜 내국인들이 해외로만 나가려고 하는지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별로 나아지거나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년 혹은 30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왜 모두가 나가려고만 하는지 이유를 알면 답도 명쾌하게 나온다
이참에 서울시가 올 하반기부터 도시·건축 혁신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성냥갑 같은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친다고 한다.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 전 과정에 시가 과감하게 개입하겠다는 취지다. 비록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문제점은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긴 하다.
다만 정부가 주도함으로 인해 자칫 획일성이 더 강화되거나 공정성을 해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벌써부터 또 다른 규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간의 창의성이나 다양성이 더 발휘될 수 있도록 시는 최소한의 원칙과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해 보인다. 차제에 도시의 하드웨어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재미와 끼가 넘쳐나는 소프트웨어에도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비단 서울뿐만 아니고, 다른 지방 정부들도 고유의 멋과 맛을 근간으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전이 되었으면 한다. 격세지감이고 만시지탄이지만 문제 인식에만 그친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전국적인 캠페인으로 전개되어 도시 재생이라는 큰 물줄기가 형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본질적 개념은 나가는 경제가 아닌 들어오는 경제다. 기업이나 사람, 왜 모두가 밖으로 나가려만 하는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풀어야 한다. 기업은 국내에서 이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국외에서 둥지를 트려고 한다. 공부를 해외에서 하려고 하는 이유는 국내 교육 커리큘럼이 비현실적이고 졸업을 해도 취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이나 휴식도 국내보다 해외를 더 선호하는 이유는 발길을 끄는 매력적인 곳이 없고 가성비도 높기 때문이다. 욕구와 눈높이는 자꾸 높아지고 있는 데 비해 이를 채울 수 있는 콘텐츠가 없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것을 나무랄 수도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도 양극화가 존재한다. 있는 사람은 더 많은 여유와 부를 과시한다. 상대적인 박탈감이 생겨나기 마련이며, 없는 사람은 더 실의에 빠지고 좌절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결책이 없는 난공불락도 아니다.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들어오는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들어온 사람이나 기업들에게 내일 아침이 설레도록 하는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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