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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제가 총체적인 위험국면에 진입하면서 국민들 삶의 질도 날이 갈수록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일념의 서민경제 국정지표는 현실을 마주하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풀뿌리 서민경제의 축이라고 할 상권은 이미 전국 곳곳에서 대거 무너져 내렸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잃은 국민들은 여기저기서 벼랑 끝으로 내몰려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
경제의 허리라고 할 40~50대의 위기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중장년층의 고용률이 그야말로 기록적인 수치를 보이면서 속된말로 폭망 수준이다. 이들이 가장의 지위에서 수입이 원만하지 않으면 도미노 가족해체로까지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달 기준 40대의 고용률이 13개월째, 50대 실업자는 16개월 째 연속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특히 50대 실업자수는 20만6000명에 달해 지난 1999년 6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결국 이판사판 살겠다는 식의 구직단념자가 전년 2월보다 4만1000명이나 급증하면서 58만3000명이나 됐다. 이 수치 또한 지난 2014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문제는 월별 증가율만 봐도 구직단념자가 계속 증가하는데 있다. 작년 6월부터 올들어 2월까지 9개월간 구직단념자가 계속 늘었다.
구직단념자는 다른 말로 구직포기자들이다. 직업을 구할 의도가 없다는 것은 가장 심각한 사회분열증상의 전조다. 이들의 불평불만이 정상적인 여론을 형성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사회와 국가에 대한 막연한 비판여론을 쏟아내면 혼란이 조성되고 국민여론까지 분열되는 수순을 밟는다.
국가경제의 허리가 망가지고 앞으로도 구직포기자들이 늘어나면 총체적인 국가 위기를 피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상황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헛기침만 한다. 특별한 대책 없이 뜬구름 같은 포용적 성장론이란 화두에 빠져 있다. 작금의 경제파탄이 자유시장경제를 마구 해부하고 헤집은데 따른 결과임에도 이를 모른 척하고 동화같은 달콤한 이상주의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시장경제는 달콤하지 않기에 국민들에게 표심으로 다가가기 어렵다. 치열한 경쟁과 그에 따른 차별이 늘 존재하는 곳이다. 동화의 나라를 구현하고자 하는 속임수로는 자유시장경제가 마뜩치 않을 것이로는 입장을 안다. 그래서 독이 묻은 단 꿀로 자유시장경제를 억압해야 하는 이유가 나날이 분명해 지는 것이 두렵다.
통계상 빈둥빈둥 노는 이른바 니트족(NEET)들이 급증한 것만 봐도 유토피아를 국정지표로 내건 허황된 꿈이 얼마나 국민들을 위기로 내모는지 확인된다.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없음’으로 분류되는 이들의 수가 무려 216만6000명에 달한다. 이중 상당수가 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니트족들이다. 쉬었음의 수치 또한 지난 2003년 통계작성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서민경제를 외친 현 정부의 실패는 소득양극화 확대 현상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당연히 일자리 참사에 따른 결과다. 작년 4/4분기 기준 소득 최하위(20%) 계층의 가구당 월 평균 소득은 123만8000원이었지만 같은 기간 최상위(20%) 소득은 932만4000원에 달해 사상최대의 격차를 보여줬다. 최하위 소득은 전년보다 17.7% 감소하고 최상위 소득은 10.4% 증가한데 따른 영향이 컸다.
하위계층 소득을 늘려 경제를 살리겠다며 쓴 천문학적인 돈들이 도대체 어디로 샜는지 알 길이 없다. 소득주도성장 무용론이 여기저기 수치로 확인되고 있지만 여전히 옥동자로 품으면서 서민경제를 망가뜨리는 이유도 이해하기 힘들다. 하물며 소득주도성장 설계자인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자신의 정책을 존재하지 않는 무지개로 비유하면서 실패를 자인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을 애지중지할 근거 자체가 사라졌다.
정부는 고용대책에만 한해 국방비를 한참 넘어서는 54조원을 썼을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을 무마하기 위한 명목으로도 6조원을 풀었다. 하지만 효과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작년 10월부터 지급된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이나 만 65세 이상 노인 기초연금 상한액 인상도 소득주도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따로 놀았다. 작년 4분기 기준으로 5분위와 1분위의 비율이 더 높아지면서 5.47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 정부가 벌인 토목공사를 일관되게 비판해 온 입장을 벌써 잊었는지 전국 곳곳에서 대형 공사판을 벌이고 있다. 지역 민원성 사업비만 24조원에 달할 정도다. 심지어 공공의 안전과 경제성을 반드시 따져보아야 할 예비타당성 조사마저 무시하고 벌일 정도다. 이 정도로 급하게 추진할 공사판이 많다면 전 정부의 토목공사를 비판하기에 앞서 치밀한 설계에 만전을 기했어야 했다. 이들 공사가 경기부양 효과는 없이 자칫 막대한 혈세만 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선진국 기준으로 여겨지는 3만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환호하는 국민들이 별반 보이지 않는다. 국가적·국민적 불안이 되레 가중된 수치인 탓이다. 국민 대부분이 실생활에서 3만달러 진입 효과를 보지 못하는데다 이로 인한 사회 분열현상만이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1인당 GNI가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진입한 기간을 보면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길었다. 12년이 걸린 우리와 달리 미국·호주는 각 9년이 걸렸고 독일은 단 5년의 시간만으로 충분했다. 이는 우리 경제 체질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아울러 3만달러에 진입했다고 해도 언제든 추락할 수 있는 시그널이 보인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경제는 지금 성장은커녕 총체적인 위기의 사이렌이 울리고 있다. IMF도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경고장을 날렸다. 정부는 이 조차도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면서 애써 경고를 외면하는 태도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위기는 이처럼 인재(人災)라는데 있다. 자유시장경제를 근간으로 성장해 온 한국경제의 체질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경제민주화라는 전 방위 메스가 자유시장경제의 메가기둥까지 통째로 자르려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리 없다. 경제를 도덕률의 무소불위 칼날로 활용하는데 따른 치명적 부작용이다. 주지하다시피 시장에서의 도덕률은 정치적인 그것과 확연히 다르다. 시장은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한 덕목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적자가 나고 망하면 아무리 그럴듯한 도덕률도 무력해진다.
원론적이지만 우리경제를 되살릴 해법은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을 복원하는데 있다. 어렵지 않은 선택이라는 점에서 언제든 경제회복의 길은 열려 있다. 하지만 도무지 유턴하려 하지 않는 것이 걱정이다. 정치적 표심을 경제에 적용하다보니 이젠 후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3만불에서 추락해 1만불대로 떨어져 다시 올라서지 못하는 많은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우리는 지금 가장 위험한 분수령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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