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단속 실패 허창수 재계얼굴 자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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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3-25 00:02:29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전경련)는 우리나라 경제계를 대표하는 단체다. 경제5단체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굴지의 기업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회원을 자처해 설립한 모임이 전경련의 탄생 배경이다. 기업의 설립 목적 자체가 이윤추구에 있고 기업의 이윤추구는 곧 경제발전과 직결돼 있음을 감안했을 때 사실 전경련 존재 자체가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전경련을 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나아가 전경련 수장을 재계의 얼굴로 당연하게 인식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의 수장으로서 기업들의 입장을 대편하고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통해 국가경제 발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자리가 바로 전경련 회장이다. 현재 전경련 회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맡고 있다. 무려 4연임 중이다.

하지만 이번에 4연임이 확정된 허 회장을 두고 과연 재계의 얼굴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앞서 전경련 회장을 역임하는 과정에서 이렇다 할 성과는커녕 ‘전경련 위상 추락’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데다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로서의 자질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보이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서다. 기업인 본연의 자질인 경영능력 측면에서 허술한 모습을 보여 오히려 반재벌 정서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허 회장을 둘러싼 경영자질 논란은 특히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와 정면으로 배치디는 사안에서 불거져 나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오너일가 소유 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무분별한 경영세습과 족벌경영, 가맹사업 관련 갑질 논란 등이 그것이다. 허 회장이 이끄는 GS그룹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는 사안 대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GS그룹 계열사 71개 가운데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현재 14개에 달한다. 향후 관련 규정이 강화되면 해당 대상이 최소 29개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 계열사의 약 40%에 달하는 수준으로 이 가운데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소유한 기업도 여럿 존재한다. 대부분 ‘허’씨 성을 가진 이들이다.

GS그룹은 오랜 기간 ‘족벌경영’으로 유명세를 떨쳐왔다. 매 번 성과주의에 입각한 인사라고 자평했지만 핵심 요직은 줄줄이 ‘허’씨들이 꿰차는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존 허씨 경영진들의 자녀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벌써 GS그룹은 4세 경영이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이러한 무분별한 경영세습과 족벌경영이 GS그룹에서 만큼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여겨지고 또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경계감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무분별한 경영세습과 족벌경영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경영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가 단지 누구의 아들 또는 조카라는 이유로 그룹 경영을 책임지는 자리에 오르다보니 기업 전체가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불거진 GS건설 ‘포천 폭발사고’ 손해비용 회피 논란, GS리테일의 가맹사업 관련 불공정거래 논란 등은 모두 4세 경영이 본격화 된 이후에 불거져 나온 사안들이다.

전경련은 지난 박근혜정권 시절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 전경련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경제효자’에서 ‘비리단체’로 바뀌었다. 현 상황 역시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허 회장이 전경련의 실추된 위상을 되찾겠다며 줄곧 전경련의 수장을 꿰차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렇다 할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GS그룹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허 회장을 거쳐 전경련에까지 부정적 여파를 미치는 모습이다.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전경련은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를 넘어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주춧돌과 같은 역할을 하는 단체다. 이곳의 수장은 기업인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도덕성과 경영능력, 사회적 책임감 등에서 완벽에 가까운 성적표를 얻어야 자격이 부여되는 자리가 바로 전경련 회장이다. 스스로 자격을 갖춘 후 재계를 대표하는 얼굴로서 당당히 정부에 요구할 건 요구하고 협조할 건 협조하면서 함께 보조를 맞춰 국가경제 부흥이라는 큰 뜻을 이뤄야 한다.

허 회장이 과연 재계 얼굴의 자격을 갖췄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동안 전경련 수장으로서 보인 성과가 아니더라도 이미 집안단속에서부터 실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GS그룹에서 불거진 논란 대부분이 국민적 지지를 얻어 국가원수 자리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역행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과연 허 회장이 정부와 대등한 입장에서 국가경제를 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허 회장이 GS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작업을 주도해 우리나라 경제를 대변하는 대표단체 수장으로서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길 기대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