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생중계된 페이스북 동영상 150만개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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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증오 동영상 확산에 우려 제기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3-19 08:22:35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총기난사사건으로 사망자 50명, 부상자 최소 50명이 발생했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알 누르 이슬람사원(모스크) 인근에 마련된 추모장소에서 추모객들이 애도를 표하며 슬퍼하는 모습. [사진=The Guardian]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모스크)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테러범이 범행과정을 생중계한 페이스북 동영상이 재빠르게 확산돼 페이스북 측이 사건 발생 24시간 만에 150만개의 동영상을 제거했다고 발표됐다.

영국의 매체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페이스북이 소셜네트워크에서 유통되는 폭력적이고 반감을 일으키는 내용이 포함된 자료를 제거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모스크 테러에서 범인 브렌턴 태런트는 헬멧에 부착한 카메라를 통해 페이스북에 실시간 범행과정을 17분간 중계했다. 이 동영상 원본은 한 시간 후 삭제됐으나 이후 다른 사용자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업로드 됐다. 소셜미디어 사이트에서는 자사 서버에 해당 영상이 올라오는 즉시 지워나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페이스북 측에 동영상 유포를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페이스북이 2016년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사용자가 실시간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살인이나 자살 등 문제가 되는 동영상의 실시간 방송이 증가해왔다고 보도했다.

아던 총리는 “이것은 뉴질랜드의 영역을 넘어서는 문제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면서 “이것은 내가 페이스북와 직접 논의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들이 누구든 쉽게 자료를 올려 유통시킬 수 있도록 사이트를 만들어내 엄청난 수익사업을 창출해냈으나 이제는 자사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가려내 제거하느라 자사 시스템과 씨름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이슬람사원 테러사건 발생 후 하루 만에 계속적으로 업로드 되는 범행 동영상 120만 건을 사전에 차단했는데 이는 해당 동영상을 자동 인지하는 시스템 덕분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올라온 30만 건의 동영상을 제거했다.

페이스북은 테러범의 범행과정과 관련되는 영상은 내규에 어긋난 내용이 아니더라도 모두 제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페이스북 측은 “이번 비극적인 사건의 피해자들을 존중하고 지역 당국의 우려를 감안해서 우리는 끔찍한 사건 현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도 모든 편집된 동영상도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튜브도 해당 동영상을 모두 제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처음에는 유튜브에 이번 테러와 관련된 검색어를 입력하면 해당 동영상에 접근이 가능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문제의 동영상과 똑같은 복제본을 차단하는 건 비교적 쉬운 일이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영상을 편집하거나 노트북 컴퓨터 스크린을 복사하는 방식으로 차단망을 피해 영상을 유포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동영상을 유포시키는 매체 역할을 함으로써 많은 우려와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왓스앱·텔레그램 등 암호화된 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복사본이 확산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편, 체포된 테러범 태런트는 변호사를 해임하고 스스로 자신을 변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서 주목을 끌었다. 태런트는 소셜미디어와 아던 총리 등을 통해 전달한 마니페스토(선언문)에서 자신을 28세의 ‘평범한 백인 남성’이라고 소개하면서 반이슬람, 반유색인종주의를 주장했다. 외신들은 그가 4월 5일 예정된 재판에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 가운데 백인우월주의를 주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태런트는 또 마니페스토에서 노르웨이 극우파 테러리스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브레이비크는 2011년 7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인근에서 열린 집권 노동당 청소년 캠프 행사장에서 총기를 난사해 76명을 살해했다.

태런트의 ‘롤 모델’인 브레이비크는 범행 전 인터넷에 올린 ‘마니페스토’에서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한국·일본 등 단일민족국가를 찬양하고 노르웨이 문화 정체성을 파괴하는 다문화주의를 공격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태런트 역시 마니페스토에서 이민자들에 대한 증오심을 표출하고 민족적 다양성을 거부하며 한국·중국·일본·대만 등 단일민족국가를 ‘21세기에 가장 지배적인 국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