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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법정 기한(15일)을 넘겼지만 여전히 정치권의 선거제도 개혁은 난항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합의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의원 정수를 축소하고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자체 선거제 개혁안을 내놓았다.
현재 여야 4당 내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서로 달라 최종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어 이번 국회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이 별 소득 없이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다수의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의원수 축소에 호응하고 있어 여야4당 주도의 선거개혁 개혁안은 백지화 가능성도 내놓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 진통 끝에 합의 도출…나홀로 의원수 축소 주장하는 자유한국당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출범 이후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정치권 전체로 확대됐다. 특히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혁을 요구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형태다. 소수 정당들이 원내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특성 때문에 야 3당은 적극적으로 도입을 주장해왔다. 야3당은 의원정수를 360석으로 늘려 비례대표의 수를 100석 이상 확보하는 방안을 내놓았으나 의원 수 확대에 부정적 여론이 커지면서 300석을 유지하는 선에서 논의가 이어졌다.
국회 경색으로 잠시 중단됐던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야3당에 이어 민주당까지 가세하면서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결국 여야 4당은 지난 17일 회동을 갖고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을 골자로 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용키로 합의했다.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도 개혁안에 따르면 300석에서 각 당의 정당 득표율을 나눠 의석수를 배분한 뒤 각 당이 당선된 지역구 의석수를 제외한 남은 의석의 절반을 비례대표로 배분한다.
예를 들어 A당이 정당 지지율 30%를 기록하고 지역구에서 60석을 차지했을 경우 A당은 300석의 30%인 90석 중 지역구 60석을 제외한 30석에서 절반인 15석을 비례대표로 확보하는 식이다. 이렇게 각 정당의 의석에 맞춰 배분한 뒤 남는 비례대표 의석은 전국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나눠 갖는다.
전국정당 비례대표 의석 배분은 각 정당의 권역별 득표율과 지역구 의석 등을 고려해 배분한다. 권역은 △서울 14석 △인천·경기 23석 △대전·충청·세종 10석 △부산·울산·경남 12석 △대구·경북 7석 △광주·전라·제주 9석 등 6곳으로 나눠진다.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선거제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처리에 반대의사를 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이는 건 윗도리는 한복, 아랫도리는 양복을 입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내 손으로 뽑지 못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폐지하자”며 의원정수를 10% 줄이고 현재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한편, 지역구 의석을 270석으로 늘리는 전면 소선거구제를 자체 안으로 내놨다.
여야 4당 합의안 내부 갈등 직면…“선거제 개혁 당분간 표류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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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김해인 기자] ⓒ스카이데일리 |
여야 4당 내부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 내 일부 의원들은 여야 4당이 논의하는 선거제 합의안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선거제 개혁안과 공수처법 등 각종 개혁 법안들의 패스트트랙 일괄 추진을 문제 삼았다. 지난 14일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민주평화당은 19일 여야 4당 중 처음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지정했지만 지역구 225석 체제가 이뤄질 경우 호남의 지역구 의석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스카이데일리가 여야4당과 자유한국당이 내세운 선거제 개혁안을 토대로 의석수를 산출한 시뮬레이션 결과 호남 지역의 의석수 변동이 눈에 띄었다.
여야 4당이 제시한 225석 안을 적용해 배분할 경우 호남지역의 전체 의석수는 22석으로 모두 6석이 감소한다. 인구비례에 따라 나누면 서울도 7석이나 줄어든다. 선거구 별 인구 상황을 고려한 경우 서울과 경기도는 각각 5석이 감소한다.
반면 자유한국당이 제안한 270석 안을 적용해 인구비례로 나누면 경기도가 8석이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구별 인구수를 감안해 산출하면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경상북도가 각각 3석씩 증가했다.
현재 두 가지 상황에 따라 의석수 배분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어 선거제도 개혁이 당론으로 지정되도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여야 4당이 입법공조를 위해 논의를 진행했지만 내부 균열 등으로 당론 채택은 물론 개정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만약 억지춘향 격으로 본회의에 가더라도 처리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교섭단체 연설 과정에서 나온 ‘김정은 대변인’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선거제 개혁 논의가 쏙 들어갔다”며 “이제는 어떻게 하기가 애매해졌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자한당의 자체 개혁안 제시가 전략적으로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세부 내용이 복잡하다 보니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며 “반면 자한당의 개혁안은 의원정수 축소에 초점을 맞춰 접근한 덕분에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의 결과에 따라 선거제도 개혁안의 방향도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율 교수는 “바른미래당이나 정의당의 선전으로 다당제가 존속된다면 소수정당이 살 길을 찾게 될 것이고 또 다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논의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거대 양당도 살아남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에 참여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표출했지만 아직까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현재 상황이다”며 “소수정당의 의석수가 늘어난다면 목소리가 커지겠지만 현재 정치 구도로는 지금의 선거제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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